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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백의 파노라마 봄 내음 가득 천안배꽃 10리길

인기드라마 ‘눈물의 여왕’ 용두리 촬영지

2024.04.17(수) 13:02:33장군바라기(hao0219@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천안 성환 왕지봉 3길의 벚꽃. 이번 주말 절정이다.
▲ 천안 왕지봉 배꽃은 이번 주부터 다음 주까지 절정이다.

봄은 생명의 축복과 소중함을 과시합니다. 올해도 여지없이 배꽃은 그렇게 순백의 꽃을 만개하고 있었습니다. 4월 초·중순 벚꽃이 한순간에 지고 만물은 연두에서 초록으로 물들어 갈 때면 국내 3대 배 주산지 천안시 성환읍 송덕리, 율금리, 왕림리 일대는 순백의 배꽃이 따사로운 햇살 아래 꽃망울을 활짝 터트리며 생명의 향연으로 장관을 이룹니다.  

천안 성환 왕지봉 보명사 왕지3길의 배꽃.
▲ 천안 성환 왕지봉 왕지3길의 배꽃.
 
천안의 배꽃은 천안시 성환읍 왕림리 ‘이화정(천안시 서북구 왕지1길 142)’에서 시작됩니다. 정자에 오르면 사방 10여리에 걸쳐 끝 없이 펼쳐진 순백의 배꽃이 장관 그 자체를 이룹니다. 이곳에 차를 세우고 왕지3길을 따라 저수지까지 봄 햇살을 맞으며 구불구불 흐드러진 배꽃 길을 걷다 보면 봄의 한가운데 있음을 실감하게 해줍니다. 해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올해는 4월 중·하순이 배꽃 개화의 절정입니다. 즉, 이번 주말부터 다음 주까지 가장 화려한 이화(梨花)의 시기입니다.
 
왕지봉 배꽃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이화정(梨花亭)
▲ 왕지봉 배꽃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이화정(梨花亭)

왕지봉 배꽃 파노라마의 초입에 세워진 입 간판.
▲ 왕지봉 배꽃 파노라마의 초입에 세워진 입 간판.
 
드라이브를 즐긴다면 성환역에서 둔포 방향 국지방 70호선을 이용하거나, 아산에서 평택 방면 국도 34호 성환 방면으로 갈라지면 배꽃이 송덕리를 시작으로 율금리에 이어 왕림리에서 절정을 이루고 신왕리로 굽이굽이 끝없는 순백의 파노라마가 이어집니다.

천안 성환 이화정에서 내려다본 왕지봉 주변의 배꽃 1.
▲ 천안 성환 이화정에서 내려다본 왕지봉 주변의 배꽃 1.

천안 성환 이화정에서 내려다본 왕지봉 주변의 배꽃 2.
▲ 천안 성환 이화정에서 내려다본 왕지봉 주변의 배꽃 2.

천안 성환 왕지봉 주변의 배꽃이 파노라마를 평치고 있다.
▲ 천안 성환 왕지봉 주변의 배꽃이 봄의 파노라마를 펼치고 있다.
 
tvN 인기 드라마 ‘눈물의 여왕’에서도 왕지봉 일대를 남자주인공 고향인 ‘용두리’로 그려내면서 더욱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드라마에서 주인공 백현우가 헬기에서 내리는 여주인공과 만난 장소는 남녀 청춘들에게 인생샷 장소로도 유명합니다. 재벌가 연인이 헬기를 타고 만나러 온다니 마치 신데렐라에서 남녀를 바꾼 현대판 버전 같습니다. 고급 차를 타고 고향을 내려온 남자주인공이 배꽃 사이를 운전하다가 경운기를 몰고 마중 나오는 부모님과 조우하는 장면이 나온 곳 역시 인기가 높습니다.
 
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에 등장하는 왕지봉 주변 배꽃 풍광.
▲ 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에 등장하는 왕지봉 주변 배꽃 풍광.
 
드라마가 아니더라도 왕지봉 배꽃은 이미 전국의 사진 작가에게 널리 알려진 출사 명소입니다. 특히 보름달 아래서 배꽃은 한 폭의 파노라마가 이어지는 대장관을 연출합니다. 야트막하지만 광활한 구릉지대에 수북히함박눈이 내려앉듯 월백의 이화를 담으려는 일지춘심의 셔터 소리가 분주합니다.
 
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에 등장한 헬기착륙장에서 인생샷을 찍는 연인들.
▲ 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에 등장한 헬기착륙장에서 인생샷을 찍는 연인들.

천안 성환 왕지봉 보명사(왕지3길) 방면 배꽃 둘레길
▲ 천안 성환 왕지봉 보명사(왕지3길) 방면 배꽃 둘레길

대개의 과수원이 그렇듯 이곳도 배나무 가지를 좌우로 벌려 터널을 만들고 지주에 씨줄과 날줄이 바둑판처럼 결속되어 관리가 쉽도록 정비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가지런히 정리된 나무들은 열매를 수확하는 ‘암 배나무’들 입니다. ‘숫 배나무’는 배 밭의 주변을 따라 나뭇가지가 유난히 하늘로 뻗은 나무들입니다. 이 나무에서는 화분을 채집해 암나무의 수정을 도와줍니다.  

순백의 배꽃 터널. 열매를 맺는 암 배나무다.
▲ 순백의 배꽃 터널. 열매를 맺는 암 배나무다.

순백의 배꽃 터널 2.
▲ 순백의 배꽃 터널 2.

배 열매를 맺지 못하지만 화분을 제공하는 ? 배나무.
▲ 배 열매를 맺지 못하지만 화분을 제공하는 숫 배나무.

숫 배나무 가지를 잘라 암 배나무에 수정을 준비하는 농부. 필자 자료사진
▲ 숫 배나무 가지를 잘라 암 배나무에 수정을 준비하는 농부. <필자 자료사진>
 
예전에는 벌과 곤충이 수정을 전담했지만, 지금은 재배 면적이 넓어지고 벌도 적어져 대부분 사람 손에 의한 인공수분에 의존합니다. 문제는 배꽃 개화 시기가 열흘 이내 단기간으로 많은 일손이 동시에 필요하다는 점인데, 해마다 3천여 명의 자원봉사자로도 부족해 외국인 노동자에게라도 기대야 하지만, 이마저도 불법체류 문제로 복잡합니다. 그리고 배꽃 잎에 분홍색 색소가 묻었다면 수정을 마친 것으로 호기심에 함부로 만지면 안 됩니다.  

암 배나무에 화분을 수정하는 일손이 분주하다.
▲ 암 배나무에 화분을 수정하는 일손이 분주하다.

화분 수정을 준비 중인 배꽃의 화려한 자태.
▲ 화분 수정을 준비 중인 배꽃의 화려한 자태.
 
코로나19 이전에는 천안 서북문화원 주관으로 해마다 배꽃 걷기대회가 열렸지만, 앤더믹과 함께 최근 배나무에 치명적인 병을 옮기는 과수열화상병이 유행하면서 수년째 행사를 제대로 치르지 못해 아쉬움을 주고 있습니다. 아직은 치료제가 없어 예방뿐이므로 농민들도 방역에 부쩍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으니 함부로 과수원을 들어가는 행동은 삼가야 하겠습니다. 대신 인터넷을 검색하면 왕지봉 주변으로 배꽃을 주제로 과수원을 카페로 고쳐 배꽃을 더 가깝게 즐길 수 있으니 참고해 주세요.
 
천안 성환 왕지봉 3길의 벚꽃. 이번 주말 절정이다.
▲ 천안 성환 왕지봉 3길의 벚꽃 풍경 1.
 
천안에 본격적으로 배 과수원이 들어선 것은 1909년부터로 올해 115년을 맞습니다. 그동안 재배 면적이 2천㏊까지 늘었지만, 인력난과 들쭉날쭉 특산물 가격에 산업화까지…. 배 농사를 포기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데 그래도 연간 생산량이 5만t 정도로 전국의 10%를 차지하는 3대 생산지입니다. 전국에서 유통되는 배 10개 중 1개는 천안배인 셈입니다. 
 
천안 성황 왕지저수지에서 바라본 배꽃의 파노라마.
▲ 천안 성황 왕지저수지에서 바라본 배꽃의 파노라마.
 
천안배는 씹히는 맛이 아삭한 식감이 일품이고 큰 일교차로 당도가 높은 데다 지역 토양이 배 재배에 알맞아 수분이 적당해 저장성이 뛰어나 제수나 선물용으로 인기가 높습니다. 1986년 미국 수출에 이어 1999년 오스트레일리아, 2014년 멕시코, 2019년 캐나다로, 최근에는 동남아까지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지역 농산물 수출 붐을 확산시킨 주인공입니다. 예로부터 천식과 기침, 가래, 담의 치료에 중요한 한방재료로도 사용되었고, 해열과 숙취 해소, 배변 효과를 높이는 민간요법에도 두루 사용됩니다. 
 
천안 성환 왕지봉 3길의 벚꽃 풍경.
▲ 천안 성환 왕지봉 3길의 벚꽃 풍경 2.
 
천안시도 배 재배 100주년을 기념해 2009년 천안시청에 천안지역 배 가운데 수령이 가장 오래된 ‘백세리’를 이식해 보호 중인데 국립수목원 나이테 조사를 통해 이식 당시 수령이 95년으로 확인돼 올해 110살을 맞았습니다. 높이 212㎝, 지름 46㎝, 나무 둘레 370㎝ 신고 품종인데 아직도 매년 꽃을 피우고 50여 개씩 열매를 맺고 있습니다. 다만, 개량종인 시판 배에 비해 크기가 작고 신맛이 강해 상품성은 떨어지지만 ‘천안배’의 영광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천안시청 정원의 '백세리'. 천안에서 가장 오래된 신고배.
▲ 천안시청 정원의 '백세리'. <필자 자료사진>
 
배꽃은 달밤에 더욱 운치가 있습니다. 자태가 어찌나 빼어났던지 시인 정창순은 ‘배나무에게’라는 시를 통해

   "캄캄한 밤
   꽃 잎사귀 한 겹 한 겹에
   별빛까지 골고루 매달고 있는 너"

라고, 노래합니다.
우리나라 고시조 가운데 가장 뛰어난 작품의 하나로 전해지는 이조년(李兆年)의 시조는 더욱 유명한데, 휘영청 밝은 보름날 배꽃 길을 걸으며 시조를 읊어본다면 풍류가 따로 없을 듯합니다.

   "이화에 월백하고 은한(銀漢)이 삼경인 제
   일지춘심(一枝春心)을 자규(子規)야 알랴마는
   다정(多情)도 병(病)인 양하야 잠 못 들어 하노라."



이화정
충남 천안시 서북구 왕지1길 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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