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다 져 버린 벚꽃 시즌이 끝났다고 아쉬워 할 필요가 없다.

지금 이맘때쯤에 시작하는 배꽃 시즌이 있기 때문이다.

천안의 성환 왕지봉 일대에는 방대한 배밭이 형성되어 있는데 4월부터 5월까지 하얗게 피어 있는 배꽃을 볼 수 있다. 배가 과수로 익기 위해서는 꽃이 피어야 하는데 매년 4월 중순쯤 성환 일대를 가면 화려한 은빛 물결이 펼쳐진다.

때마침 선거일이 휴무여서 일찌감치 성환으로 차를 달렸다.

아산 음봉에서 천안의 성환으로 이어지는 도로가에는 방대한 배밭이 형성되어 있는데 이 맘때면 드라이브로 즐기기 좋은 배꽃 로드가 펼쳐진다.

항상 배꽃을 보고 싶었지만 그 시기를 놓쳐 아쉬웠던 마음이 컸었는데 올해는 제대로 배꽃을 즐길 수 있었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하얀 색의 배꽃 풍경을 감상하다 주차할 만한 공터가 나오면 잠시 풍경 사진도 찍어 보았다.

같은 배꽃이지만 밭의 모양새에 따라 또 다른 풍경으로 다가온다.

배꽃 넘어로 커다란 벚꽃 나무가 지지 않고 우뚝 솟아 있는 풍경이 멋스러운 밭을 발견했다.

지나는 길 어찌나 이쁘던지.. 그 풍경사진을 찍으러 일부러 반대편 너머에 겨우 차를 세우고 걸어 그 밭을 찾았다.

배꽃 로드길에는 따로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지 않으니 드라이브로 즐기거나 가는 길 공터에 잠시 세우고 구경을 해야만 한다.

예쁜 풍경사진을 위해서는 열정이 필요하다.

그 덕에 배밭 옆으로 펼쳐진 복사꽃 사진도 담았다.

하얀색의 배꽃 옆으로 진분홍색의 복사꽃밭이 펼쳐진다.

그리고 그 위로 연분홍의 커다란 벚꽃 나무와 발 아래로 피어 있는 노란색의 민들레까지..

각양각색의 봄꽃이 나를 황홀하게 한 순간이다.

복사꽃과 배꽃의 모양새는 참으로 비슷한데 색감이 다르다.

네비게이션의 최종 목적지는 왕지봉 배꽃 전망쉼터였다.

천안 성환의 왕지봉 배꽃은 천안 12경 중 제9경으로 꽤 볼만한 장관을 이룬다.

그래서인지 성환읍 주민자치위원회에서 이렇게 도로 건너편 왕지봉 배밭을 감상 할 수 있는 정자를 설치 해 두고 그 옆으로 주차장도 마련 해 두었다.

배꽃의 한자이름이 이화라고 하여 이곳의 이름을 '이화정'으로 지은 듯 하다.

정자 아래로 오밀조밀 피어 있는 꽃잔디의 향기가 진하다.

배꽃단지에 왔는데 오히려 배꽃의 향기는 거의 느낄 수 없었고 이곳의 꽃잔디 향기에 취했다.

꽃향기는 어떤 꽃이든 상관없이 모두 향기롭다.

정자 위에 올라 건너편 왕지봉 배밭에 펼쳐진 은빛 물결을 감상했다.

마치 나무 위에 하얀 눈이라도 내린 듯~

초록 위 온통 하얀 4월의 눈꽃이 펼쳐진다.

요즘 한창 방영 중인 드라마 '눈물의 여왕'의 용두리 마을 촬영지로도 유명해져서인지 상춘객들이 꽤나 많다.

조금 더 가까이에서 보고 싶어 도로 건너편 왕지봉 배밭 사이로 난 길을 걸으며 찬찬히 둘러 보았다.

차가 다니기에는 좁은 길이지만 걸으며 양 옆으로 펼쳐지는 배꽃을 구경하기에 안성맞춤인 곳이였다.

우리나라의 배는 대부분 신고배의 품종이여서 손으로 인공수분을 해줘야 배 열매가 자란다고 한다.

밭에는 한창 일하시는 농부들의 모습도 보였다.

그분들께 피해가 되지 않도록 조심조심 다니며 눈과 카메라에 담아 보았다..

배나무 사이사이로 우뚝 솟아 있는 커다란 배꽃나무도 보였는데 그것은 숫나무라고 한다.

대부분 옆으로 퍼져 있는 배나무는 암나무이고 위로 길게 자란 나무는 숫나무!

몰랐던 상식도 쌓고 팡!팡!팝콘 터지듯 피어 있는 배꽃을 처음 보니 신이 났다.

조금 더 가까이 보고 싶으면 근처 2~3곳 있는 배나무 카페를 가도 좋다.

그곳에서는 자연적으로 형성 된 배나무 터널에 맘껏 들어갈 수도 있고 조금 더 편하게 꽃사진을 찍을 수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