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통합검색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화면컨트롤메뉴
인쇄하기

정책/칼럼

정책/칼럼

충남넷 미디어 > 도민의 눈 > 정책/칼럼

일 년간의 활동을 엮은 책자, 국립중앙도서관에서도 열람할 수 있어요~

종이책 발행자번호, ISBN발급을 받아 주세요!

2023.12.02(토) 23:57:36엥선생 깡언니(jhp1969@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지난 11월 28일(화)~11월 30일(목), 옛 공주경찰서 골목에 자리한 대통길작은미술관에서 작은 사진전이 열렸다. 늘 남들이 하는 전시회를 구경만 하고 다니다가 일 년간 공주시 옥룡동의 기록화 작업을 해온 공주이야기창작소 회원들과 함께 기획하고 준비한 행사였다.

옛 공주경찰서 골목에는 여러 갤러리가 자리한다.▲ 옛 공주경찰서 골목과 인근에는 다수의 갤러리가 자리한다.

2023.11.28(화)~11.30(목), 대통길작은미술관에서 공주이야기창작소 회원사진展이 열렸다.
▲ 2023.11.28(화)~11.30(목), 대통길작은미술관에서 공주이야기창작소 (회원)사진展이 열렸다.

3일간 열린 회원展은 지난 4월 '2023 충청남도 마을공동체(미디어) 활성화 지원사업'에 선정돼 8개월여 활동한 성과를 갈무리하는 자리기도 했다. 

사진전의 주제는 다소 무거울 수 있는 '경청(傾廳)'이었다. 공주시 옥룡동 기록화 작업 성과는 주로 사진으로 드러난다. 하지만 현장에서 마주치는 마을 어르신들의 말씀, 주민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면 찰나의 순간만이 남겨지고 그렇게 변질되어 전해질 우려가 있어서 경계하며 정한 주제였다.

공주이야기창작소의 사진전 '경청'은 회원들을 지도한 선생님들의 작품도 함께 전시되었다.▲ 공주이야기창작소의 사진전 '경청' 1

공주이야기창작소의 사진전 '경청'은 회원들을 지도한 선생님들의 작품도 함께 전시되었다
▲ 공주이야기창작소의 사진전 '경청' 2

공모사업의 특성상 제한된 예산 안에서 사업을 이어가다 보니, 사진과 드론을 지도해 주신 두 분 선생님 작품 외 회원들 사진은 액자조차 걸지 못하고 테이핑 작업을 해서 전시를 해야 했다. 열정과 노력을 들여다보시는 분들은 소박한 전시라고 에둘러 표현해 주시기도 했다.
 
늦깎이 대학생, 직장인, 가정주부 등 1인 다역을 맡고 있는 회원들은 새벽시간대나 주말에 모일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시간 맞추기 용이한 7~8월에 집중적으로 활동해야 해서 땡볕과 사투를 벌이기도 하고, 가는 빗발 정도는 무시해가며 일련의 활동을 이어갔기에 어쩌면 은연 중 그 결과물을 보여 주는 방식은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는지도 모른다.

공주이야기창작소 회원전을 준비하는 중이다.
▲ 사진을 대하는 태도를 가르쳐 주신 이민호 작가(오른쪽)와 전시 디스플레이를 진두지휘해 주신 염문선 작가님이 전시 준비를 도와주셨다.

이번 2023 충청남도 마을공동체(미디어) 활성화 지원사업을 통해 전시회를 비롯해 예기치 않게 주위 분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아 모든 과정이 감사할 따름이다.

각 분야 최고의 고수들이 시간을 할애해 주셨고, 어려운 일이 닥칠 즈음에 먼저 연락을 주시어 큰 도움을 받아 왔다. 이루 셀 수 없을 만큼 고마운 분들과 교감할 수 있어 행복했던 일 년이었다.

옥룡
▲ 공주시 옥룡동 회전교차로 일원_(드론, 채수명 옥룡동 문화체육분과위원장)

옥룡
▲ 공주시 옥룡동 회전교차로  일원_(사진, 이민호 사진작가)

특히 올여름 사진과 드론 교육을 맡아 주신 이민호 사진작가와 채수명 금강 드론 대표 두 분과 함께 작품 전시를 할 수 있어서 영광스러웠다. 2023년의 옥룡동을 거론할 때마다 7월 대폭우 피해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데, 공주나 옥룡동에 대해 잘 모르는 관람객들에게 두 분 작품을 통해 쉽게 설명해 드릴 수 있었다. 

방명록 1
▲ 방명록 1

방명록 2
▲ 방명록 2

또한 소박한 전시를 빛내 주신 분들을 꼽으라면 용기내 전시장 문을 열고 들어와 주신 관람객이었다고 감히 단언할 수 있다. 전시장을 찾으신 분들은 기록의 중요성을 공감해 주시고, 결과가 드러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작업에 응원을 아끼지 않으셨다.

이번 전시회에 들러주신 분들 중에 봉황동에 거주 중이시라는 78세의 어르신이 기억에 남는다. 계룡면에서 공주 시내에 있는 학교로 등교를 할 때 집에서는 달걀 10개가 든 꾸러미를 손에 들려 주셨다고 한다. 당시 식료품이나 잡화류를 파는 구멍가게에서는 버스표를 파는 차부(車部)의 기능을 겸하고 있었다는데, 그곳에 달걀 꾸러미를 넘기면 왕복 5일치 버스표를 손에 쥘 수 있었다고 한다.
달걀 덕에 금요일까지는 버스를 타고 학교에 갈 수 있지만, 토요일에도 등교를 하던 당시에 버스표가 떨어지고 나면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효포초등학교 뒤편으로 난 산길을 따라 등굣길에 오를 수밖에 없었노라며 어려웠던 시절 이야기를 들려 주셨다. 그러시면서 그런 시대를 살아온 자신은 화려한 색감의 사진은 친밀도가 떨어진다며 솔직한 관람 후기를 들려 주시고는 사진 한 장 한 장마다 설명을 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마치고 자리를 뜨셨다. 

예산에서 중학교 1학년을 마칠 즈음에 공주로 전학을 왔다는 초로의 여성 관람객도 오래 기억된다. 5남매 중 자신만 할머니와 예산에 살다가 공주로 전학을 오게 됐는데, 공주에서 다른 형제들과 사시던 아버지가 뺑뺑이(추첨제)를 돌려 B중학교로 배정받게 되었다고 한다. 학년 말이라 없는 살림에 교복을 맞추게 될까 걱정했는데, 예산에서 입던 교복이 공주로 전학 온 학교의 것과 비슷해서 상의와 하복은 예산에서 입던 것을 3학년 마칠 때까지 입었다고 한다. 

2년 전, 경기도에서 공주로 이사온 관람객도 전시장에 오래 머무르셨다. 강북(금강 북쪽)에서 다리 하나면 건너면 자신에게는 신세계라고 표현했다. 처음 공주에 와서 너무 마음에 들어 결국 공주로 이사오게 되었노라고 했다.
집에서 나와 공주 왕도심(최근 왕이 살던 도심이라 하여 '원도심' 대신 지역에서 사용하는 단어)으로 오면 길이 끊기는 곳까지 계속 걷고 있다는데, 가는 곳마다 너무 좋다고 칭찬 일색이었다. "공주가 옛 모습을 잃어가고 있어서 걱정인데요." 말씀드리니, 그런데도 여전히 골목 골목마다 너무 정감 있고 좋다며 한참을 칭찬만 하다 가신 분이었다.

밋밋할 수 있는 소박한 사진 전시는 사소한 것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관심을 두는 관람객들 덕분에 의도한 것 이상으로 보람이 있었다.

블로그로 들여다보는 함께하는 행복 옥룡▲ 사업명 '블로그로 들여다보는 함께하는 행복 옥룡'을 제목으로 한 이야기책

소박한 사진전을 빛내 주신 관람객들에게는 시간에 쫓겨 미흡하긴 하나 회원들이 직접 발로 뛰어다니며 수집해서 쓴 이야기책, 『블로그로 들여다보는 함께하는 행복 옥룡』 첫 번째 이야기책을 증정했다. 

총 140페이지에 달하는 책자이나, 기한과 예산이 제한적이어서 전시 사진을 비롯해 회원들이 작업한 사진이나 감사한 분들과의 에피소드 등 애초 기획했던 것들은 싣지를 못해서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럼에도 책자를 내길 정말 잘했다 싶다. 사라진 공간은 기록으로 심폐소생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천수장은 공주시 옥룡동에 소전과 시내버스터미널이 있던 호시절을 알게 한다.
▲ 천수장은 공주시 옥룡동에 소전과 시내버스터미널이 있던 호시절을 알게 한다.

옥룡동의 동네 골목에는 두부를 만들어 파는 곳이 있다.
▲ 옥룡동의 동네 골목에는 한 줌의 콩나물도 팔고, 시중보다 저렴한 두부를 만들어 파는 곳이 있다.

소전과 시내버스터미널이 있던 80년대의 옥룡동은 돈이 돌던 동네였다. 타지에서 머물다가는 이들이 먹고 자야 해서 식당과 여관이 꽤 많았다고 한다. 지금의 공주대학교 옥룡캠퍼스의 전신인 공주간호전문대학 인근에는 하숙을 치는 집들도 많아졌다는데, 강북으로 상권이 옮겨가면서 마을의 모습은 많이 쇠퇴하기에 이른다.

노령인구가 늘면서 옥룡동은 마을 분위기가 침체한 듯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옛 정서가 그대로 남아 있어 대문을 열고 사는 집들이 적지 않은가 하면, 셈에 밝은 이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정이 넘치는 고장이기도 하다. 책 속에는 그중 일부나마 마을과 관련된 소개 글을 싣고 있다.

1
▲ 공주이야기 창작소의 첫 번째 이야기책, '블로그로 들여다보는함께하는 행복 옥룡'의 겉표지에는 ISBN을 넣었다.

1
▲ 100부에 지나지 않는 책자이지만, ISBN을 발급받았기에 적어도 국립중앙도서관에 마지막 한 권은 남게 되었다.

기록화 사업이라는 한 가지 목표만으로 열심히 함께 뛰어온 회원들, 아낌없이 지도 편달을 해주신 선생님들, 번잡하실 만도 한데 적극적으로 인터뷰에 응해주신 마을 분들 감사드릴 분들이 너무 많아 전시 시작 전에 꼭 한 가지 할 일이 있었다. ISBN 발급이 그것이다.

ISBN은 종이책 발행자 번호를 말한다. 내 책에 고유번호를 부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간 공모사업으로 발간된 좋은 책들이 사장되는 것을 여러 차례 봐 왔다. 『블로그로 들여다보는 함께하는 행복 옥룡』 첫 번째 이야기는 회원들의 땀과 열정이 녹아 있고, 혹여 누군가는 우리들의 활동으로 인해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 꼭 한 권의 책자만큼은 오래도록 세간에 남아 있길 바랐다. 리플릿 없는 전시에 맞춰 책자가 발간돼야 해서 잠시 ISBN 발급 포기를 생각했지만, 이 역시 주위에서 격려해 주시고 도움의 손길을 뻗어 주셔서 어렵사리 성사되었다.

과정 과정은 어려웠지만, 회원들이 노력과 주위의 도움으로 2023년 공주시 옥룡동 기록화 사업은 소기의 성과를 거두게 되었다. 다시 없을 좋은 기회를 주신 충남도와 공주시에 감사를 드리며, 소박한 전시와 한 권의 책자로 유종의 미를 거두었으니, 위로와 응원에 힘입어 '마을 활성화'를 위한 다음 목표를 향해 힘찬 걸음을 내디뎌 봐야겠다. 

제4유형
본 저작물은 "공공누리" 제4유형:출처표시+상업적 이용금지+변경금지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댓글 작성 폼

댓글작성

충남넷 카카오톡 네이버

* 충청남도 홈페이지 또는 SNS사이트에 로그인 후 작성이 가능합니다.

불건전 댓글에 대해서 사전통보없이 관리자에 의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