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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고 어려울 때면 ‘철이삼촌’한테 와”

시민단체탐방(18) 청소년들의 쉼터 홍성 청로회

2013.07.15(월) 14:32:12도정신문(deun127@korea.kr)

“힘들고 어려울 때면 ‘철이삼촌’한테 와” 사진

 


봉사는 ‘아픔’, 마음으로 나누는 것
죽음을 돌봐 삶을 깨닫는 봉사
상처받은 이에게 필요한 건 사랑뿐


요즘 세상은 웰빙(Well-being)이 대세다. “어떻게 하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가”를 걱정하며 많은 자원과 시간을 투자한다. 하지만 하루하루 생을 이어나가는 것조차 힘겨운 이들에게 웰빙은 사치에 불과하다. 불우한 가정환경으로 제 몸 하나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청소년에게 삶은 버텨야 할 과제다. 게다가 독거노인에게는 죽음조차 버겁다. 누구 하나 자신의 죽음을 돌봐줄 이 없는 탓이다. 어쩌면 이들에게는 웰빙 보다 품위 있게 죽을 수 있는 웰다잉(Well-dying)이 더 필요할지 모른다.

그래서 홍성 청로회에게 봉사는 ‘아픔’이다. 상처받고 외로운 이들의 마음에 도달하는 일 자체가 슬픔이기 때문이다. 결국, 참된 봉사를 위한 방법은 ‘사랑’밖에 없다는 게 이철이 청로회 대표이사의 깨달음이다.

죽음을 통해 삶을 배우는 봉사

청로회의 봉사에는 삶과 죽음이 공존한다. 일반적으로 청소년들의 봉사활동이 단편적으로 이뤄지는 데 비해, 이곳 청로회의 봉사는 지속적이고 진솔하다. 이곳 청소년들의 주요 봉사활동 중 하나는 독거노인 돌봄이다. 고등학생 6명이 한 조가 돼 조직적으로 봉사활동을 펼친다. 한 달에 두어 번 아이들끼리 시간을 내 음식도 해먹고 목욕도 시켜드린다. 어떤 아이는 5년째 독거노인을 위한 목욕봉사를 이어가고 있다. 한번은 할 수 있지만, 지속해서 봉사를 이어가기는 어려운 일이다.

무엇보다 가장 인상 깊은 것은 장례까지 손수 치른다는 것이다. “인연이 되면 마무리해라”는 가르침 속에 아이들이 직접 장례를 치르고 화장해 봉사를 마무리한다. 심지어 어떤 학생은 돌보던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10년간 제사를 지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청소년들이 타인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삶을 배우게 된다. 말 그대로 죽음을 돌봐 삶을 깨닫는 참교육의 실천이 열리는 공간이다.

이철이 이사는 “이 세상에 태어나 나보다 조금 더 어려운 분들을 어루만져주고 살 수 있다는 게 행복”이라며 “봉사의 시작은 잘하지만, 마무리는 없다. 책임지고 마무리를 하는 게 진짜 봉사”라고 강조한다.

청소년들의 영원한 히어로 ‘철이 삼촌’

청로회는 지난 1996년 홍주고등학교 학생들의 자발적인 봉사모임으로 출발했다. 지역 사회의 어려운 이웃에 사랑과 봉사를 실천해 따뜻한 사회를 만들고 건전한 청소년 문화를 조성하는데 그 뜻을 두고 있다.

현재 청로회 봉사활동은 토요동아리 활동의 일환으로 운영된다. 매월 2회 독거어른 가정방문 활동을 비롯해 매월 1회 목욕봉사활동, 공원 청소 및 하천 청소를 실천한다. 또 어머니 청로회와 함께 설과 추석에는 제사음식도 만들어 전달하고, 위기청소년과 함께하는 ‘따뜻한 정 나누기 캠프’도 꾸려나가고 있다.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모든 학생은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봉사활동이 자발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이곳 청소년들의 주인의식과 공동체적 감각의 성장은 남다르다.

그러나 이곳 청소년들이 봉사를 통해 삶을 배워가기까지는 ‘철이 삼촌’의 숨겨진 사랑과 희생이 큰 버팀목으로 작용했다. ‘철이 삼촌’은 이철이 이사를 부르는 애칭이다. 주위 사람들에게 이 이사가 이미 타인이 아닌 가족 같은 존재로 받아들여졌다는 증거다.

‘철이 삼촌’은 홍성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하면서 청소년에게 눈을 돌렸다. 특히 환경이 열악하고 위기에 처한 청소년들을 주요 봉사 대상으로 삼았다. 이들에게는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라는 판단이 앞섰기 때문이다.

불우한 가정형편에 집을 나간 청소년을 찾아 전국을 누비기도 했다. 어려운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부모도 포기한 아이를 위해 재판장에서 변론하며 싸웠다. “누군가 돕지 않았으면 벌써 잘못될 아이들”이라며 그들의 ‘아픔’을 감싸 안았다. 그래서 ‘철이 삼촌’에게 봉사는 ‘아픔’이었고, ‘사랑’만이 방법이었다.

이제는 자신이 돌봤던 아이들이 훌쩍 서 30대로 자랐다. 지금도 명절이면 아이를 안고 찾아오는 자식 같은 아이들이 생겼다. “네가 힘들고 어려울 때 아빠한테 와”라고 했던 게 어제 같은데, 이제는 그들이 “삼촌 내가 마지막에 다 정리할 테니 힘내요”라며 힘을 보탠다. 일생에 거쳐 실천해 온 ‘사랑’이 순환하는 기적의 순간이다.

이철이 이사는 “봉사활동을 하며 많은 것을 배웠으면 한다”며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더 나아가 다른 사람까지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박재현 gaemi2@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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