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문의 세 사위가 모두 이름이 알려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임진왜란이 처음 발발하고 나서 충주의 탄금대에서 몰살당한 조선군대를 이끈 신립, 임진왜란 내내 전국을 다니면서 조선의 위기를 넘겼던 인물 백사 이항복, 권율의 수하에서 동분서주하며 왜적을 막았던 막내사위가 정충신이다. 정충신은 윗 동서인 백사 이항복이 세상을 떠날 때 그 곁을 지켜주었다고 한다. 





둘째 사위인 오성이 “가문이고, 뼈대고 볼 것 없이 사위 삼으십시오.” 하고 권하였다고 할 만큼 정충신이라는 사람에 대한 평가가 남달랐던 듯하다. 현재 진충사에는 중요 민속자료 36호로 지정된 국가 문화재인 정충신 장군의 영정, 군기, 군복, 향로, 향합과 충청남도 문화재로 지정된 문화재 40점이 보존되어 있다고 한다.



비 내리는 날 정충신의 묘와 그 사당을 찾아서 이곳으로 왔다. 1576년 전라도 광주에서 태어난 정충신은 아버지가 중인이었고 어머니가 노비였기에 노비종모법에 따라 노비의 신분이 되었다. 그러던 중 1592년 형제소에서 실시한 무과에 응시해 합격하였는데 17살에 큰 공을 세우면서 노비신분에서 해방이 된다. 



정충신은 인조가 이괄의 난으로 저 아래지방인 공주까지 몽진을 가자 이괄을 막기 위해 남이홍과 같이 전투를 하게 된다. 병력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이괄의 난을 막으면서 충무공이라는 시호를 얻게 된다. 병조판서 이항복(李恒福)이 그에게 사서(史書)를 가르쳤는데 머리가 총명하여 아들같이 사랑하였다고 한다.



충무는 죽은 뒤 내려진 시호(諡號), 금남은 임금이 큰 공을 세웠다며 준 봉호(封號)이며 정충신은 고려말 명장 경렬공의 9대손으로 전남에서 태어났는데 공은 어려서부터 총명하고, 천문, 지리, 의술, 시문 등 다방면에 정통하였다고 한다. 



진충사에서 우측으로 1km 정도를 더 올라가면 정충신 장군묘가 나온다. 



권율의 딸과 같이 잠들어 있는 정충신의 묘에는 좌우에 망부석, 문인석, 동자상 등이 서 있는데 모두 같은 시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이괄의 난 때 공을 세워 진무공신 1등으로 금남군에 봉해졌는데 이때 국사봉을 중심으로 약 45만 평의 땅을 하사 받았다고 전해지고 있다. 



1633년 당진에 유배되어 가 있을 때 대로리에 묘소를 정하고는 죽은 뒤에 이곳에 장사를 지내도록 당부하였다고 한다. 



광해군 시절 적극적으로 명나라와 청나라를 오가며 각 세력의 동향을 꿰뚫어서 보고했으며 일개 병사로 군 생활을 시작했음에도 권율이나 이항복 같은 위인들에게 사랑받는 제자가 되었다. 1618년 스승인 백사 이항복이 인목대비 폐비론에 반대 입장을 밝히는데, 제자로서 같은 입장을 따르면서 스승을 따라 유배를 떠나기도 하였던 것이다. 



정충신의 삶은 다이내믹하고 운이 좋아서 당대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화자 되었다고 한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한 생각이 들게 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의 말년에는 1636년 병자호란이 일어나기 직전 병세 악화로 관직에서 은퇴하여 와병하다가 그 해 5월, 61세의 나이로 사망하였다. 인조는 정충신의 병을 돌봐주고 슬퍼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정충신장군묘
충남 서산시 지곡면 대요리 산 13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