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전형적인 주거공간에서 벗어나 새로운 형태의 집을 짓고 사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생애주기에서 학교를 다니고 직장을 얻고 퇴직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 과정이었지만 요즘에는 그런 형태의 생애라이프가 변화하고 있다. 물론 대도시에서 사는 것은 직장을 비롯하여 문화생활과 의료등의 편의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여가를 동시에 누리려는 사람들도 많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사람들은 주거비용이 저렴한 지방에 세컨드 하우스를 만들고 주말등에 방문하고 있다고 한다.
이곳은 100여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충남에서 강경, 논산과 더불어 충남의 3대 시장으로 불렸던 판교라는 곳이다. 서천군의 판교면은 나무판자로 다리를 놓았다고 해서 유래되었고 전국에 나무로 다리를 놓고 지나다니던 곳도 여러 곳에 그 지명이 남아 있다. 분당에 많은 기업들이 몰려 있는 지역도 판교다.
판교를 시간이 멈춘 곳이라고 하고 싶지는 않아 졌다. 여전히 시간이 흘러가는 곳이고 마을 통째로 등록문화재 지정되어 극장, 방앗간, 주조장, 사진관, 촌닭집과 30~70년대 옛 농촌마을 풍경 간직하고 있다고 해서 단순히 오래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곳에 간다면 꼭 냉면을 먹어보기를 권해본다. 서울의 삼대냉면집은 저리 가라고 할 정도로 맛이 있다. 아쉬운 것은 점심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문을 닫는다는 것이다. 영화가 개봉하는 날이면 멀리 부여·공주·보령 등 주변 도시에서도 찾아올 정도로 인기가 대단했던 판교극장도 아직 그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우체국은 현재 운영이 되고 있고 곳곳을 걸어 다니면 언제 문을 닫았는지는 알 수 없는 사진관이나 추억 속에서 볼만한 통닭집도 보인다. 요즘 치킨값이 많이 올라서 많은 사람이 외식비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주변 마을의 부러움을 사던 극장은 1970년대 텔레비전 보급과 함께 하향길로 들어서게 되었듯이 2030년대가 되면 OTT로 인해 지금의 극장형태는 완전히 바뀌게 될 것이다.
일제강점기에 군산, 장항, 김제 등에 일본인들이 많이 살았기에 이곳에도 일본인들이 살던 적산가옥이 남아 있다. 판교마을은 일제강점기에 농지가 부족해 쌀 수급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당시 이곳에 거주하던 일본인 지주는 집 앞에 서서 일본어로 일왕을 찬양하며 만세 삼창을 외쳐야 쌀을 빌려줬다고 한다.
판교마을은 그 흔한 카페도 하나 없을 정도로 개발의 손길이 닿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풍경을 고스란히 남아 있다. 옛 판교역 주변으로 형성된 상권 2만 2,965㎡가 통째로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되기도 했으며 문화재로 지정된 ‘구 중대본부’ ‘구 삼화정미소(오 방앗간)’ 같은 건물 외에도 ‘구 소방서 건물’, 우시장 인근에서 수십 년간 영업해 온 음식점들이 남아 있다.
이제 2024년의 설날도 얼마 남지가 않았다. 매년 시간이 지나면 가장 먼저 맞이하게 되는 것이 설날이다. 설날의 옛 풍경이 그림으로 그려져 있다.
물메기를 말려서 먹는 것은 바다 마을 사람들의 겨울철 대표적인 먹거리이기도 했다. 생물 물메기는 끓이면 그냥 풀어져버리지만 말린 물메기는 씹히는 맛이 있다.
판교도 변화를 시작하고 있다고 한다. 지금의 이 모습은 조금만 지나면 다른 모습이 될 수가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폐산업시설 유휴공간 문화재생사업’에 선정돼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는데 그전에 많은 것을 남겨보려고 한다.
꿈꾸는 능력과 행동하는 에너지에 따라 미래가 달라진다는 생각은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과 그렇게 세상이 변하고 조금은 살기 좋은 곳으로 바뀔 것이라는 믿음이 만나서 작은 미덕들과 즐거운 날이 계속되리라 확신한다. 올해는 판교 장날 한복을 입어볼까.
판교 시간이멈춘마을충남 서천군 판교면 종판로 8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