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2000년대 말쯤 부산의 한 마을에서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시작 된 벽화마을은 이제 지역마다 관광명소로 곳곳에 생겨난 듯 하다.
낙후된 지역을 재생사업의 명목으로 벽화로 꾸며 지역마다 여행지로 꽤나 인기몰이를 했었던 것 같다. 전국에 꽤 유명한 벽화마을들은 그 지역 여행코스로 이미 자리매김을 톡톡히 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
내가 몸 담고 있는 천안에도 벽화마을이 있는데 요즘은 사람들의 발길이 많이 뜸해진 것 같아 아쉬운 마음으로 오랫만에 이곳을 찾았다. 이곳은 천안 중앙시장 근처에 위치한 '미나릿길 벽화마을'이다.
예전에 이곳은 실개천이 흘러 그 주변으로 미나리밭이 형성되어 있었다고 해서 '미나리 마을'이라고 불리었다. 그래서 이곳의 지명은 미나릿길 00길로 골목마다 나뉘어져 있다. 네이버 검색창에 미나릿길 벽화마을을 검색하면 천안 중앙동 주민센터가 나온다. 하지만 위치는 중앙동 주민센터 뒷쪽으로 더 들어간 골목에 위치해 있다.
비교적 좁은 골목길이 3갈래로 나뉘어져 있는데 벽화는 이전에 비해 꽤나 많아진 것 같았다. 2012년부터 미나릿길 벽화마을의 작업이 시작되어 해마다 꾸준한 보수 작업을 한 이력이 벽면에 소개되어 있다.
많은 대학생과 중앙동 복지센터 그리고 중앙시장 상인회 등 많은 사람의 노고가 느껴지는 작업 사진들도 전시되어 있다.
많이 낡은 주택가에는 이미 사람들이 거주하지 않는 집들도 많아 보였다.그 탓에 골목은 많이 낙후되고 우울해 보일 수도 있는 곳인데 이렇게 화사한 벽화 그림들이 골목을 다시 활기로 가득 채운 느낌이다.
골목마다 테마가 조금씩 있어 보인다.동물들을 주로 그린 골목과 옛날 추억이 묻어 있는 곳, 그리고 화사한 꽃과 소풍 느낌의 공간 등 다양하다.
좁은 골목을 조심스럽게 걷다보면 저 멀리 북금곰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각 집 담장마다 다양한 작품들이 눈을 즐겁게 한다.
으르렁 호랑이와 독수리가 담장 밖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은 생동감 넘치는 벽화들은 남자아이들이 꽤나 좋아할 만 하다.
골목 어디든 예쁜 포토존이 되는 벽화마을은 아이들과 손잡고 와서 사진 찍기도 좋은 곳이다.
특히나 아이들은 애기때부터 공룡 인형이나 모형등을 좋아하는데 이곳에 다양한 공룡 작품들이 벽화되어 있어 무척이나 좋아할 것 같다.
채색작업으로만 된 벽화가 아닌 타일을 붙여 용의 형상을 표현한 입체감 있는 작품도 보인다.
두 마리의 용이 서로 마주보고 있는데 발톱 하나 하나 생동감이 넘친다.
동그란 안경이 귀여운 아이의 손에 은행잎이 휘날리고 그 옆으로 아이 둘이 철봉에 매달린 모습을 형상화 한 작품은 전봇대를 활용하여 센스가 넘친다.
담장마다 굴곡진 부분이나 파이프등 작업환경이 좋지 않았음에도 오히려 이렇게 불편한 부분들을 활용하여 작품으로 만들 생각을 하다니 대단하다.
엿장수 아저씨의 가위 소리가 들릴 것만 같은 래트로 감성의 화풍이 정감있다.
아이스케키를 들고 다니며 팔던 시절에 살았었는데 지금의 세대는 모든 것이 너무 급변하는 느낌이다.
불편하긴 했었지만 왠지 그 시절이 정이 더 넘쳤던 것 같아 그리워지곤 한다.
행복하자..우리!
예쁜 글귀들도 벽화와 함께 선명하다.
오색 풍선이 갈래길 중앙에 화사하게 길을 빛내고 정신없는 전깃줄 사이로 하늘에는 어느새 가로등이 켜졌다.
골목들이 모두 연결되어 있진 않고 막힌 길도 있어 가다, 보다, 서다, 그리고 돌아가다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해가 저물어 간다.
꽤 오랫만에 찾은 곳이여서 별 기대감이 없었고 벽화들은 방치되어 이미 흉물로 변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었는데 오히려 더 다양해진 벽화들과 깔끔하게 보수된 모습에 이제 막 벽화마을을 개발한 느낌이 들었다.역시 어디든 갈까?말까? 고민될 땐 그냥 가 보는 것이 최고의 정답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나릿길 벽화마을충남 천안시 동남구 영성동 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