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들의 삶을 재조명하고 그 의미를 되살려보는 것은 사람이 살아가야 될 이유와 의미를 살피는 데 있지 않을까. 어떻게 보면 유한한 삶인데 불구하고 그 한계를 넘어선 가치를 지향하려고 한다. 그래서 인간은 문명을 창조하고 문화를 향유하는 것이 아닌가. 한 사람의 좋은 이야기가 사람을 얼마나 행복하게 하는가, 그 발자취를 찾아가는 것은 의미가 있는 일이구나라고 생각할 때가 온다. 



서산문화재단과 안견기념사업회에서는 매년 안견과 관련된 행사를 개최한다. 올해 여름에는 안견의 예술적 기운이 있는 서산에서 2023년 안견문화제 전국청소년미술공모전 시상식을 개최하기도 했다. 그리고 올해가 가기 전인 2023년 12월 13일 서산문화복지센터 공연장(청소년수련관 2층)에서는 안견학술제를 열게 된다.
 


서산 지곡면에는 안견기념관이 있다. 매년 찾아가 보는 이곳에는 안견의 작품들이 놓여 있다. 풍경 그림을 안 그려본 사람들이 대부분이겠지만 풍경에도 화가마다의 색채가 있다. 몽유도원도는 안견이 독자적인 화풍을 형성하였고, 그러한 특징들이 후대의 한국 산수화에 큰 영향을 미쳤음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때도 지금도 누군가의 소개글은 필수적인 모양이다. 요즘에도 책을 출간하면 추천사가 뒤에 붙기 마련인데 몽유도원도에는 수많은 찬문들이 남겨져 있다. 이들 시문은 각 인물의 친필로 쓴 것이어서 그 내용의 문학적 특징은 물론 서풍(書風)까지 파악할 수 있다. 



안견 하면 대표적인 작품이 몽유도원도이다. 서산에 자리한 안견기념관에 가면 진품은 아니지만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볼 수가 있다. 몽유도원도는 안견의 독실한 후원자였던 안평대군(安平大君) 이용(李瑢)이 꿈속에 도원(桃源)을 방문하고 그 내용을 안견에게 설명하여 그리게 한 것이라고 한다. 역시 후원을 잘하면서 자신의 꿈속의 세상도 아름답게 그려줄 사람이 생긴다. 



자신만의 생각을 글로 남길 수 있듯이 그림으로 남기는 것도 의미가 있다. 자신이 생각한 대로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많지가 않다. 그만큼 많은 노력과 재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평가하고 비평하는 것에만 열중하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이 세상 어느 곳을 도원으로 꿈꾸었는가은자들이 옷차림새 아직도 완연하거늘, 그림으로 그려놓고 볼 진대 정말 좋은 일이니천여 년을 전하며 봄직하지 않은가삼 년 후 정월 초하루 밤치지정에서 이를 펼쳐보고 짓는다."   - 청지-



안견의 그림은 일본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조선 초기 안견파(安堅派) 산수화와 그 영향을 받은 일본의 무로마치시대(室町時代) 산수화에서 자주 볼 수 있다고 한다. 군국주의로 나아가던 1336년부터 1573년까지 일본을 통치한 막부지만 예술에 대한 갈증도 있었다. 일본의 역사를 보면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서 모방하면서 나라를 발전시킨 것을 자주 보게 된다. 

언젠가는 산수화를 그리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르겠지만 여전히 글로 세상을 표현하는 것에 끝이 없음을 느끼며 책으로 가는 문을 열어본다.



그의 생애에 대해서는 확실히 알려진 바가 없어 조선왕조실록이나 다른 기록들에서 잠깐 언급되는 것으로 추정하기도 하며 전해 오는 그림 역시 매우 적으며, 그의 작품인지도 확실하지 않은 것이 안타까운 점이다.



세조에 의해 안평대군이 숙청이 되고 나서도 안견은 세조대에도 그림을 그리며 작품 활동을 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림으로 안정적인 노년기를 보냈으리라 여겨지는 안견의 화풍은  조선 후기에 정선의 진경산수화가 등장할 때까지 전반적인 분위기를 장악했었다.





안견기념관에서 근무하시는 분과 차를 한잔 마시면서 올해 나온 햇밤을 먹어보았다. 안견에 대한 이야기와 서산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안견학술제에 대한 이야기까지 이어졌다. 


2023 안견문화제(2023. 12. 13)
서산문화복지센터
충남 서산시 서령로 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