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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1987년 금강 대홍수 이후 대폭우 내린 옥룡동의 긴박했던 순간들

안전신문고, 빗물받이 막힘 집중신고기간(6.26~10.15) 운영 중!

2023.07.17(월) 02:12:40 | 엥선생 깡언니 (이메일주소:jhp1969@naver.com
               	jhp1969@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7월 16일(일), 내리 4~5일 동안 내리던 비가 그치고 낮 시간대에는 잠시 햇살도 보였다. 전날 오전, 장대같이 비가 내려 아수라장을 방불케 한 공주시 옥룡동 피해 현장을 보고 온 터라 180도 바뀐 기상 상태에 든 배신감이란 이루 다 형언할 수 없었다.

공주시 우금티로 전경

▲ 폭우가 쏟아진 날 공주시 우금티로 전경


지난 7월 15일(토), 내리 사흘을 내린 빗살이 더욱 거세지더니 아침 8시경부터는 '안전 안내 문자'와 '긴급 재난 문자' 알림음이 요란하게 이어졌다.

공주시 버드나무1길이 침수되어 대피 명령이 발령되었으니, 인근 주민은 공주대 옥룡캠퍼스 한민족교육 문화원 컨벤션홀로 대비를 바라며, 공무원과 경찰의 지시에 따라주기를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교통 통제 중인 옥룡동교차로

▲ 교통 통제 중인 공주시 옥룡교차로 일대 상황
 

▲ 우금티로를 지나는 버스

▲ 침수된 공주시 우금티로를 지나는 버스와 보행자들


오전 9시쯤 공주터널에서 우금티로를 따라 옥룡교차로로 향했더니, 이미 옥룡교차로 일대는 어른 무릎까지 물이 찰 정도로 침수돼 있었다. 공주경찰서에서는 버스나 대형 트럭을 제외한 차량은 우회하도록 교통 통제 중이었고, 공주시에서는 도로 상황을 살피기 위한 차량이 현장에 출동한 상태였다 

공주대교 쪽으로 이동하려는 보행자들은 악취를 머금고 차오르는 물살을 뚫고 침수가 덜 된 'G' 마켓 주차장으로 올라갔다.
 

옥룡동교차로 인근에서 구호활동을 하는 119소방대원들

공주시 버드나무1길은 옥룡동 대추골과 우금티로 등지의 고지대에서 하천물이 흘러 내려오던 저지대로 현재는 모든 하천이 복개된 상태다.


'안전 안내 문자'와 '긴급' 재난 문자'를 통해 미리 알고는 있었지만, 공주시 버드나무1길 쪽은 인도와 차도 구분이 안 될 만큼 침수 정도가 심했다. 보트를 타고 고립된 사람들을 구조 중인 119구조대원들의 모습도 보였다.

공주시 무령로(옥룡동)

▲ 공주시 무령로(옥룡동) 일대 상황
 

공주시 옥룡동 금강아파트 전경

▲ 공주시 버드나무1길의 K아파트 침수 상황1
 

공주시 옥룡동 금강아파트 주차장 전경

▲ 공주시 버드나무1길의 K아파트 주차장 침수 상황2


G 마켓 주차장을 경유해 공주대교 쪽으로 이동해 보니, 경찰차, 119구급차, 소방차가 대기 중으로 주위는 긴박감이 감돌았다. '한반도 역대 최악의 홍수 TOP 4'의 3위에 랭크된 '1987년 금강 대홍수' 때 금강변에 자리해 침수 피해를 보았던 버드나무1길의 K 아파트에 도착해 보니, 집중 호우에 침수된 차량이 보였다. 할머니 댁에 놀러 왔다가 물난리를 겪는다는 여대생은 "건물 1층 베란다까지 물이 차 있는 상태예요."라며 짐 몇 가지를 들고는 걸어서 공주종합터미널로 가는 길이라고 했다.

공주대교에서 바라본 폭우 속 금강

1987년 금강 대홍수 때는 상판까지 물이 찼다는 공주대교에서 바라본 폭우 속의 금강
 

금강을 누비며 구호 활동을 하는 해병대 전우회

▲ 금강을 누비며 구호 활동을 하는 해병대 전우회


오전 9시 45분경 공주대교에 다다랐더니, 아연실색할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멀리 금강교는 수위가 높아져 범람 직전이었고, 방송에서 들은 대로 대청댐에서 초당 2,500t(톤)을 방류했기 때문인지 공주대교 밑을 흐르는 강물은 공포심을 불러일으킬 만큼 빠른 유속을 보이고 있었다. 그 와중에 해병대 전우회에서는 금강을 돌며 피해를 살피고 구조활동을 하고 있었다.

공주시 옥룡동 금강아파트

▲ 공주시 버드나무1길의 K아파트 주민 구조 현장1


다시 K 아파트로 돌아와 보니, 아파트 입구에서 타이어 가게를 운영하는 사장님은 직원과 함께 119구조대원들을 도와 인명 구조에 앞장서고 있었다. 언제부터 인명 구조가 시작됐는지 타이어 가게 사장님의 딸은 연신 "아빠, 이제 그만해." 발을 구르며 애원해, 보는 이의 마음마저 아프게 했다.


배변줄을 차신 할아버님 한 분이 구조되었다. 아드님과 약봉지를 챙기기 위해 타이어 가게 사장님은 다시 보트를 몰았다. 술에 취한 채 자신은 절대 집에서 안 나간다는 주민 한 분을 설득하지 못했노라며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이때까지 구조된 주민들을 대피처로 옮겨갈 공용 차량은 준비되지 못했다.
 

옥룡동교차로 도로 상황

▲ 공주시 버드나무4길의 침수 현장
 

공주시 옥룡 4통 주택 마당까지 비가 들어와 있다.

▲ 공주시 버드나무4길 주택 마당까지 빗물이 들어와 있다.


집에서 입고 있던 옷차림 그대로 빠져나온 주민들은 무섭게 내리는 비를 그냥 맞아야 해서 공주시 버드나무4길에 사시는 지인에게 전화해 자초지종을 전하니, 수건을 챙겨주마 했다. 수건을 받으러 버드나무4길에 들어서 보니, 이곳도 주택 마당에 찰 정도로 이미 빗물이 들어차 있는 상태였다.

공주시 옥룡4통 주민께서 수건을 챙겨 주셨다.

▲ 공주시 버드나무4길 주민께서 수건을 챙겨 주셨다.


감사하게도 사정을 들은 동네 주민께서도 수건 몇 장을 챙겨 주셨는데, "여기서 수십 년을 살았어도 이런 물난리는 처음이다."라고 하시면서 대피소로 가지 않고 물이 차도 2층에 머물 거라고 말씀하셔서 걱정이 앞섰다.

소방대원들이 비 피해 현황을 살피러 골목을 돌고 있다.

▲ 119구조대원들과 옥룡동 주민 몇몇이 비 피해 현황을 살피러 공주시 버드나무4길 골목을 돌고 있다.


119구조대원들과 통장님이 동네를 돌며 대피소로 이동하지 않은 분들을 대피시키기 위해 계속 독려하고 계셨는데, 옥상에서 밥을 해 먹는 한이 있어도 집을 떠나지 않겠다고 고집하는 분도 있었다고 한다.

물이 불어난 공주시 옥룡4통 골목길

▲ 물이 불어난 공주시 버드나무4길의 골목길 침수 현장
 

공주시 옥룡동 통장님들이 골목을 돌며 주민들을 대피시키고 있다.

▲ 공주시 옥룡동 통장님들이 골목을 돌며 주민들을 대피시키고 있다.


30분이 채 지나지 않아서 버드나무4길에도 계속해서 물이 유입돼 성인 남자 무릎까지 차올랐다. 지나다 보니, 통장님 한 분이 자택에 머물고 계신 어르신들 댁을 방문해 대피소로 이동하시도록 안내해 드리고 있었다. 잠시 후 다른 곳을 돌고 오신 다른 통장님과 나누는 대화를 옆에서 들으니,

"나, 새벽 6시부터 나와서 이러고 있어."
"6시가 뭐여. 나는 새벽 3시부터 나와 있어."라고 말씀하신다. 감사한 분들이다.
 

공주시 옥룡동 금강아파트 주민 구조 현장2

▲ 공주시 버드나무1길의 K 아파트 주민 구조 현장2


오전 10시 30분경이 되자 K 아파트는 성인 남자 허리까지 물이 차올랐다. 집에서 나오지 않겠다던 고층의 거주자들도 사태의 심각성을 느꼈는지 적극적으로 대피하기 시작했다.

옥룡교차로

▲ 공주시 옥룡교차로 일대의 오전 11시경의 침수 현장


K 아파트에서 다시 옥룡교차로 쪽을 살피러 간 것은 오전 11시경이다. 옥룡교차로에 도착했다가 침수된 차량의 꼭대기만 보일 정도로 단시간에 수위가 올라간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G 마켓 주차장 계단까지 물이 차서 관계자한테 양해를 구하고 뒷문을 통해 이동할 수밖에 없었는데, 1시간 30분 전만 해도 물이 전혀 안 찼던 마켓 건물 후면마저도 무릎까지 물이 차오를 정도였다.

2시간 넘게 계속된 집중 호우로 수위가 상승한 옥룡동교차로 상황

▲ 2시간 넘게 계속된 집중 호우로 침수된 옥룡교차로 일대 상황


버스와 트럭도 통제를 받을만큼 침수 지역이 늘어갔다. 통제 상황을 모르고 공주터널 쪽에서 우금티로로 진입한 차들은 죄다 왔던 길을 되돌아 나가야만 했다.

침수지대가 아닌 곳에서도 비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 침수지대가 아닌 곳에서도 비 피해가 속출했다.
 

흙 자루를 쌓아 주택 안으로 들어오는 물을 막고 있는 주민들과 119소방대원들

▲ 흙 자루를 쌓아 주택 안으로 들어오는 물을 막고 있는 공주시 중골1길 주민과 119구조대원들


침수 피해가 큰 공주시 버드나무 1~4길 외에도 폭우로 피해를 보는 분들이 있었다. 귀가하는 길에 우연히 공주대학교 옥룡캠퍼스 후문 옆 중골1길 골목에서 망치를 들고 빗물받이를 해체하려는 노부부를 목격했다. 올봄 인근에 쌈지 주차장을 조성하며 골목 안까지 아스콘을 깔았다는데, 그때 빗물받이를 걷어내지 못하도록 아스콘으로 마감했다고 한다. 지상에서 25cm 이상 떨어진 지하에 묻힌 배수관이 막혔는지 빗물이 고이더니, 빈집 상태인 옆집 마당으로 물이 범람하기 시작했고, 노부부 댁 지하로 물이 차서 빗물받이를 강제로 걷어내려던 참이란다.

빗물받이는 철거하지 못한 채, 지나가던 119구조대원들의 도움으로 자루에 흙을 채워 임시방편으로 둑을 쌓아 두긴 했는데, 문제가 잘 해결됐는지는 모르겠다. 119구조대원들이 "비 그치는 대로 옥룡동 행정복지센터에 민원을 넣으셔야겠어요."라고 조언하는 것까지 듣고 11시 40분경 귀가를 서둘렀다. 다행히 무섭게 내리던 빗발은 조금 순해졌다.

배수구를 정비하는 옥룡동 주민

▲ 배수구(빗물받이)를 정비하는 옥룡동 주민


다음 날, 아무래도 공주시 중골1길의 노부부 댁 문제가 계속 신경 쓰여 방법을 찾다가 '안전신문고(https://www.safetyreport.go.kr/#main)'에 접속해 보았다. 다행히 환경부와 행정안전부에서 도심 침수 예방을 위한 '막힘없는 빗물받이 만들기' 캠페인의 하나로 '빗물받이 막힘 집중신고기간(6.26~10.15)'을 운영 중이었다. 노부부께서 옥룡동 행정복지센터에 도움을 청하셨을 수도 있는데, 캠페인 기간을 확인한 김에 한시라도 빨리 문제가 해결되면 좋을 듯해서 대신 신고 절차를 밟았다.

뉴스나 SNS에 올라오는 기사를 보면 4일간 490.5mm의 폭우가 내린 공주시는 1987년 이래 인명·재산 피해가 이만저만 큰 게 아닌 듯하다. 도심을 관통하는 제민천이 범람했고, 금강변의 아파트들은 침수 피해가 컸으며, 공산성의 금서루 비석군 위쪽 사면이 무너지고, 공산성 만하루는 지붕만 남기고 물이 차는 등 문화재 훼손도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한다. 올 장마는 아직 끝난 게 아니니, 그런 만큼 드러난 문제점과 다가올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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