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통합검색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화면컨트롤메뉴
인쇄하기

사는이야기

이 전시, 보이지 않는 것들을 통한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우다!

2023.07.12(수) 06:32:17 | 엥선생 깡언니 (이메일주소:jhp1969@naver.com
               	jhp1969@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요즘 머리가 복잡해질 때마다 동영상 공유 서비스에 접속해서, 보는 것만으로도 위안을 주는 판다 가족의 일상을 살피곤 한다. 처음에는 1분~3분 영상이 너무 짧게만 느껴지더니, 이제는 그 짧은 시간을 못 견디고 '쇼츠(shorts)'로 보고 싶은 순간만 선택해서 보고 있다.
쇼츠를 보다 보니 더러 '두뇌 운동'에 좋다는 영상이 보이는데, 처음에는 '틀린 그림 찾기'의 하나라고 예단하고 콧방귀 뀌며 덤볐었다. 그러다가 3개 중 한 개도 못 찾는 경우가 허다해지면서 영상이 뜨면 아예 화면을 넘겨 버리게 됐다. 어쩌다 서로 다른 곳을 찾아내 보면 작은 점이나, 짧은 선이 있고 없고의 차가 전부였는데, 막상 다른 곳을 찾아내고 두 개의 영상을 비교하면 그 미세한 차이로 두 영상의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는 걸 느끼며 놀라곤 한다. 

이미정갤러러(공주시 감영길 12-1)
▲ 이미정갤러러(공주시 감영길 12-1)

김영임 개인전 'Invisible things (보이지 않는 것들)'
▲  2023.7.4~7.10, 이미정갤러리에서 김영임 개인전 'Invisible things (보이지 않는 것들)'이 열렸다.

며칠 전, 바빠진 일상을 핑계로 전시장에는 거의 못 가고 있다가 모처럼 아는 작가의 SNS를 보고 공주 감영길에 자리한 이미정갤러리를 찾았다. 전시 주제인, 'Invisible things (보이지 않는 것들)'만 듣고서는 어떤 작품들과 만나게 될 지 감이 잡히지 않아서, 갤러리를 찾아가는 내내 궁금한 게 참 많았다.

1
▲ 방명록을 작성하려다 보니, 왼쪽 벽면에 김영임 作, 백제전석(百濟全席 Ⅲ, 2021년)이 걸려 있다.

개인전 '보이지 않는 것들'을 연 김영임 작가는 충남대학교 산업미술학과(공예) 졸업했다.
▲ 개인전 '보이지 않는 것들'을 연 김영임 작가는 충남대학교 산업미술학과(공예) 졸업했다.

인기척에 관람객을 맞으러 나온 작가는 연신 땀을 훔치며 전시장에 들어선 관람객이 잠시 한숨을 돌릴 수 있게 시원한 음료부터 권했다. 잠시 작품과 무관한 대화를 하다 돌아서는 작가의 모습이 인상적이어서 사진 촬영을 부탁하니, 감사하게도 겸연쩍어하면서도 선뜻 응해주었다. 팸플릿 표지에 소개된 김영임 작가의 작품 '7년 된 라벤더(2023년 作)'는 그 옆에서 선 작가와 동화된 듯 보였다. 작업 노트에서 '무심하게 지나치는 일상 속에서 보이지 않는 것들의 소중함을 한 번 더 생각해 본다.'라고 했던 작가의 감성과 전시 의도가 채 전시 작품을 둘러보기도 전에 전해지는 순간이었다.

이미정갤러리 전시장 내부1
▲ 이미정갤러리 전시장 내부1

초록빛 일상
▲ 김영임 作, '초록빛 일상(좌)'과 '창문 옆(우)'

김영임 작가의 '보이지 않는 것들' 전시 소식을 전한 작가는 어떠한 선입견도 주고 싶지 않았는지 처음 그의 SNS에 올라온 전시 소식에서 작가나 작품에 대한 설명이나 소개는 자세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처음에는 드로잉(단색의 선을 사용해서 사물의 형태와 명암 위주로 간소하게 그리는 그림) 작품이 전시되는 것으로 여기고 전시장을 찾았었다.

김영임 作, 친구에게
▲ 김영임 作, '친구에게(2023년)'

김영임 作, 친구에게 (부분)
▲ 김영임 作, 친구에게 (부분)

섣부른 판단은 세 번째 작품인 '친구에게'를 살피다 스스로를 당황하게 했다. 바늘과 실로 드로잉 하듯이 완성한 작품을 보고 나자 "예민함을 덜어내기 위해 투박하게 천을 자르고 붙이고 선을 그리는 과정에서 형태에 대한 집착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었다."라고 적은 작가 노트가 그제야 이해가 되었다.

이미정갤러리 전시장 내부 2
▲ 이미정갤러리 전시장 내부 2

2
▲ 김영임 作, '담다 (2017년)'

3
▲ 김영임 作, '백제전석(百濟全席 Ⅰ, 2018년)'

(부분)
▲ 백제전석 (부분)

조금 더 자유로운 작업을 하고 싶었다는 작가의 변(辯)처럼 몇 점의 작품을 둘러보고 나니, 나 역시 관람객으로서 작품을 대하면서 고정관념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었다. 하지만, 이후 몇 점은 작품명을 보기도 전에 작가가 작품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것들이 앞서 둘러본 작품들보다는 쉽게 다가왔다. 이 또한 섣부른 판단인지 모르겠지만, 작가에게 직접 물어볼 기회를 놓친 것은 두고두고 후회되었다.

이미정갤러리 전시장 내부 3
▲ 이미정갤러리 전시장 내부 3

다음 전시 공간에 들어서 감상한 작품들의 이해는 화가 이만우의 글에서 도움을 받기로 했다.

"그린다는 것과 바느질한다는 것은 그 위치와 성향이 매우 다르나, Drawing이라는 공통 분모를 갖는다.
무기교 속의 힘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더욱더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현실을 직감할 뿐이다.
그러나 다소 마음의 위안을 가져다주는 것은 작품이 그냥 쉽게 그려지고 만들어지면
그저 유희 내지는 손끝에서 나도는 한낮 기능에 불과할진대
끝없이 펼쳐진 한 땀 한 땀의 바느질은 절로 경종을 울리기에 가슴 뭉클해짐을 느낄 수 있다.
 
-화가 이만우의 글 中-

김영임 作, 들여다보기(부분)
▲ 김영임 作, '들여다보기(부분)'

1
▲ 김영임 作, '오감도 Ⅱ/ 오감도 Ⅰ(2015년)'

2
▲ 김영임 作, '나비잠 Ⅰ(2022년)'

전시장에 들어설 때부터 김영임 작가의 세심하고 배려심 깊은 성품은 감지됐다. 하지만 그녀는 작품 하나하나에 대한 작가의 작업 의도를 전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불고하고 30점이 조금 안 되는 작품이 걸린 전시 공간을 돌면서 섬세하지만 날카롭지 않고, 익숙하지만 단순하지 않은 작품들을 통해 갤러리 문을 열고 들어오기 전의 나와는 확연히 달라진 나를 발견하고 돌아갈 수 있었다. 모처럼의 갤러리 나들이는 판다 가족의 일상만큼이나 큰 위안을 안겨 주었다.


이미정갤러리
충남 공주시 감영길 12-1
 
 

엥선생 깡언니님의 다른 기사 보기

제4유형
본 저작물은 "공공누리" 제4유형:출처표시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엥선생 깡언니님의 SNS]
댓글 작성 폼

댓글작성

충남넷 카카오톡 네이버

* 충청남도 홈페이지 또는 SNS사이트에 로그인 후 작성이 가능합니다.

불건전 댓글에 대해서 사전통보없이 관리자에 의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