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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이 동네에도 있어요! 추억과 애환을 품은 나무전봇대~

2023.05.30(화) 00:18:15 | 엥선생 깡언니 (이메일주소:jhp1969@naver.com
               	jhp1969@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공주시 옥룡동 버드나무 4길 골목길 풍경

▲ 공주시 (옥룡동) 버드나무 4길의 골목길 풍경
 

이동네에도있어요추억과애환을품은나무전봇대 1


얼마 전, 공주시 (옥룡동) 버드나무 4길의 골목길을 지나게 됐습니다. 마을 주민들의 노력 덕분인지 골목이 무척이나 깨끗하고 예뻤습니다. 그런데 담장마다 동일한 화분이 걸린 건 개개인이 힘쓴 흔적은 아닌 걸로 보였습니다. 나중에 이 동네에 사시는 분께 여쭤보니, 공주시도시재생지원센터의 소규모 주민공모사업에 선정돼 아름다운 마을 가꾸기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전봇대는 전기, 통신, 방송 등을 유선으로 공급하기 위해 설치되는 기둥을 말합니다. 전봇대는 '전보'에서 온 말이고, 전신주는 '전신'에서 온 말로 전보나 전신을 보낼 일이 흔치 않으나, 굳어져서 사용되는 용어이다.

▲ 전봇대는 전기, 통신, 방송 등을 유선으로 공급하기 위해 설치되는 기둥을 말합니다. 전봇대는 '전보'에서 온 말이고, 전신주는 '전신'에서 온 말로 전보나 전신을 보낼 일이 흔치 않으나, 굳어져서 사용되는 용어이다.


그런데 깨끗하고 아름다운 (옥룡동) 버드나무4길에도 눈에 거슬리는 것이 있었는데요, 전봇대(전신주)에 잔뜩 매달려 있는 전깃줄(전선)이 그것이었습니다. 전봇대는 보통 상가 및 번화가의 경우는 30m, 도시에서는 40m, 농촌에서는 50m 이하 간격으로 세워진다고 합니다. 이 골목 안에도 50m 간격으로 세워졌을 전봇대가 셀 수 없이 많은 전선을 매단 채 서 있었습니다.

한국전쟁 이후에 미군 측에서 한국으로 사진 여러 장을 보냈는데, 그 사진 속에서 통나무 전봇대를 확인할 수 있다.

▲ 한국전쟁 이후에 미군 측에서 한국으로 사진 여러 장을 보냈는데, 그 사진 속에서 통나무 전봇대를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 전봇대가 도입된 것은 1920년대부터라고 합니다. 그때부터 1950년대까지는 (통) 나무전봇대가 사용됐다고 하는데요, 이 경우 습기 때문에 나무로 된 본체가 썩을 우려가 있어 땅에 파묻는 아랫부분은 송진을 칠하거나 그을려 훈연한 후 묻었다고 합니다.

나무전봇대는 여러 문제점으로 인해 1970년대에는 본격적으로 콘크리트나 철 재질로 바뀌었고, 1980년대 이후에는 전선 지중화 사업을 통해 전봇대가 없는 시가지나 신도시들이 나타나게 됩니다.
 

공주읍사무소 맞은편 골목의 통나무전봇대

▲ 구 공주읍사무소 맞은편 골목길의 통나무전봇대


드물지만, 전국 곳곳에는 여전히 나무전봇대가 남아 있습니다. 공주시의 구 공주읍사무소 맞은편 골목에도 나무전봇대가 보이는데요, 언제 누구에 의해서인지 확인할 길은 없지만, "공주 유일의 나무전봇대"라는 수식어를 달고 존재가 알려져 있습니다.

검색해 보니, 모 언론사의 시민기자가 2009년에 발견해 지면에 소개한 것이 가장 오래된 것으로 보입니다. 당시 그는 '공주시 유일의 나무전봇대'라는 수식어를 사용하지 않았는데도 왜 그런 수식어가 붙게 됐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공주시에 남아 있는 나무전봇대는 구 공주읍사무소 맞은편 골목에만 남아 있는 것은 아닙니다.

공주시 옥룡동의 통나무전봇대가 있는 골목

▲ 국고개(공주시 중동과 옥룡동 사이에 있는 고개를 말한다. 일부에서는 이곳은 '갱경골'이라 하고 공주 큰 사거리에서 대전 방향으로 난 도로 위의 고개를 '국고개'로 해야 맞는다는 주장이 있다.) 안쪽 골목에는 통나무전봇대가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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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시 옥룡 1길에는 나무전봇대가 2개나 남아 있습니다. 보안등 번호로 소개하면 202번과 208번입니다. 골목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 있습니다.

구 공주읍사무소 맞은편의 나무전봇대처럼 골목 안에 있어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아서 관심을 두고 살피는 사람들만 찾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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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등 번호 202번이 붙은 나무전봇대는 2년 전 여름에 발견했습니다. 주택 담벼락에 바짝 붙어 서 있는데, 집주인 아주머니께서는 "빨리 (나무전봇대) 좀 없애 주면 좋겠다."라고 성화셨습니다. 불만의 진원지는 전봇대가 아니라 무겁게 매달린 전깃줄과 전자파의 유해성인 듯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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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보안등 번호 208번이 붙은 나무전봇대는 보안등 번호 202번을 찾은 며칠 뒤에 발견했습니다. 어쩌면 가까운 곳에 나무전봇대가 더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인근 골목을 돌아다니다 찾게 되었습니다.
 

옥룡 1길에서 만난 아주머니의 경우처럼 전봇대는 보행에 지장을 주고, 건강을 위협하는 유해물로 인식하는 사람이 많다 보니, 언제 없어져도 이상할 게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주변 모습을 몇 장의 사진에 담아 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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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그리 오래지 않아 우려했던 일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날이 쌀쌀해지기 시작하면서 나무전봇대 맞은편에 있던 주택 한 채가 헐렸고, 공터였던 자리에는 쌈지 주차장이 들어서기 시작했습니다. 쌈지주차장이 들어서니, 주택가 주차 문제는 다소 해결된 듯 보였습니다. 몇 년을 쓰레기 무단 투기장으로 흉하게 변했던 공터는 더 이상 보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있던 것이 없어지기도 하고, 없던 것이 생겨나기도 하면서 몇 달 사이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공주시 옥룡 1길에 있던 주택의 붉은 벽돌 담장은 사라지고, 쌈지주차장의 옹벽이 만들어졌다.▲ 공주시 옥룡 1길에 있던 주택의 붉은 벽돌 담장은 사라지고, 쌈지주차장의 옹벽이 만들어졌다.


한때 키가 큰 사람을 가리켜 ‘전봇대’라고 부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숨바꼭질하며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인다."를 외치며 술래가 기대던 곳도 전봇대였습니다. 연인들이 밀회를 나누던 곳, 귀가가 늦은 아들딸을 기다리던 부모님이 애태우며 기다리던 곳도 가로등이 켜진 전봇대였습니다. 잃어버린 반려견을 찾는 전단지가 붙어 있기도 하고, 최근에는 전봇대마다 고유번호가 매겨져 있어서 비상시에 자신의 위치를 외부에 알릴 수도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장마철에 전신주 전선이 끊어진 줄 모르고 지나다가 감전사를 당하기도 하고, 높은 전신주에 올라 고압 전류에 안타까운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고, 날짐승들 등쌀에 정전으로 경제적 피해를 입기도 합니다.


공주시 버드나무4길의 골목길에서 보았듯 거리 미관을 해치고, 감전사를 비롯해 각종 사고가 발생해 점점 사라지고 있는 전봇대입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추억의 장소이자 도움을 받는 고마운 존재이기도 합니다. 특히 희귀해진 나무전봇대는 100여 년의 역사를 담고 있으면서도 언제 사라질지 모를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그 때문에
 전봇대에 잊고 싶지 않은 추억이 있는 분, 잊지 못할 애환이 있는 분이라면 타이밍을 놓치기 전에 공주시 옥룡1길에 있는 나무전봇대를 서둘러 보고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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