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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

수수께끼로 남아 있는 비선거리 인근의 일본인 묘와 묘비

공주시 옥룡동 버드나골 밤나무밭 가운데에는 일본인의 묘와 묘비가 서 있다.

2023.03.18(토) 09:19:30 | 엥선생 깡언니 (이메일주소:jhp1969@naver.com
               	jhp1969@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공주 공산성 금서루 입구 비석군

공주 공산성 금서루 입구에는 공주와 관련된 인물들의 행적을 기리기 위해 세운 47기의 비석들이 있다. 공주시 곳곳에 흩어져 있던 비석들을 모아 놓은 것으로 충청감영과 공주목 관아에 부임한 관리들의 송덕비, 제민천교영세비 등이 보인다.


공주 공산성 서문인 '금서루(錦西樓)' 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오른 편으로 비석들이 죽 늘어서 있는 걸 보셨을 거예요. '이런 곳에 웬 비석이지?' 호기심에 고개를 빼고 들여다보는 분이 있는가 하면, "어우! 칙칙해." 하며 고개를 돌려 애써 피하는 분도 있으리라 생각되는데요. 오늘은 얼마 전 공주 공산성 금서루 비석군과 관련이 있는 장소를 다녀왔기에 그곳으로 안내해 볼까 합니다.

월당

 2019년 공주문화원에서 발행된 월당 윤여헌의 『공주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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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주시 옥룡동에 위치한 일본인 묘는 1990년 경에 서봉식(徐奉植)씨가 발견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향토연구〉 8집(충남향토연구회 1990년)에 그 비와 비문에 대해 소개한 바 있다.

 

그곳을 찾게 된 계기는 故 공주대학교 윤여헌 교수의 저서 『월당 윤여헌의 공주 이야기』에서 비롯되었어요. 2019년 발행된 저서에서 선생은 3장여를 할애하여 '옥룡동 소재 일본인 묘 재론-공주 옥룡동 소재 '일본인 묘비'를 통한 주인공 행적 재고-'라는 주제로 공주시 옥룡동에 있는 일본인 묘에 대해 기술하고 있었는데요, 밤나무밭 한가운데 있다는 일본인 묘가 어찌 궁금하지 않겠어요? '언제 한 번 가 봐야지.' 몇 번을 벼르다 결국 실행에 옮기게 되었어요.
 

공주시 옥룡동 버드나무길 전경

▲ 공주시 옥룡동 전경
 

공주시 옥룡동 버드나무길 공용주차장

▲ 공주시 옥룡동 버드나무길에 쌈지주차장이 조성되었고, 이 주차장으로 올라오는 골목 입구에 비석들이 늘어서 있었다고 한다.


공주 공산성 금서루 비석군과 관련 있는 장소 인근에는 장기대(杖基臺; 공주시의 옥룡동에서 강 건너 시목동으로 연결되었던 나루)의 서쪽에 있다고 해서 '비선거리'라 불리던 곳이 있습니다.
고려 때의 효자, 이복(李福)의 비가 서 있는 거리라 해서 '비석거리'라 불리다 일제강점기에 '비선거리'가 되었다고 해요. 이 비선거리 아래에 있는 마을이 〈柳洞〉 또는 〈버드나무골로 불리는 곳으로 오늘의 목적지입니다. 1970~80년대 이후부터는 도랑이 복개되고, 신작로가 생기면서 주택이 늘어나는 등 마을 모습이 많이 변해서 이제는 흔적이 남아 있지 않지만, 지명은 버드나무가 많았던 데서 유래됐을 것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일본인의 묘가 보이는 풍경

▲ 일본인의 묘비로 가는 길1
 

일본인의 묘비로 가는 길2

▲ 일본인의 묘비로 가는 길2


공주시 옥룡동 버드나무골 쌈지주차장 인근에는 동네 부잣집으로 소문난 어르신 댁이 있습니다. 어르신은 1949년부터 현재 집터에서 살아오고 계셔서 마을 내력에 대해서도 소상히 알고 계신다는데요, 그 댁 뒤편에 있는 밤나무밭에 오늘 소개할 일본인 묘와 묘비가 자리해 있습니다.
 

일본인의 묘비가 있는 두릅밭

▲ 일본인의 묘비가 있는 두릅밭


좁은 골목길을 얼마간 오르니 밤나무밭이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둘러봐도 산소나 묘비는 보이질 않았어요. 목적지의 진입로를 잘못 찾았나 싶어 되돌아가려다 일부러 찾아왔는데 헛걸음을 할 수는 없었어요. 일대에서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 찬찬히 둘러볼 요량으로 밤나무밭 가장 위쪽으로 향했는데, 다행히 마침 밭 정리를 하고 계신 어르신 한 분을 뵙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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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하반기 도시재생 소규모 주민공모사업(옥룡동, 사람들이야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제작된 『柳村 버드나무마을 그땐 그랬지』에도 일본인 묘에 관한 이야기가 간략히 실려 있다.


버드나무골 동네 부잣집의 안방마님이셨어요. 3~4년 전부터 밤나무 몇 그루를 베어내고 두릅을 재배하고 있는데, 날이 풀려서 농사일을 준비하러 나오셨다고 하시더라고요. 일본인 묘를 찾고 있다고 말씀드리니, 두릅밭 끄트머리 쪽을 가리키십니다. 그제야 두릅나무 사이로 석비 한 기가 보였습니다. 어떻게 정확한 장소를 알고 계신지 궁금하여 이런저런 얘기 끝에 여쭈니, 1958년 23살에 버드나무골로 시집와 밭 가운데 있는 묘와 묘비를 65년간 봐 왔는데 어찌 모르겠냐고 말씀하세요. 그러시면서 어르신 댁으로 올라오는 골목 입구에 늘어서 있던 비석들은 전부 공산성으로 옮겨졌는데, 이 비석만 남았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옮겨졌다는 비석은 공산성 금서루 입구의 비석들을 말씀하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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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묘비 뒤로 故 칸 신타로(管辰太郞)의 산소가 보인다.


어르신의 말씀을 들으며, 잠시 묘와 묘비를 살펴보았어요. 앞서 언급한 『월당 윤여헌의 공주 이야기』에 의하면, 공주시 옥룡동 버드나무골에 자리한 일본인 묘의 주인은 故 칸 신타로(管 辰太郞)라는 인물이라고 합니다. 그는 1875년 경 한국에 건너와서 일제강점기 당시 충청도청소재지였던 공주에 자리를 잡고 제중 사업에 공로가 많았다는데요, 1928년 후사(後嗣) 없이 병환으로 죽자 유지들이 모금에 동참하여 장사를 지내고 비석을 세웠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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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묘비의 측면▲ 故 윤여헌 교수는 『월당 윤여헌의 공주 이야기』에서 공주시 옥룡동 버드나무골에 남아 있는 일본인 묘에 여러 의문점을 제기하고 있다.


故 윤여헌 교수는 일본인의 묘가 공주시 옥룡동 버드나무골에서 무연고 묘로 방치되고 있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2004년 일본인 친지를 통해 묘 주인의 가족을 찾기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로 가족관계는 알 수 있었으나 일본의 가족들의 응답은 없었다고 합니다.


65년 동안 밭 가운데 있는 일본인 묘를 봐왔다는 버드나무골 어르신 댁에서는 함부로 없앨 수가 없어서 그냥 두고는 있다고 하시며, 비선거리에 있던 비석들이 공산성 금서루 입구로 옮겨진 것처럼 밤나무밭 일대가 공산성 둘레길 조성 사업지로 수용될 때 적당한 장소로 옮겨지길 바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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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故 칸 신타로(管 辰太郞)의 묘소는 공주 공산성 동쪽에 인접한 곳에 자리해 있으며, 그의 묘비 너머로 보이는 곳은 옥려봉이다.


공주시 옥룡동 버드나무골 인근 비선거리에 있던 비석들이 공산성 금서루 입구로 옮겨진 후에도 돌보는 이 없이 개인 땅에 남아 있는 일본인의 묘와 묘비를 돌아보고 나니, 금서루 비석들과는 성격을 달리하고 있어 향후 그 거취가 주목됩니다. 아울러 한· 일 매장 풍습의 차이로 볼 때, 조선인들이 세웠을 것으로 추측되는 일본인의 묘와 묘비를 통해 드러나지 않은 시대상이 밝혀질 날도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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