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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

토속신앙과 민속놀이가 어우러진 '탄천 송학리 장승제'

2022.08.27(토) 02:24:41 | 엥선생 깡언니 (이메일주소:jhp1969@naver.com
               	jhp1969@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공주시 탄천면 송학 2리 마을회관 전경

▲ 공주시 탄천면 송학2리 마을회관(송학리 416-1) 전경


8월 25일(목), 아침 일찍부터 공주시 탄천면 송학 2리 마을회관 주변은 분주해 보였다. 1989년 충청남도 무형문화재 제8호로 지정된 '공주시 탄천 송학리 장승제'의 시연 행사가 진행되기 때문이었다.

공주시 탄천 송학리 장승제(灘川 松鶴里 長丞祭)는 소라실 마을 입구에서 2km 떨어진 앞산이 풍수상 등잔 형상을 한 괘등혈(掛燈穴)로 항상 화기(火氣)를 내뿜고 있어서 화재가 빈번하였다고 한다. 이를 막기 위해 장승과 오릿대(솟대)를 세워 재앙을 막아내고자 장승제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탄천 송학리 장승제는 400여 년 전(일설에는 백제시대)부터 전해진 고유의 민속문화로 정월 대보름날 남·여 장승을 합궁시켜 마을의 안녕과 농사의 풍요를 기원하는 생산 의식으로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 중에도 지속되었으나,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에는 어쩔 수가 없어서 2년 동안 열리지 못하고 있다가 3년 만에 시연회를 하게 되었다.
 


1. 장승목 베기(오릿대 포함)

토속신앙과민속놀이가어우러진탄천송학리장승제 1


장승목배기

▲ 장승목 베기


아침 9시경, 마을 인근 야산에서는 장승목으로 쓸 조선 소나무를 베어낼 준비가 시작되었다. 장승목은 인근 지역의 산주(山主)가 기증한다고 한다. 마을 주민들은 간소하게 산신제를 지내고, 손 없는 곳에서 적송 한 그루를 베어내었다. 본래 장승목은 톱을 쓰지 않고 도끼로 2그루(남·여 장승목用)를 베어낸다고 하는데, 이번 행사에서는 주민들이 "이제껏 이렇게 큰 나무를 벤 적이 없다."라고 말씀하실 정도로 큰 나무인 때문인지 한 그루만 베어냈다.


2-1.장승깎기

장승 제작하기

▲ 장승 제작과정


약 1m 80cm로 베어낸 장승목은 마을회관 시연회장으로 옮겨져 옹이를 제거하고, 겉껍질을 벗겨낸 후 장승 제작에 들어갔다. 장승목의 하단부를 위로 두고 머리를 제작하는 탄천면 송학리 장승만의 특징은 코에 있다고 하는데, 서편 마을의 여장승의 코를 만들 때에는 나무를 파내고, 동편 마을 남장승의 코는 따로 만들어 덧붙인다고 한다.

장승 얼굴 그리기

▲ 공주 탄천송학리장승제보존회의 서승렬 회원이 장승의 얼굴을 그리고 있다.
 

명문

공주 탄천송학리장승제보존회의 서승렬 회원이 동편 마을의 장승에는 ‘동방천원축귀대장군(東方天元逐鬼大將軍)’을, 서편 마을의 장승에는 ‘서방지하축귀대장군(西方地下逐鬼大將軍)’이라고 명문(銘文)을 쓰고 있다.
 

토속신앙과민속놀이가어우러진탄천송학리장승제 2


장승목을 깎고, 톱으로 얼굴 윤곽을 잡은 후 먹으로 얼굴을 그려 넣고, 명문을 쓰고 나면 사모를 쓴 신랑 장승과 족두리를 쓰고 비녀를 꽂은 신부 장승의 제작이 완료된다.

오릿대(솟대) 제작

공주 탄천송학리장승제보존회의 서승렬 회원이 나무오리(鳥)에 문양을 그려 넣고 있다.


탄천면 송학리 장승제에서는 장승과 함께 오릿대(솟대)를 세우는데, 긴 대나무 장대에 오리를 깎아 만들어 끼우고 부리에는 붕어를 물려놓는다고 한다.
모든 준비가 끝나면, 깃대가 앞장서고 그 뒤에 장승과 풍물패, 마을 사람들이 뒤따르며 장승배기에 장승을 세우러 간다. 가져간 붉은 흙을 장승 앞에 편 후 장승과 오릿대를 세우는데, 장승을 세울 공간이 마땅치 않은 경우에는 묵은 장승을 뽑고 새 장승을 모시며, 뽑아낸 장승은 불에 태운다고 한다.
이번 행사에서는 탄천면 송학 2리 마을회관 앞마당에서 장승 혼례 후 장승 세우기 시연 순으로 식이 이어졌다.

2-2. 샘굿

공주시 탄천면 송학 2리의 동네 샘

▲ 공주시 탄천면 송학 2리 함샘은 상수도가 들어오면서 음용수로 사용하지 않고 있으며, 주민들이 보물샘이라고 지칭하는 산꼭대기의 옹달샘은 송학 2리 노인회장(박 용석)이 샘 주변을 정리하고 지붕을 만들어 관리 중이라고 한다.


송학 2리의 소라실 마을은 계곡을 사이에 두고 동편에 자리한 매봉 마을과 서편의 삼태봉 마을로 나누어진다. 동편인 매봉 기슭의 남장승(신랑)마을과 서편 삼태봉 기슭에 있는 여장승(신부)마을 주민들은 음력 정월 초사흗날 회의를 거쳐 제사를 주관할 제관· 독축을 할 축관·제물을 준비할 유사를 선출한다고 한다. 정월 초엿새에는 농기(農旗)를 앞세우고, 각 가정을 돌며 지신밟기를 하고, 정월 열나흗날에는 샘(우물)을 품어 깨끗한 물이 고이면 그 물을 길어다 마을을 돌며 걸립(乞粒)한 쌀로 술(祭酒)을 빚는다고 한다. 그 밖에 유사(有司) 집 문 앞에는 사람의 출입을 금한다는 금(禁) 줄을 설치하고, 황토를 뿌리고 우물제를 지낸 뒤 집집을 돌며 샘굿을 한다고 한다.
 

토속신앙과민속놀이가어우러진탄천송학리장승제 3


의례는 열나흗날 샘굿으로 시작되는데, 우물(샘)을 청소한 각 가정을 돌며 풍물을 치고, 풍년 기원과 각 가정의 안녕을 축원하며 고사를 지낸다고 한다. 이번 시연회에서는 지신밟기 등 일부 일정은 생략한 채 진행되었으며, 샘굿은 장승제(장승치기)와 같은 날 하게 되었다.
'탄천두레풍장' 회원들은 장승 제작이 시작됨과 동시에 장승제를 알리기 위해 마을회관 앞마당에서 풍장을 치더니, 이내 샘굿을 하기 위해 마을회관을 떠나 마을에서 가장 오래되었다는 함샘으로 향했다.

토속신앙과민속놀이가어우러진탄천송학리장승제 4


함샘에 도착한 풍장패들은 바가지에 쌀을 넣고 그 위에 촛불을 켜서 샘에 띄우고, 그 앞에서 상쇠의 장단에 따라 "뚫으쇼! 뚫으쇼! 물구녕만 뚫으쇼! 칠년대한 가뭄에 물구녕만 뚫으쇼!라고 축언했다. 행사장에서 배부한 자료에는 제비걸립을 하는 정월 초엿샛날 각 가정을 돌며 샘굿을 할 때도 "뚫어라! 뚫어라! 물구멍만 뚫어라! 삼 년 대한에 물구녕만 뚫어라!라고 축언하는 것으로 기록돼 있었다.

비나리

▲ 탄천두레풍장 회원 한 분이 비나리하고 있다. 비나리는 고사를 지내며 부르는 노래로 천지개벽, 축원 덕담, 살풀이, 액풀이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3.장승 혼례

풍물패 공연

▲ 풍물패와 농악패와 마을 주민들이 모여 풍장을 치고 있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탄천두레풍장과 공주농악보존회 회원들이 풍장을 치자 마을 분들이 합세해 화합의 장이 마련됐다. '한국인의 신명이란 이런 것이구나!' 온몸에 전율이 느껴질 만큼 흥이 폭발하고, 동민들의 결속을 다질 수 있는 뜨거운 한마당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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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세배(旗歲拜)

이어서 기세배(旗歲拜)가 거행됐다. '기세배'는 기합례라고도 하며, 일종의 모의 혼례식으로 동과 서로 갈라진 두 편에서 '신농유업(神農有業)'이라 쓴 농기의 혼례를 거행하는 것으로 장승제의 형식과 동일하게 행해졌다. 서편의 신부 마을에서 술과 안주를 준비하여 농기를 앞세우고 풍물을 치며 동편의 신랑 마을 농기에 세배를 하러 가자, 동편 마을 농기가 마중을 나가 신부 마을 농기를 세배 장소로 안내하였다. 신부기가 먼저 네 번 절을 하니, 신랑기는 답례로 두 번 절하고 신부기에 채단(采緞)을 묶어 준다. 채단은 전통혼례 때 혼인에 앞서 납폐 때 신랑집에서 신부집으로 보내는 예물을 말한다.
 

엿 나눠주기

▲ 엿 나눠주기


기세배가 끝나자 동네 분들이 밤톨 모양을 하고 있지만, 잣으로 만들었다는 엿을 나눠 주셨다. '엿 나눠주기'라는 의례의 하나라고 하는데, 더위에 지친 행사 참여자들은 달달한 엿을 먹으며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납채

 폐백

▲ 장승 혼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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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 혼례


잠시 후, 초례청에 청실홍실을 걸어놓고 장승 혼례식이 거행됐다. 신부 장승이 네 번 절을 하고 나니, 신랑 장승이 재배를 한다. 본래 장승 혼례는 동구 다리에서 행해졌으나, 이번 시연회에서는 마을회관 앞에서 거행됐다. 혼례식은 두 장승이 코를 비비는 것으로 끝이 났고, 신랑과 신부 장승을 서로 묶어 놓은 후 주민들은 주위를 돌고 춤을 추며 성혼을 축하해 주었다.


4.장승제

소라실(松谷, 동구나무)

▲ 동편(동방)의 소라실(松谷, 동구나무) 입구 풍경
 

서방의 장승군

▲ 소라실 동구나무 맞은편에는 서편(서방)의 장승군이 자리한다.


날이 어두워지면 마을 사람들은 합궁시켰던 두 장승을 각기 자기 마을로 모시고 가서 축문과 함께 제사를 21번 지낸 뒤 요청자에 한해 각자 소지를 올리고, 질병과 화재, 천재(天災)를 쫓는 의미에서 방포(放砲) 3발을 쏜 다음 장수 횃불을 선두로 각자의 마을로 돌아오면서 횃불 놀이를 한다고 한다. 마을로 돌아와서 술과 음식을 나누며 흥겹게 놀다가 다시 양쪽 마을 사람들이 모여 밤새도록 노는데, 이를 합고(合鼓) 또는 합굿이라고 한다.

본 행사는 저녁 늦게까지 이어진다고 하는데, 아쉽게도 다른 급한 일로 장승 혼례까지만 보고 자리를 떠나와야 했다. 송학 2리를 떠나오며 이보다 앞서 있었던 공주 의당집터다지기 시연을 보고 온 모 기관장이 SNS에 연세 많은 마을 주민들이 무형문화재를 끌어나가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표한 일이 떠올랐다. 그리고 탄천 송학리 장승제에서 몇 년 만에 만나 뵙게 된 '박형식' 짚풀공예가가 하신 말씀도 되짚어 보았다. 90 연세에 풍장을 치러 나오신 박형식 공예가는 "마을 일이니까 나서야지!" 말씀하시며, "사람들한테 보여 주려고 일부러 탕건을 쓰고 나왔지."라고 덧붙이셨다.

마을 주민들이 대대로 전해지는 마을의 민속신앙과 놀이를 전승하려는 의지와 노력이 계속되는 한 사람들의 관심이 덜한 이러한 행사에 관계 부처의 흔들림 없는 행정력과 지원이 모여야 한다는 생각이다. 단계를 밟아나가는 과정이 계속되다 보면, 언젠가는 누군가에 의해 새로운 문화 형태로 시도되거나 확장되어 가리라 믿기 때문이다. 탄천 송학리 장승제를 둘러보고 온 후기를 쓰며 일반인, 특히 젊은 층이 이해하기 쉽고, 검색이 용이하도록 무형문화재와 관련된 용어 정비의 필요성이 시급함을 함께 절감한다.

 
 

【참고 자료】

1.디지털공주문화대전-공주탄천장승제 
2.
디지털공주문화대전-탄천장승제보존회
3.디지털공주문화대전-탄천 소라실 장승
4.한국민족문화대백과 -공주탄천장승제
5.공주대학교 박물관 제26회 문화유적 답사 자료집, 문헌자료(김두하)
6.공주시 , 공주의 맛과 멋-공주탄천장승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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