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 아이디어 하나가 지역의 삶까지 바꿔
▲ 보령 냉풍욕장은 폭염일수록 더욱 시원한 바람을 뿜어낸다.
▲ 보령 청풍욕장 입구. 주차장은 출구 쪽에 설치되어 있다.
충남 보령시 청라면의 냉풍욕장은 한여름 기온이 오르거나 폭염이 기승을 부릴수록 더욱 시원한 자연 바람을 세차게 분출 시키는데 반 팔만 입어서는 너무 추워 30분 이상 견디기 어렵습니다. 점퍼 등 간단한 긴팔 상의를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런데 아무런 기계장치도 없는 폐광에 이처럼 신비한 냉풍은 어떻게 생겨났을까요?
▲ 5km의 폐갱도에서 불어오는 찬바람이 분출되는 입구.
정답은 대기 중에 바람이 부는 원리에 있습니다. 기온 차에 의해 공기밀도가 높은 찬 공기는 밀도가 낮은 더운 공기로 이동하려는 성질을 갖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바람이 부는 것으로 이를 ‘대류현상’이라고 합니다. 즉, 따듯한 공기가 있는 쪽은 공기밀도가 작아져 가벼워지고 찬 공기가 있는 쪽은 반대로 밀도가 높아 무거워져 그로 인해 공기가 이동하면서 바람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 청풍욕장은 대류현상으로 여름철 시원한 냉풍을 뿜어낸다.
그런데 땅속의 공기는 연중 섭씨 12~14도의 비슷한 온도를 유지해 여름철 외부 기온이 올라갈수록 밀도차가 기류를 형성해 더 센 바람이 분출됩니다. 반대로 겨울에는 차가운 동굴 외부 공기가 유입되니 따듯한 바람이 됩니다. 동굴 안팎의 온도 차가 비슷한 봄·가을은 공기 유동이 줄어들어 상대적으로 바람이 불지 않거나 줄어듭니다. 보령냉풍욕장은 길이 5㎞에 폭 2.7m, 높이 2.3m의 폐갱도에서 이 같은 대류 현상이 반복적으로 일어나 여름이면 초속 6m의 시원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 폐갱도에서 계절별 찬바람과 따듯한 바람이 불어나오는 이유
이처럼 연중 일정한 온도의 바람에 착안한 농업이 양송이 재배입니다. 지난 1991년 여름 영농지도를 벌이던 농촌지도사가 폐갱구 앞에서 농민들과 휴식을 취하게 됐는데 이때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이를 활용해 버섯재배의 아이디어를 생각하게 됩니다.
▲ 폐갱도의 찬바람을 이용한 양송이버섯재배사를 재현했다.
당시 보령지역은 1980년대 후반까지 충남에서 가장 큰 탄전지대였지만 석탄산업합리화조치로 1992년을 마지막으로 47곳의 탄광이 모두 문을 닫았습니다. 일자리를 잃은 광부만 5000여 명에 달해 사회문제가 되는 상황으로 폐갱구를 이용한 농업은 새로운 일자리가 될 수 있었습니다.
▲ 폐갱도의 냉풍을 버섯재배사로 빨아들이는 흡입장치.
재배작목은 판매단가가 높은 양송이가 선정됐습니다. 이어 예산확보와 관계자 설득의 노력 끝에 1992년 냉풍을 이용해 연중 버섯재배 온도를 적정 생육온도인 15~18도를 유지하도록 시설을 갖춰 양송이버섯 재배가 시작되었는데 지금은 150여 농가가 참여해 연간 92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전국 최대 양송이 단지로 탈바꿈했습니다.
▲ 청풍욕장에서 재배된 양송이버섯이 관람객에게 시중보다 저렴하게 판매된다.
창의적 아이디어 하나가 폐광으로 생업이 막막한 처지의 지역주민에게 안정적인 소득을 만들어주고 보령 9경에 선정돼 관광 산업까지 확대돼 전국적인 유명 장소로 만든 것입니다.
▲ 연중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폐갱도가 관광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 아직은 기초적이지만 실감콘텐츠를 활용한 보령 냉풍욕장.
냉풍욕으로 시원해진 몸은 입구 그늘막의 흐르는 냉수에 다리를 담그고 앉아 있으면 청량감이 그대로 유지됩니다. 가족들과 수박 한쪽을 먹는다면 금상첨화겠지요. 냉풍욕장은 보령해양머드박람회가 열리는 대천해수욕장에서 자동차로 불과 20분 거리입니다. 한 여름 최고의 피서지라고 자신있게 추천드립니다.
▲ 보령 냉풍욕장 출구.
▲ 보령 냉풍욕장의 시원한 지하수를 활용한 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