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시절 반장선거를 했던 때로 돌아가 보자. 후보로 추천된 학생들은 저마다 자신이 반장이 되면 학급을 위해 어떤 봉사를 할지를 말하고 자신에 대한 지지를 여러 가지 방법으로 호소한다. 이 과정 속에는 우리가 여러 선거 정국 속에서 지켜본 ‘네거티브’는 없다. 어떤 후보의 말이 설득력이 있고, 행동에 믿음이 가는지를 보고 반장을 뽑는다.
이제 우리네 현실은 어떤지 돌아보자. 지방선거를 불과 며칠 앞둔 지금, 길거리에는 상대 후보를 비방하는 현수막이 즐비하고, 온라인상에도 반대 진영의 후보자들을 깎아내리기 위한 지지자들의 움직임이 한창이다.
물론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자가 돋보이도록 하기 위해, 상대 후보를 깎아 내려는 원초적인 의도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선거에 나온 모든 후보들은 저마다 자신들이 갖고 있는 지역 발전을 위한 생각이 있기에 출마를 했고, 이것은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 지역에 봉사하고, 지역민들에게 신의를 얻었기 때문에 출마라는 기회도 주어졌던 것이다.
이는 분명 존중되는 게 마땅하다. 타인에 대해 ‘비평’은 할 수 있다. 우리가 종종 보는 각 후보자 진영의 ‘논평’도 바로 이것의 일종이다.
그러나 ‘비난’은 좀 얘기가 다르다. 사전적 의미의 ‘비난’은 남의 잘못이나 결점을 책잡아 나쁘게 말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것은 종종 근거가 부족한 가운데 실행되는 경우가 많아 갈등이 원인을 제공하기도 하는 요소다.
선거에서 후보자, 더 나아가 진영 간의 갈등은 유권자인 시민들에게 많은 피로감을 준다. 그리고 이 피로감은 투표율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정치혐오’를 느끼게 하는 가장 첫 번째 요소가 바로 서로의 갈등에서 출발하는 비난이다.
투표는 민주주의 발전에 있어 첫 번째 시작이며 민주주의의 축제라고 불린다. 우리 지역을 위해 봉사할 일꾼들을 뽑는 선거가 시민들 사이의 갈등의 돼서는 안 되며, 결과를 깨끗이 승복하고 패자를 위로할 줄 아는 것은 후보자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천안시서북구·동남구 선거관리위원회 입구에는 이러한 글씨가 새겨져 있다. ‘공명선거’가 바로 그것이다. 말 그대로 후보자는 선거법규에 따라 정정당당하게 경쟁하고, 유권자는 외부의 압력 없이 자기의 의사에 따라 후보자를 선택한다는 의미다. 오는 6월 1일까지, 남은 일주일 동안이라도 천안시에서 ‘공명선거’를 보기를 원한다. 후보자들과 유권자 모두 이번 선거만큼은 무척 의미가 있었다고 기억하는 6·1 지방선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