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만개하자 다른 봄꽃들이 잇따라 핀다. 4월 중순이 지나는 지금 벚꽃을 말하기엔 한창때의 유효기간이 지난 느낌이다. 고속도로를 달리다보면 양쪽에 나 있는 산에서 새순과 꽃, 그리고 이파리로 뭉게뭉게 부풀어 오른다. 거리를 걷다 나뭇가지에 붙어 스크럼을 짜듯 빽빽하게 뭉쳐 피는 박태기나무의 진분홍빛깔에는 절로 탄성이 터진다.
▲ 먹거리골
서산시 동문동의 먹거리골을 갔다. 처음엔 내 맘대로 먹자골목으로 읽다가 다시 보니 ‘먹거리골’이다. 먹거리골은 먹자골목으로 한정된 것이 아닌 마을 전체가 먹거리와 관련된 것을 뜻하는 이미지로 다가온다.
▲ 서산 먹거리골
최근 나는 노모가 계시는 서산에서 종종 시간을 보낸다. 노모의 건강이 예전과 달라 시간이 되는대로 곁에 있기로 했다. 외할머니도 뵙고 외할머니를 간병하는 엄마도 만날 겸 주말에 아이가 들렀다. 밖에 나가서 바람도 쐬고 점심도 먹고 오잔다. 그렇게 해서 우리가 점심을 먹은 곳이 동문동의 먹거리골이다.
▲ 공영주차장
주말이지만 먹거리골을 오가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코로나19 여파가 있어도 실제 18일(월)부터 인원제한이나 거리두기의 해지가 되는 분위기인데 점심시간의 먹거리골에는 포장음식을 배달하는 라이더들의 움직임이 이따금씩 감지된다.
▲ 미끄럼틀에서 마찰의 화상을 주의하세요.
먹거리골의 아담한 공원 근처에는 공영주차장이 있다. 그곳에 차를 세우고 천천히 공원 한바퀴를 걸어본다. 공원에 설치된 미끄럼틀에는 마찰을 주의하라는 ‘화상주의’ 스티커가 붙었다. 아이들 키우면서 한번쯤 경험했던 부모들은 이 문구에 충분히 공감된다.
▲ 농구골대 앞에 있어야 할 공이 들어가는 망이 없다.
▲ 감전주의, 안전주의
공원엔 간단하게 스트레칭 할 수 있는 운동기구가 보이고 농구골대가 맞은편으로 서 있다. 골대이용시간은 아침 8시부터 밤 9시까지로 야간소음방지를 위해 이용시간을 지켜달라는 글이 보인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농구골대 판만 있는 게 아닌가. 공을 넣는 망이 양쪽으로 아예 없다. 밤이 되면 공원 화단에 세워둔 전구에 불이 들어오는지 ‘감전주의’ 팻말도 꽂혀있다.
▲ 자목련
공원 한 켠엔 자목련의 꽃망울이 한 컷 부풀었다. 그 옆의 은행나무 새순도 볼록하게 올라왔다. 먹거리골을 걸으며 우리가 선택한 음식은 돈까스. 떡볶이 돈까스와 눈꽃치즈돈까스 등, 과일음료가 같이 나오는 세트메뉴였다. 두 사람이 먹기에는 좀 많다 싶은데 먹성이 좋다면 양껏 먹을 수 있겠다. 돈까스를 먹는 중에도 주문한 음식을 배달하는 분이 식당을 들락거렸다.
▲ 먹거리골에서 먹은 돈까스
▲ 돈까스식당의 인테리어 한 컷
▲ 먹거리골
공원의 텅 빈 무대공간이 한적하다. 코로나19가 완화되면서 점점 이전의 일상이 회복된다면 저 무대 앞에서 많은 사람들이 꿈과 재능을 표현할 것이다. 그 흥겨움이 마을의 즐거움과 에너지가 되면서 일상의 활력소로 작용할 수 있는 시간을 기대해본다.
▲ 먹거리골
점심을 먹고 다시 노모에게로 돌아가는 시간. 노모를 돌보기 위해서는 내 건강을 더 챙겨야 할 때다. 모처럼 거한(?) 음식을 먹으니 기운이 생긴다. 다음에 다시 이곳을 찾을 그 때는 자목련이 활짝 피어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