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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에서 고향으로, 앵무새와 함께 인생2막

예산군 오가면 김재수·조병미 부부

2022.02.28(월) 16:19:09 | 관리자 (이메일주소:srgreen19@yesm.kr
               	srgreen19@yesm.kr)

‘바이아’와 하이파이브하는 김재수씨와 아내 조병미씨. ⓒ 무한정보신문
‘바이아’와 하이파이브하는 김재수씨와 아내 조병미씨. ⓒ 무한정보신문

초록빛 깃털을 가진 앵무새가 아빠 곁을 떠나지 않는다. 어깨에 앉아 마치 사람에게 대답하듯 말소리에 맞춰 울음소리를 내고, 부리로 안경테를 물어 장난스럽게 흔든다. 간식을 든 손으로 머리 위에 원을 그리자 제자리에서 도는 개인기를 선보인다. 하이파이브도 한다. 이름은 ‘바이아’, 김재수(59)씨가 살았던 브라질의 도시명에서 따온 것이다.

그와 아내 조병미(58)씨가 거주하는 예산군 오가면 주택 2층에는 알에서 깨어난 지 14일 된 아기새부터 두 달이 지나 분양을 기다리는 앵무새들이 함께 살고 있다. 베란다가 ㄷ자로 이어져 있어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는 구조다. 1층은 번식장으로 꾸며 30쌍씩 60마리가 있다. 번식기인 이맘때는 무척 예민해 외부인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밥주기와 청소 등 최소한의 작업만 한다. 1·2층 앵무새들을 모두 더하면 200여마리나 된단다.

이곳은 재수씨가 나고자라 예산고등학교와 예산농업전문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추억이 깃든 고향집이다. 부부는 24년 전 사업을 위해 이민을 떠나 브라질에서 10년, 미국에서 14년을 살다 지난 2018년 오가로 돌아왔다. 아픈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서였다. 그러다 코로나19가 발생하며 미국행이 불투명해졌고, 한국에서 여생을 보내기로 했다.

재수씨가 인생2막을 위해 택한 것은 앵무새다. 동물을 무척 좋아하는 데다, 고령화와 1인가구가 늘어나는 추세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한 것. 외국에 있을 때 반려동물로 키웠던 경험을 살려 2020년부터 번식을 시작했다.

“앵무새는 사람과 교감이 가능해요. 똑똑한 새들은 말을 어느 정도 이해해 대화할 수 있죠. 아침이나 외출해 집에 돌아오면 ‘안녕’ 인사하고, 신문을 보는 시간에 끌어다 놔주기도 해요. 성악가와 함께 사는 새는 오페라를 따라 불러요. 쉬운 동요는 가르쳐주지 않아도 몇 번 들으면 노래하고요. 참 재주가 많아 혼자 사는 어르신 등에게 활력을 줄 수 있는 반려동물이에요. 실제로 앵무새를 분양받아 우울증을 치료했다는 분이 계셔요. 강아지나 고양이보다 키우기 쉬워 부담도 적고요. 매일 산책이나 주기적인 목욕을 시켜줄 필요가 없거든요. 잔병치레를 잘 하지 않는 데다 접종을 안해줘도 돼 병원비가 덜 들죠”

부부의 집에 있는 앵무새는 사람을 잘 따라 ‘국민앵무새’라고 불리는 코뉴어와 사랑앵무, 모라니, 목도리, 퀘이커, 왕관, 아마존 7종이다. 예산사과부터 석류, 파프리카, 브로콜리, 배추 등 다양한 과일과 채소를 먹여가며 키운다. 매운 맛을 못 느껴 고추도 잘 먹는단다.

 

태어난지 각각 2·4주가 지난 새끼들과 어미새가 낳은 알. ⓒ 무한정보신문
태어난지 각각 2·4주가 지난 새끼들과 어미새가 낳은 알. ⓒ 무한정보신문

태어난 새끼들은 지극정성으로 돌본다. 열대지방에 주로 살기 때문에 23도 아래로 내려가지 않도록 24시간 난방을 틀어두고, 달걀노른자로 만든 이유식을 먹인다. 4시간마다 숟가락이나 주사기로 입 안에 직접 넣어줘야 해 만만찮은 작업이다. 60일이 지나야 해바라기 등 씨앗을 먹는 ‘알곡적응’ 단계에 들어갈 수 있다.

분양은 포털사이트와 SNS를 통해 예약제로 한다. 먼저 앵무새 사진과 동영상을 보내준 뒤 고객이 이곳으로 와 직접 만나게 한다. 여러 마리 가운데 분양받는 사람과 교감하는 새를 데려갈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앵무새는 국제적 멸종위기종이기 때문에 금강유역환경청에 ‘인공증식증명’을 신고하는 등 모든 절차는 관련법에 따라 진행하고 있다.

병미씨는 “처음엔 많이 반대했어요. 그런데 워낙 좋아하니까 어떡하겠어요. 필요할 때는 적극 도와주고 있어요. 남편은 컴퓨터 앞에서 매일 공부해요. 한국에는 앵무새 사육에 대한 자료가 많지 않아 해외논문을 주로 찾아 읽어요. 한번은 외출해 돌아왔는데 밖에 나온 한 마리가 추운 날씨에 저체온증으로 죽어가는 거에요. 곧이어 집에 온 남편이 심폐소생술로 살려냈어요. 전문병원이 충북에 있다 보니 웬만한 응급처치는 직접 해요”라며 밝은 목소리로 전한다.

분양을 기다리는 앵무새들. ⓒ 무한정보신문
분양을 기다리는 앵무새들. ⓒ 무한정보신문

귀농을 꿈꾸는 이들이 앵무새사육에 도전한다면 어떻겠냐 묻자 ‘신중, 또 신중’을 강조한다. 재수씨는 사업을 시작하기 전 수십 년 동안 앵무새를 키운 데다 고향집이 마침 사육에 적절한 환경을 갖추고 있어 가능했지만, 섣불리 시작하기엔 고려해야 할 점이 많기 때문이란다. 

“초기에 많은 투자비용이 드는 데다 하루라도 집을 비울 수 없어요. 여행은 꿈도 못 꾸죠. 관련교육을 받을 만한 곳도 마땅치 않고요. 앵무새를 정말 사랑해 열심히 배워 잘 돌볼 자신이 있고 충분한 자본금을 마련한다면 모르겠지만, 창업은 신중하게 고민해봐야 해요” 부부가 입을 모은다.

이들은 앵무새와 함께 하는 치유농장을 구상하고 있다. 집 근처 100평 정도 규모다. 귀농창업자금을 지원받아 설계를 마치는대로 공사를 시작해 오는 6월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치유농장 옆에는 라벤더를 심어 가족단위 방문객과 현장학습을 오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체험을 제공한다고 하니, 여름이 되면 눈코뜰새없이 바빠지겠다.

바이아의 재롱에 흐뭇함을 감추지 못하는 두 사람, 낯선 이 앞에선 말을 잘 따라하지 않는다며 아쉬워한다. 그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간식을 넙죽 받아먹는 모습에 또 웃음꽃이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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