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가 무르익어가는 계절에 사과밭 속의 배나드리 성지를 찾아가 보았습니다. 충청남도에 남아 있는 다른 성지와 달리 작은 공간에 조성되어 있는 성지여서 조금 더 친숙한 느낌이었습니다.



가는 길에 사과밭을 보니 잘 익어가는 사과들이 먹음직스럽게 주렁주렁 매달려 있습니다. 보는 사람조차도 마음이 좋은데 사과농장주가 볼 때는 얼마나 마음이 좋을까요. 나무를 잘 관리하고 수확하는 즐거움은 모두 알 수는 없지만 간접 경험한 적이 있기에 그 감사함이 어떤지 알고 있습니다.

이곳은 예산군 삽교읍 동남쪽에 있는 마을로, 삽교천가에 섬처럼 생긴 마을리 도리라고도 부르며, 홍수가 나면 사면이 물바다가 되어 배를 타고 건너 다녔으므로 '배나드리'라 부르기도 했던 곳입니다. 마을리도리에는 지금 사과가 무르익어가고 있습니다.



어디를 봐도 사과가 이렇게 잘 자라고 있으니 10월까지는 확실히 수확의 계절이다. 

이곳은 삽교읍에서 지근거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조금만 나가면 자리한 삽교천으로 인해 물이 불어나면 배를 타고서야 드나들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자주 왕래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열대과일은 동남아가 맛이 있지만 사과나 배, 귤, 사과는 한국만큼 맛있는 나라가 거의 없습니다. 특히 사과의 당도와 아삭거림은 확실하게 남다른 맛을 보여줍니다.



왕래하기 힘들었던 배나드리에 1817년 10월, 박해자들의 손길이 뻗쳤는데 해미 포졸들이 갑자기 배나드리에 나타나 신자들을 모두 체포해 간 사실로 보아 밀고자의 소행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해미로 체포되어 간 신자는 20-30명가량인데 대부분은 배교하여 석방되었지만 민 첨지(베드로)와 형수 안나, 송 첨지(요셉), 손연옥(요셉), 민숙간 등은 혹동한 형벌에도 불구하고 신앙을 지키다가 옥사로 순교하였습니다.



비밀히 신앙을 지키기에 적당한 마을이었고 명칭 또한 바로 이런 지형적 위치에서 연유되었던 곳이는데 이곳에 교우촌이 형성된 시기는 기록상으로 명확하게 확인된 것이 없습니다.



순교한 손연옥의 부친 손여심은 오랫동안 해미 옥에 갇혀 있다가 10년 뒤인 1827년에 병으로 사망하였습니다. 아마도 이때 배교하고 석방된 신자들은 다른 지방으로 이주한 후 이곳 배나드리 교우촌은 없어졌다고 합니다.



지금은 일부터만 남아서 순교한 분들의 이름만 남기고 있었습니다. 주변에는 사과농장만이 자리하고 있어서 가을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끌려간 마르티노는 때려죽이는 형벌을 받아 죽음에 이르렀는데 후에 2014년 8월 16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시복식 미사에서 교황 프란치스코에 의해 다른 123위와 함께 복자품에 오르게 됩니다.



배나드리 성지는 삽교성당과 신리성지의 사이에 위치한 곳입니다. 조금만 위로 올라가면 신리성지와 합덕성당, 여사울 성지, 솔뫼성지로 갈 수 있는 곳입니다.



믿음과 신뢰는 행동과 말로 드러난다고 합니다. 자신의 행동이 어떤 파급효과를 나올지에 대해 생각하고 살아가는 것은 쉽지 않지만 그런 길을 걸을 때 세상의 온갖 구설수에 휩쓸리지 않게 됩니다. 신념을 가지고 살아간 사람의 흔적을 보면서 언행에 대한 묵직한 메시지를 생각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