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관들이 역대 접장들의 신위 앞에서 절을 올리고 있다. ⓒ 무한정보신문
헌관들이 역대 접장들의 신위 앞에서 절을 올리고 있다. ⓒ 무한정보신문

‘예덕상무사’ 깃발을 앞세운 보부상들이 “계화 계화 계화자 좋고”를 연창하며 예산군 덕산면 내포보부상촌 일대를 행진한다. 상단을 이끄는 접장 행차식이다. 입구에 다다르자 삼현육각이 흥겨운 연주로 이들을 맞는다.

(사)예덕상무사가 결성 170주년을 맞아 지난 16일 내포보부상촌에서 ‘공문제’ 행사를 열었다. 이곳에서는 처음으로, 군내 기관단체장들과 단원, 주민 등이 참여해 역대 접장들의 신위 앞에서 제를 올렸다.

제단에는 제철과일과 떡, 전 등 각종 산해진미를 비롯해 보부상들이 쓰던 패랭이와 청사초롱 등을 놓았으며, 놋대야에 담긴 물로 깨끗이 손을 씻은 헌관들은 몸가짐을 단정히 하고 진설을 점검했다. 맹진호(초헌관) 접장과 윤철현(아헌관) 반수, 조찬형(종헌관) 두령은 홀기에 따라 차례대로 술잔을 올렸고, 헌관이 절을 할 때마다 삼현육각이 울려 퍼졌다.

역대 접장들에 대한 제례를 마친 뒤에는 새로 상을 들여 사속제례를 거행했다. 사속은 ‘영감(접장·반수·두령)’이 아닌, 서기와 집사 등 실무를 맡아보는 이들이다. 자리에 함께한 참석자들은 오랜 기간 동안 보부상의 맥을 이어온 넋을 기렸다.

 

흥겨운 풍물가락에 맞춰 길놀이를 펼치는 예덕상무사 단원들. ⓒ 무한정보신문
흥겨운 풍물가락에 맞춰 길놀이를 펼치는 예덕상무사 단원들. ⓒ 무한정보신문

뒤를 이어 ‘보부상놀이’ 한마당이 펼쳐졌다. 단원 서넛은 소금과 쌀을 실은 지게를 지고, 어떤 이는 참빗과 군것질거리가 담긴 좌판을 어깨에 걸었다. 흥겨운 가락에 맞춰 이어지는 길놀이는, 수십 리를 걷고도 시장의 북적대는 활기에 고단함을 잊었을 옛 보부상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누더기옷을 입은 각설이패는 익살스러운 춤을 추며 무리를 따랐다.

맹 접장은 “600년 전 백달원 시조의 뜻을 받들어 지금까지 보부상의 맥을 이어오고 있다. 1851년 작성된 ‘예산임방절목’ 등 여러 민속자료들을 보면 예덕상무사 170년 역사를 확인할 수 있다. 앞으로도 보부상 선조들의 숭고한 정신을 이어갈 수 있도록 보부상놀이와 공문제가 무형문화재로 지정될 수 있길 간절히 희망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