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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어머니의 사랑'을 떠올린 구절산 구룡사의 구절초꽃

2021.10.13(수) 07:51:49 | 엥선생 깡언니 (이메일주소:jhp1969@naver.com
               	jhp1969@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국민학교 고학년 때로 기억한다. 국어 교과서에 아버지를 도와 구절초를 캐러 다니는 아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야기가 실려 있었다. 이야기 첫 페이지의 삽화는 온통 검게 칠해 놓은 숲속 풍경이었다. 당최 구절초를 분간할 수가 없었다.  "구절초는 이렇게 생긴 거란다." 담임선생님께서는 구절초의 색이며 모양에 대해 열심히 설명하셨는데, 본 적이 없으니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급우는 모른다는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 후로 교과서 속 이야기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구절초'라는 단어는 잊지 않게 되었다. 커 보니, '구절초'는 숲속이나 산기슭, 길섶 등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풀이었다.

10월! 구절초가 흐드러지게 피는 시기다. '구절초'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영평사'다. 2012년 7월, 공주시 장기면이 세종특별자치시 장군면에 편입되면서 이맘때면 전국에서 구절초를 구경하러 온 상추객(?)들로 북새통을 이루던 '공주 영평사'는 현재 '세종시 영평사'가 돼 버렸다.

2017년 10월 초, 노모와 친구분을 모시고 세종시 영평사에 다녀온 일이 있다. 무릎이 안 좋아 평지에 핀 꽃구경에 만족하는 어머니와 달리 친구분은 이곳저곳을 누비고 다니며 행복해하셨다. 남한테 드러내진 않으셨지만, 당시 어머니 친구분은 집안에 우환이 있어 시름이 깊을 때였다. 세상에서 제일 큰 식탁이라는 영평사 장독마당에서 구절초 국수를 먹으며, 모처럼 환한 얼굴로 말씀하셨다. "좋다! 다음에 어디 또 놀러 갈 거면 꼭 데리고 가 줘. 걸을 수만 있으면 어디고 따라갈 테니까."

구룡사 입구 전경▲ 구룡사(공주시 신풍면 용봉입동로 846-40) 입구 전경

구룡사 입구에서 바라본 구절산
▲ 구룡사 입구에서 바라본 구절산 일대 풍광

지난 10월 9일(토), 공주시 신풍면에 소재한 구절산 구룡사에 다녀왔다. 공주 구룡사(주지 진명스님)는 국내 최대의 구절초 군락지로 알려져 있다. 10월 1일(금)~10월 24(일)에 열리는 '구룡사 구절초꽃 축제'에 노모와 영평사에 동행했던 어머니 친구분과 다시 뭉쳤다.

구룡사 경내를 알리는 동자상과 쌍백호상
▲ 구룡사 경내에 들어왔음을 알리는 동자상과 백호상

표지석 가까운 공터에 주차하고 경내까지 걸어서 올라가면, 놓치기 쉬운 아기자기한 풍광까지 빠뜨리지 않고 즐길 수 있다. 

구룡사 경내 전경
▲ 구룡사 경내 전경

10분여를 걸어 주차장이 넓은 구룡사 경내에 들어서 바라보니 온천지가 하얀 구절초로 덮여 있었다. 1990년대 말부터 5만 여 평 산야에 가꾸기 시작했다는 구룡사 구절초 군락지는 '꽃대궐'이란 단어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

공주 구룡사는 한국 근·현대 불교를 개창한 경허스님(鏡虛, 1849~ 1912)의 수행처이자 우리도를 대표하는 기도 도량이다.

구절암으로 오르는 길
▲ 구절암으로 오르는 길

구절초와 메리골드 군락지
▲ 구절초와 메리골드 군락지

불전과 경허선사의 수행처인 '구절암'과 산신각, 그리고 약 355m라는 구절산 정상까지 오르는 길은 포장된 길을 따라서 오르면 수월하다. 오르는 길 양옆으로 구절초와 메리골드가 어우러져 기다란 꽃길을 만들고 있었다.

용천문
▲ 용천문

바위 틈에 핀 구절초
▲ 바위틈에 핀 구절초

다리가 불편하고 연로하신 노모와 친구분이지만, 계단을 걸어올라야 불전에 다다르는 용천문을 이용하시도록 권했다. 언제 다시 구룡사를 방문할지 기약할 수 없어서 다른 곳에서 경험할 수 없는 곳을 안내하게 됐다.

용천문 주변 바위틈에도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예쁜 구절초가 무리 지어 피어 있었다.

구절초에 둘러싸인 주불전 풍경 ▲ 구절초에 둘러싸인 불전 풍경

먼저 용문천을 오르신 두 분을 뒤따라 올랐더니, 불전 앞에서 재배를 먼저 올리고 계셨다. 그리고는 벌써 듬성듬성 시들기 시작한 꽃무리를 피해 구절초 예쁜 곳을 휴대폰 카메라에 담으셨다. 어머니는 서울이며 제주도 등 멀리 사는 동창들한테 꽃 소식을 전할 테고, 친구분은 지난 달 말일께 1년 예정으로 미국에 간 작은 아들네에게 '나 잘 지내고 있다.'는 안부 대신 사진 몇 장을 보낼 것이다. 잠시 그렇게 불전 주변을 둘러본 두 분은 구절암 쪽으로 이동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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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절암으로 오르는 길에 본 구절초 군락지
▲ 구절암으로 오르는 길에 본 구절초 군락지

어르신들께는 다소 가파르다 싶은 길을 따라 오르니, 끝을 모를 만큼 이어진 구절초 행렬이 장관이다. 하얀 구절초 사이사이로 단아하고 아름다운 담홍색을 띤 구절초도 보였다. 

아홉 번 꺾이는 풀 또는 음력 9월 9일에 채취하면 약으로 유용하다는 데서 이름이 유래하는 구절초는 한방에서는 선모초(仙母草)라고도 불린단다. 꽃말은 생김새에서 비롯됐는지 '순수'라고 한다. 또다른 꽃말로 '어머니의 사랑'이 있는데, 아랫배가 냉하거나 손발이 찬 사람에게 좋다하니, 그 약효에서 붙여진 게 아닐까 싶다.

사진전
▲ 사진전

귀가하는 길에 사진전시관에도 잠시 들러 봤다. '구절초 피는 철이 아니어도 좋은 곳이 많으니 다시 와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자들의 기와 공양
▲ 불자들의 기와 공양

두 분이 힘들어하셔서 결국 구절암 근처에는 가 보지도 못했다. 언제 다시 어머니와 친구분을 대동하고 좋은 곳을 찾게 될지 모를 일이다. 구절초꽃 만발한 구룡사를 뒤로하며 두 분이 앞으로도 건강하게 오래도록 곁에 있어 주길 바라는 마음, 옮기는 걸음걸음마다 간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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