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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아홉사리고개, '보부상 옛길'로 떠나는 테마기행

2021.10.05(화) 09:17:15 | 엥선생 깡언니 (이메일주소:jhp1969@naver.com
               	jhp1969@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지난 2일(토), 오전 10시~ 오후 2시까지 부여 홍산면 일대에서 충남 보부상옛길 테마여행 「아홉사리고개, 보부상을 만나다!」가 진행됐다.

여기서 '아홉사리고개'는 높은 고개 구비가 아홉 개라는 의미니, 참가신청을 하면서부터 쉬운 탐방이 아닐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부여
▲ 부여군 홍산면 '홍산공공문화체육회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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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참가자가 행사 일정을 살피고 있다.

오전 10시, 부여군 홍산면 행정복지센터 인근에 자리한 '홍산공공문화체육회관'에 도착해 현장 등록을 마치고 자리에 착석했다. 코로나19로 참가 인원에 제한을 두어 사회적 거리두기는 걱정할 수준은 아니었다.

행사 첫 번째 프로그램은 인문학 강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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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 위의 작가, 소설가 '김주영' 인문학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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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문학 강의 〈보부상, 삶의 철학을 묻다〉

인문학 강연 〈보부상, 삶의 철학을 묻다〉의 강사는 소설『객주』의 저자 '김주영' 소설가였다. 소설 『객주』는 1979년 6월부터 1983년 2월까지, 4년 9개월 동안 서울신문에 연재된 역사소설이다. 이제는 팔순인 김주영 작가가 40대에 집필한 작품이라고 한다.

19세기 말에 걸친 보부상의 삶과 활약에 관한 이야기이며, 작가가 직접 전국을 다니며 관련 인물들을 만나고, 자료를 수집하며 집필한 소설이기 때문에 보부상의 활동상을 실감 나게 그려낼 수 있었다고 한다.

김주영 작가는 강연 중 솜을 넣어 누빈 배자를 입어야 하고, 하부가 짧은 지게를 짊어지고 다녀야 하는 이유까지 보부상의 생활상을 상세히 설명해 주었다. 하층민인 난전상인들이지만, 엄격한 규율과 연대의식 및 정의감은 홍산보부상을 전승하고 보존하고자 노력하는 충청남도, 충남문화재단, 충남보부상협의회, 홍산보부상보존회에서 마련한 이번 프로그램의 목적을 알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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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산공공문화체육회관 뒷편으로 탐방길이 보였다.

인문학 강의가 끝나고, 주최 측의 아홉사리고개 탐방길 소개 및 안전 교육이 실시됐다. 1시간 30분여에 걸쳐 돌아볼 천보산-비홍산 등산로가 노랗게 익어가는 가을 들녘 저 너머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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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부상 옛길 탐방이 시작됐다.

버스로 20분 정도 이동한 후 도보로 보부상들이 등짐을 지고 지나다니던 옛길 탐방이 시작됐다. 전날 내린 비로 땅이 질퍽거리거나 미끄러울까 봐 걱정했으나, 염려와 달리 수백 년 전 보부상들이 닦아놓은 옛길은 걷기 딱 좋은 상태였다. 산행하기 안성맞춤인 날씨에 주최 측에서 준비한 벌레퇴치 팔찌가 무색하게 벌레나 모기가 덤비지도 않아 어린이 참가자들도 안심하고 동행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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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홉사리고개, 충남보부상 옛길을 걷다.

옛 보부상들은 장이 서는 마을을 찾아 도보로 하루 20km 정도를 이동했다고 한다. 지름길 이용이 필수였다. 평지를 놔두고 보부상들이 고갯길을 다녀야 했던 이유다. 

탐방길에 보이는 독특한 지형물들을 알기 쉽도록 이름표를 붙여 두고 있었다. 궁금한 것이 많았지만, 자칫 한눈을 팔았다가는 좁은 산길에서는 위험천만한 일을 당할 수도 있어서 일행들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발밑을 조심하며 묵묵히 뒤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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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산보부상보존회의 '최병헌' 회장은 탐방객들에게 옛 정취를 선사하기 위해서인지 구성진 노래를 간간이 들려주시기도 했다.

"○○아, 힘들어?"
"조금 힘들어."
"힘들면 어른 아닌데. 아빠는 어른이라 하나도 안 힘든데."
"아니야, 조금 힘들어도 어른이야."

고갯마루에 가까워질 즈음에는 어린 참가자들이 조금 힘들어하는 모습이 보였다. 아빠와 5살 아들의 대화를 들은 어른들은 "거의 다 왔어. 힘내." 응원을 보태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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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만 보고 가다 산말랭이에서 잠시 바라본 전망은 할 말을 잃게 할 만큼 장관이었다. "이 맛에 산에 오르지."라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건강을 지키거나 여가 생활을 하기 위해 오르내리는 산길이 아니라, 생업을 위해 이곳을 지나다녔을 보부상들은 어떤 생각을 하며 지났을까? 고향에 두고온 부모님과 처자식을 걱정하며 발길을 재촉했겠지? 잠시 그분들의 입장도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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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당바위에서 최병헌 회장의 선창으로 보부상 노래 체험을 해봤다.

참가자 전원이 드러누울 수 있을 만큼 넓은 '마당바위'에 도착해서 잠시 한숨을 돌렸다.

홍산보부상보존회의 최병헌 회장의 주도로 보부상 노래 체험도 해보았다. 참가자들은 그저 "개~화, 개~화, 개화자 좋소!" 후렴구만 따라 해볼 뿐이었지만, 기억에 오래 남을 추억이었다.
'너 잘살고 나 잘살고~', '우리 가족 행복하라고~' 등등 최병헌 회장이 목청 높여 부르는 노래 가사 말을 들어보니, 후렴 가사의 의미는 모두가 잘 사니 좋지 않느냐라는 뜻을 담고 있었다. 많은 사람과 빈손으로 앉아 다 함께 노래를 하고 있자니, '아, 행복하구나!' 가진 거 없는 사람들은 건강하게 근심 없이 웃으며 사는 것이 최고의 행복이라는 생각이 뜬금없이 들었다. 

13.▲ 홍산보부상보존회 회원들의 보부상 길행렬과 전통다듬이공연에 맞춘'싸구려타령' 등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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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 타악연희원 '아퀴' 회원들의 흥겨운 연주도 듣고, 회원들의 지도하에 버나돌리기 체험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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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예술단 '혼'의 국악 청년예술가들의 무용과 소리 등 전통연희공연이 펼쳐졌다.

코로나19로 많은 인원이 함께 점심식사를 할 수 없어 탐방을 마치고 잠시 휴식을 취한 후 홍산객사 야외에서 벌어지는 공연을 관람했다.

홍산보부상보존회의 길행렬에 이은 전통다듬이 공연, (사)타악연희원 '아퀴'의 난타 공연, 전통예술단 '혼'의 무용과 소리 공연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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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어린 참가자에게 최병헌 회장이 초립을 씌워 주었다.

10월을 열며 17세기부터 19세기까지 중세사회가 무너지고 근대적인 상업 형태가 나타나는 과정의 상업 형태에서 활동했던 보부상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잠시 가졌다.

상업 형태는 달라졌지만, 코로나19로 원활한 물자교류가 이뤄지지 않았을 때, 물건으로 혹은 가격으로 장난질(?)하는 상거래가 판을 칠 때, 민초들의 삶에 어떤 악영향을 끼치는지 두루두루 경험하는 요즘이다. 2021 충남 보부상옛길 테마기행에 참가한 한 사람으로 보부상조직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과 시스템의 장점을 잘 살려서 21세기 상거래와 문화 발전에 징검다리가 되었으면 하고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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