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길목에서 호젓하게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곳 어디 있을까.
문득 생각난 곳이 천안 제6경으로 지정되어 있는 각원사였다. 각원사는 국내 최대 좌불상을 품고 있는 곳으로, 천안의 진산 태조산 중턱에 위치해 있다. 태조산은 태조 왕건이 후삼국 통일의 기틀을 다진 곳으로 천안 일대가 한눈에 조망된다.
20분 정도를 달려 각원사 입구에 도착했다.
사찰에 주차장이 별도로 있지만, 무량공덕계단 앞 주차공간에 차를 세우고 연화지 주변을 걸었다. 태조산 자락 아래 펼쳐진 작은 연못에는 둘레길이 조성되어 있다. 둘레길 옆 화단에 심어진 갖가지 꽃들과 운치 있는 풍경은 보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달래 주었다.
둘레길 산책 후, 무량공덕계단을 따라 태조산 중턱으로 향했다.
203계단으로 되어 있는 무량공덕계단을 오르면 태조산 영봉에 모셔진 청동대불을 친견하게 된다. 가파른 계단에 숨이 차오르기도 하지만, 태조산 자락의 맑은 공기에 잡념이 사라지는 듯 기분만큼은 상쾌했다.
태조산 중턱에 서면, 아름드리나무들이 초록 기운을 뿜어내며 반겨 준다.
해마다 봄이면, 많은 이들에게 아름다운 벚꽃 풍경을 선사해 줬던 나무들이 그저 고맙기만 했다. 시선을 돌려 정면을 바라보면, 벚꽃나무 끝 쪽으로 청동대불이 모셔져 있다. 각원사에 모셔진 청동대불은 아미타부처님으로 남북통일의 염원을 담아 1977년 5월 9일에 봉안되었다. 태조산을 배경으로 온화한 미소를 머금고 계신 청동대불은 높이 15m, 무게 60톤으로 그 규모가 상당했다.
벚꽃나무 쪽에 서면, 고즈넉한 사찰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사찰 중심에는 국내에서 목조 건물로 가장 큰 규모의 대웅보전이 자리 잡고 있다. 대웅전의 지붕 용마루 양쪽 끝에는 경주 황룡사의 치미를 달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석가모니 부처님을 일컬어 대웅이라 한다.
각원사의 대웅보전에는 석가모니불을 중심에 두고, 대자대비 관세음보살과 대성자모 관세음보살님을 협시보살로 봉안하고 있다. 경내에는 대웅보전·칠성전·천불전·산신전·성종각 등이 있으며, 청동대불 근처에는 남북통일을 기원하는 공덕비가 조성되어 있다.
경내를 돌다 보니 소원을 품을 돌탑이 눈길을 끌었다.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돌탑 앞에서 마음속 간직했던 소원을 염원해 보았다. 곳곳에서 색색 계절 꽃들이 꽃망울을 터트리며 방문객들의 발걸음을 유혹했다. 봉숭아꽃·배롱나무꽃·연꽃 등 잔잔한 꽃들의 향기에 매료되어 그 자태를 연신 카메라에 담아 보았다.
진흙 속에서 피어나지만, 청정함을 잃지 않는 연꽃!
대웅보전 주변으로 규모는 작지만, 불교의 상징인 연꽃이 우아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조용한 산사에서 아름다운 꽃들을 마주하니, 지친 마음이 치유되는 듯 포근함이 느껴졌다.
머리가 번잡하고 마음이 답답할 때, 산사의 정취가 가득한 각원사로 발걸음 향해보는 건 어떨까.
각원사
- 위치 : 충남 천안시 동남구 각원사길 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