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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자매 할머님댁 기름집에서는 지금 무슨 일이?

2021.04.27(화) 18:08:49 | 엥선생 깡언니 (이메일주소:jhp1969@naver.com
               	jhp1969@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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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고추, 오이 모종 (아래) 뽕잎 순
▲ (위) 고추, 오이 모종 (아래) 뽕잎 순

4월 26일(월), 공주오일장이 열리는 공주산성시장에 다녀왔습니다. 잠시 허리를 펴시느라 세워둔 할머님 끌차 안에는 고추와 오이 모종이 실려 있습니다.

산이나 밭에서 직접 따온 봄나물을 파시는 노점에는 삶은 고사리, 산두릅, 머위 줄기 등 이 계절에만 맛볼 수 있는 봄나물이 그득합니다. 할머님 한 분은 앵두잎 같아 보이는 걸 팔고 계셨는데요, 궁금해서 여쭤보니, 집에서 딴 뽕잎 순이라고 하네요. 살짝 데치거나 볶아서 소금간하고 참기름, 통깨 넣어 무치면 맛나다고 레시피를 알려 주셨습니다. "뽕잎은 무조건 하얀 양념해야 맛있다."라고 여러 번 말씀하셨어요.

봄꽃게도 여기저기에서 보였습니다. 햇양파나 햇마늘(줄기), 햇감자 넣고 한소끔 끓이면 밥 2~3공기는 너끈히 비우겠지요?

그런데 이날 공주산성시장의 주인공은 따로 있는 듯했습니다.

자매 할머님이 운영하는 기름집은 공주산성시장 2길에 위치해 있다.
▲ 자매 할머님이 운영하는 기름집은 공주산성시장 2길에 위치해 있다.

요즘 쑥이 많이 나올 때라 집집이 쑥개떡이나 쑥털털이를 많이들 만들어 드실 텐데요. 식구가 적을 때에는 집에서 만들 수 있지만, 여러 사람과 나눠야 할 때는 방앗간을 이용하실 거예요.

공주산성시장에는 30~40년 이상 영업을 해오신 방앗간과 기름집들이 많은데요, 이날은 자매 할머님이 30여 년간 장사해오신 점포를 방문해 봤습니다. 상호는 ○○기름집인데 쑥떡으로도 유명세를 타는 가게입니다.

생쑥
▲ 생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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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떡 재료 준비
▲ 쑥떡 재료가 자매 할머님네 가게 앞에 줄지어 있다.

아니나 다를까 자매 할머님네 가게에는 쑥떡을 빼러 온 손님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었습니다. 쑥과 쌀을 담은 소쿠리와 빨간색 통이 열을 지어 있기도 했습니다. 지나가던 행인들이 "이 집은 사람이 왜 이리 많은겨!" 한마디씩 하고 갑니다.

산으로 들로 다니며 뜯은 쑥과 불린 쌀을 가져와 쑥개떡을 빼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자매 할머님네서 직접 만든 쑥떡을 사가는 손님도 많았습니다. 소문 듣고 전국에서 들어오는 주문 건도 어마하다고 하네요. 자매 할머님과 언니 할머님의 남편분으로는 일감 감당이 힘드셨는지 이날은 일손을 보태러 따님까지 동원됐는데도 정신없이 분주합니다.

쑥을 찐다.
▲ 쑥을 찐다.

쌀가루 찌기
▲ 쌀가루 찌기

워낙 만드는 양이 많아서일까요? 아니면 8kg, 10kg 단위로 택배를 보내기에 그럴까요? 이유는 모르겠는데요, 이곳에서는 쑥은 쑥대로 쌀가루는 쌀가루대로 따로 찜통에 넣어 수십 분간 쪄내고 있었습니다. 다른 방앗간에서는 쌀가루를 찜통에 안쳐 먼저 익힌 후 그 위에 데친 쑥을 올려 한 번 더 쪄내기도 하더라고요.

가스불에 재료가 익어 가는 광경을 살피니 쑥을 찔 때는 젖은 면포를 위에 올려 찌지만, 쌀가루를 찔 때는 찜통 위에 아무것도 올리지 않았습니다. 언니 할머님께 까닭을 여쭤보니 쌀이 설익기 때문에 쌀가루를 익힐 때는 면포를 덮지 않고 쪄야 한다고 알려 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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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과 쌀가루 찌는 과정이 끝나면 언니 할머님의 남편분께서 전기 절구에 찐 쑥과 쌀가루를 넣고 골고루 섞어 주십니다.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일정한 양의 (덩어리) 쑥떡이 완성됩니다. 그걸 손님이 주문한 양에 맞춰 먹기 좋게 숭덩숭덩 잘라 포장 작업에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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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포장용 비닐을 뽑아 언니 할머님이 가위로 썰어낸 작은 쑥떡을 봉지에 담아 모양을 잡은 후 택배 상자에 넣으면 모든 작업이 완료됩니다. 기계처럼 돌아가는 작업과정을 보고 평소 못 보던 두 분은 바쁜 때라 임시 고용된 직원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 두 분도 쑥떡을 빼러 온 손님이랍니다!!

8kg, 10kg 두 번의 작업을 끝내고 다시 (덩어리) 쑥떡이 작업대 위에 놓입니다. 진짜 주인인 언니 할머님이 기계처럼 움직이던 두 분 손님께 " 한 번만 더 도와줘." 사정을 합니다. 떡살 빼는 순번이 안 닿았는지 두 분은 다시 자리를 잡습니다. 이분들뿐만 아니라 다른 손님들도 택배 상자를 옮기거나 무거운 짐을 함께 들어주며 할머님댁 일을 돕고 있었습니다. 다들 단골이고, 남의 사정을 잘 헤아리시는 심성 고운 분들인 듯했습니다. '가게 주인이 덤을 주니까' , 혹은 '물건값을 깎아 주니까.'가 아니라 서로서로가 사정을 헤아릴 줄 아는 곳이라서.... 그래서 전통시장에 가면 정겹다고들 입을 모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국으로 나가는 자매 할머님댁 쑥떡을 포장하고 있다.
▲ 전국으로 나가는 자매 할머님댁 쑥떡을 포장하고 있다.

8kg짜리 택배 안에는 약 45개의 쑥떡이 들어간다고 합니다. 대부분 가족, 친척들, 이웃들과 나누기 위해 주문하는 것이겠지요. 바로 먹지 못할 때에는 납작하게 반대기로 만들어 냉동실에 얼려 보관하면 된답니다. 먹을 때마다 전자레인지에 1분 30초 정도 돌려 드시면 제철이 아닌 때에도 식사 대용이나 간식으로 그 풍미를 즐기실 수 있다네요.

쑥가래떡
▲ 쑥가래떡

다른 방앗간에서는 가래떡에 쑥을 넣어 그 맛과 향을 즐기려는 분들이 보였습니다. 쑥을 이용한 떡은 다양한 조리법으로 만들어지지만, 만들어 바로 먹을 때 제일 맛있는 듯합니다. 다른 방법으로 쑥떡을 맛보고 싶다면 콩고물을 입혀 '쑥인절미'로 드셔 보실 것을 추천합니다.

많은 돈 들이지 않고도 별미를 즐길 수 있으니, 여러분도 이 봄이 다 가기 전에 맛나고 건강에 좋은 쑥떡 한 점 꼭 드셔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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