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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

시인 '나태주'의 묘비명을 듣고 찾은 공주풀꽃문학관

2021.04.21(수) 06:38:32 | 엥선생 깡언니 (이메일주소:jhp1969@naver.com
               	jhp1969@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1945년 3월 16일 충청남도 서천에서 태어난 시인 '나태주'는 제43대 한국시인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 1945년 3월 16일 충청남도 서천에서 태어난 시인 '나태주'는 제43대 한국시인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며칠 전, 모 TV 프로그램에 '나태주' 시인이 출연했다. 시인은  그의 작품 세계와 인생관에 관해 
시종일관 유쾌하게 풀어가며 의중을 전했다. 시인은 평생 '사랑'과 '그리움'을 시작의 주제로 삼아 왔다고도 전했다. 사회자가 외람되지만, 묘비명에 뭐라고 쓰실지 여쭤봐도 되느냐는 질문에는 시인다운 답을 내놨다.

"많이 보고 싶겠지만, 조금만 참자."라고 쓰겠다고.

공주풀꽃문학관()전경

▲ 공주풀꽃문학관(공주시 봉황로 85-12/041-881-2708) 전경


방송 시청 후 긴 여운이 남아 모처럼 공주풀꽃문학관을 찾기로 했다. 도착하여 둘러보니 역시 풀꽃문학관은 봄과 무척 잘 어울리는 공간이다. 주차장에 서서 보니, 연분홍 꽃잔디가 주단같이 깔린 모습이 너무도 어여쁘다.

공주풀꽃문학관 수돗가 근처에는 모란꽃이 활짝 피었다.

▲ 공주풀꽃문학관 수돗가 근처에는 모란꽃이 활짝 피었다.


공주풀꽃문학관 한 편에는 큼지막한 자줏빛 모란꽃이 피어 있었다. 그 너머로 작년에 공직에서 퇴임한 전 공주시 중학동장님의 모습이 보인다. 현재는 풀꽃협동조합의 조합원으로 활동 중이고, 타고난 성실함과 책임감으로 공주 제민천과 효심공원 일대를 틈틈이 가꾸고 돌보고 계시다.

모처럼 뵈었더니, "매발톱이 예쁘게 폈는데, 봤어요?" 물으신다. 먼저 눈에 들어온 꽃잔디만 봤다고 답하니, 얼른 앞장을 서신다.

 전 공주시 중학동 '오종휘' 동장께서 '사위질에 대해 설명을 해주셨다.

▲ 전 공주시 중학동장님께서 '사위질빵'에 관해서 설명을 해주셨다.


아니나 다를까 여기저기 눈에 거슬리는 풀부터 뽑으신다. 그리고는 생소한 화초 하나를 꺾어 드시더니,
 
" 이건 사위질빵이라고 하는데, 혹시 이름 유래를 아세요?" 묻는다. 모른다는 대답을 들으시고는 마디마디를 꺾어가며 차근차근 유래를 들려주신다.

" 옛날엔 추수 때 사위를 불러다 일을 시키는 풍습이 있었대요. 귀한 사위가 힘들까 봐 장모가 다른 일꾼들 몰래 사위 짐을 덜어냈다네요. 사람들이 줄기가 연하고 잘 끊어지는 '사위질빵'으로 지게 질빵을 만들어도 안 끊어지겠다고 놀린 데서 이름이 붙었답니다." 

유래도 이름도 재미진 화초다.

할미꽃 번식법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셨다.

▲ 할미꽃 번식법에 관해서 설명을 해주셨다.


몇 걸음 옮겨 할미꽃 열매를 손바닥에 올리시더니 번식법에 관해 설명을 이어가신다. 며칠 지나면 민들레 홀씨처럼 씨가 날릴 텐데 바로 땅을 파고 묻으면 아무 이상 없이 싹이 난단다. 그러나 만에 하나 일주일 정도 지나 씨를 심으면 십중팔구 싹이 트지 않을 거라 말씀하신다. 할미꽃 번식은 타이밍과 정성이 필요하다는 요지리라.

제민천변에 식재한 할미꽃을 보여 주고 계신다.

▲ 제민천변에 식재한 할미꽃을 보여 주고 계신다.


재직 시절에 번식이 잘 안 되는 할미꽃을 제민천 제방 사이사이에 심으셨다는데, 예전에 심은 할미꽃을 누가 캐가서 지금은 원래 자리에 할미꽃이 없다며 서운해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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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39나태주39의묘비명을듣고찾은공주풀꽃문학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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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풀꽃문학관에는 세 종류의 '매발톱' 꽃이 피고 있다. 특히 흰색은 보기 드문 꽃이라고 한다.

공주풀꽃문학관에 핀 '매발톱'과 제민천에 심은 '매발톱'

▲ 공주풀꽃문학관에는 세 종류의 '매발톱'이 피어 있었고, 전 중학동장님은 제민천에 심었던 '매발톱' 사진을 보여 주셨다.


매발톱 역시 꽃은 예쁘지만, 흔히 볼 수 있는 꽃이 아니란다. 그래서 여러 사람 보라고 제민천변에 식재하셨다는데, 이마저도 누군가 뽑아가 버렸단다. 참으로 야속한 사람들이다!

2016년 세운 '풀꽃' 시비가 풀꽃문학관 한 편에 자리 잡고 있다.

▲ 2016년 세운 '풀꽃' 시비가 풀꽃문학관 한 편에 자리 잡고 있다.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잊지 못 할 일이 있었다며 들려주셨다. 어느 날 제민천을 거니는데, 한 중년 여인이 울고 있더란다. 연유를 물었더니, 제민천에 핀 분꽃을 보니 어머니 생각에 눈물이 났다고 하더란다.

분꽃은 오전에는 꽃을 피우지 않고 있다 일몰이 가까워야 꽃망울이 터진단다. 시계가 흔치 않던 시절이라 어머님은 분꽃이 피거들랑 쌀을 안치라고 늘 신신당부하고 일하러 나가셨단다. 어머니 대신 식구들 저녁 준비를 하던 그때는 시계대용에 지나지 않던 분꽃이 이제는 돌아가신 어머니를 떠올리게 하는 존재가 된 것이다.

중년 여인의 분꽃에 얽힌 사연을 듣고 나니, 나태주 시인이 묘비명을 "많이 보고 싶겠지만, 조금만 참자."로 정한 속뜻을 조금은 아주 조금은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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