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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방앗간 나들이, 나는 그만 옛 추억에 빠져들었네

2021.02.08(월) 23:31:00 | 엥선생 깡언니 (이메일주소:jhp1969@naver.com
               	jhp1969@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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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소가 든 기정떡
▲선물로 받은 팥소 든 기정떡, 전통막걸리 효소와 100% 우리쌀로 만들어 소화가 잘 된다는 이 떡은 손님 대접용으로 쓸 생각이다
 
작년에 여름부터 가을에 걸쳐 비가 많이 내린 탓에 벼 작황이 좋지 않았다고 한다. 코로나19로 삼시 세끼 집에서 밥 먹는 가정까지 늘어 전년 대비 쌀값이 20%가량 올랐단다.
 
설 명절을 앞두고 떡국떡을 뺄지, 사다 쓰고 말지 고민이 많았다. 찾아오는 손님 대접은 떡국이 아니어도 괜찮고, 코로나19로 5인 이상 집합 금지가 계속되면 많이 뺀들 먹을 사람도 없을 듯하여 결국 차례상에 올릴 정도만 사서 쓰기로 했다. 
 
공주산성시장 내에 위치한 '터미널떡방앗간' 전경
▲공주산성시장 산성시장 5길에 위치한 '터미널떡방앗간(대표 전영숙)' 전경
 
'터미널떡방앗간'은 충청남도 제2호 전통떡제조 우수업소로 지정받은 곳이다
▲터미널떡방앗간은 충청남도 제2호 전통떡제조 우수업소로 지정받은 곳이다
 
지난 2월 6일(토), 장도 보고 대목장 구경도 할 겸 매월 1일과 6일마다 정기장이 열리는 공주오일장에 다녀왔다. 공주시내버스터미널 건물에 자리한 터미널떡방앗간 앞에는 첨가물과 방부제를 넣지 않은 떡국떡이 kg 단위로 팔리고 있었다. 
 
방앗간나들이나는그만옛추억에빠져들었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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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을 앞두고 있어 떡방앗간 직원들은 평소보다 몇 배는 정신없이 분주하다
 
가게 안을 기웃거리자, 사장님이 안으로 들어와 커피 한 잔 하고 가란다. 부부가 30여 년 같은 자리에서 전통떡을 만들어오고 있는 이곳은 흑임자 인절미와 쑥떡이 맛있기로 소문나 있다.
 
가래떡이나 사가면 될 일인데, 일행이 있어 내심 든든했나 보다. 방앗간이 제일 바쁠 때인 줄 알면서도 마다치 않고 성큼 안으로 들어섰다.  
 
쌀가루 분쇄기 벨트가 쉼 없이 돌아가고 있다
▲불린 쌀을 가루 낼 분쇄기의 벨트가 쉼없이 돌아가고 있다
 
쌀가루는 찜통에서 찐 후 성형기로 옮겨진다
▲쌀가루는 찜통에서 익혀 성형기로 옮긴다
 
빈 의자에 엉덩이를 걸치자마자 살가운 방앗간 식구가 추운데 드시라며 따끈한 두유를 내민다. 넙죽 그걸 받아 마시며, 방앗간 구경이 시작됐다.
 
젊은 직원이 가래떡을 빼기 위해 불린 쌀을 분쇄기에 넣고 가루를 낸다. 그때마다 요란한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고무벨트가 참으로 신기하다. 쌀가루를 채워 넣고 서너 단씩 올린 찜기에서는 뽀얀 김이 자꾸만 올라와 언제까지고 그 광경을 넋 놓고 바라보게 만드는 마법을 부려댄다. 
  
2차 성형을 마친 가래떡이  가지런히 정돈된다
▲2차에 걸쳐 성형을 마친 가래떡이 가지런히 정돈됐다
 
다 익은 쌀가루는 두 번 성형기를 거치면 가래떡으로 환생한다. 가위 든 여직원은 제 모양을 갖춘 가래떡이 기계를 빠져나오는 족족 적당한 길이로 잘라가며 찬물에 샤워를 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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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앗간을 찾는 손님들에게 커피며 두유 대접도 융숭하다▲방앗간을 찾는 손님들에게 맛보기 떡이 돌아갔다
 
두유 한 병을 비우고 나니 마음씨 좋은 사장님 내외가 이번엔 갓 뺀 가래떡을 맛보라며 권한다. 괜찮다고 사양해도 막무가내다. 못이기는 척 받아들고 한 입 베어 물었다. 바로 이 맛이지! 꿀이나 조청에 찍어 먹지 않아도 어찌 이리 맛있는지. 염치 불고하고 내주는 자리 차리하고 앉아 재미지게 수다 떨고, 막 뽑혀 나온 가래떡도 먹고, 의도치 않게 명절 분위기에 흠뻑 취해 버렸다. 
 
방앗간나들이나는그만옛추억에빠져들었네 5▲떡집에서는 단호박, 비트, 쑥으로 색을 입힌 가래떡도 판매되고 있다
 
우리집 차례상은 해가 갈수록 간소화되고 있다. 예전 설 명절에는 미리 몇 말씩 떡쌀을 담갔다가 빼서 말랑말랑할 때 끼니 때우듯 먹기도 하고, 굳고 나면 석쇠나 프라이팬에 구워서 뜨거운 걸 불어가며 간식처럼 먹었다. 그러나 이젠 명절이 아니어도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가래떡을 뽑아다 먹을 수 있고, 돈만 내면 집으로 썰어서 갖다주기까지 한다. 가래떡을 대신할 수 있는 먹거리도 지천으로 널려 요즘 아이들은 설 명절이라고 어른들이 가래떡 빼오기만을 목 빼고 기다릴 필요가 없어졌다. 명절을 앞두고도 방앗간 한쪽에 느긋하게 앉아 있을 만큼 손발은 편해졌는데, 주책없이 오늘따라 없이 살던 그 옛날이 몹시도 그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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