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구곡을 찾다
계룡산 상신리계곡을 찾아서
2020.08.21(금) 00:24:06 | 원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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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in@dreamwiz.com)
▲폭포가 있어 더 시원한 용산구곡
20일, 8월 중순을 지나면서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바람 한 점 없는 숨막히는 날씨다. 푹푹찌는 찜통더위를 피해 용산구곡을 찾았다.
충남 공주군 반포면 상신리에 있는 계룡산계곡이다. 마을입구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놓고 개울을 타고 쭉 올라가면 바로 용산구곡이 시작된다.
▲얼음처럼 쏟아지는 용산구곡
▲냉장고 바람이 부는 맑은 용산구곡
용산구곡은 취음 권중면 선생이 1907년 일제의 강압으로 체결된 정미칠조약을 계기로 능주군수직을 그만두고 상신리에 은거하면서 상신리 계곡을 용산구곡이라 하였다. 1곡에서 9곡까지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바위에 새겨놓고 자연과 소통하며 국권회복을 염원했다고 한다.
▲물이 맑아 바닥이 훤이 보이는 용산구곡
▲취암선생이 바위에 새겨놓은 글씨
제1곡을 용이 문에 들어서는 심용문이라 하고, 제2곡은 용이 은거하는 은용담, 제3곡은 용이 수련하는 와룡강, 제4곡은 용이 쉬고 노니는 유룡대, 제5곡은 용이 공부가 무르익어 여의주를 얻는 황룡암, 제6곡은 용이 세상 보는 이치를 깨우친다는 현룡소, 제7곡은 용이 구름과 조화를 부리는 운용택, 제8곡은 용이 날아오르는 능력을 얻는 비룡추, 제9곡은 용이 하늘로 승천하는 심룡연이라 하였다.
▲숲과 바위를 타고 흐르는 용산구곡
용산구곡은 계룡산 탐방대를 지나면 곧바로 민가 없는 계곡물이 냇물처럼 흐른다. 마을 앞에 흐르는 물과 확연히 온도차가 느껴진다. 게곡물에 발을 적시는 순간 시원함이 몸에서 전율을 느끼게 한다. 햇빛을 받지 않고 숲속을 은밀히 내려온 물이어서 더 차갑다. 계곡은 오랜 장마로 인해 수량이 꽤 많다. 수영을 할 만큼 넓고 깊은 곳도 있다. 크고 작은 소가 계곡에 곳곳에 맑은 물을 담고 자랑한다. 나뭇잎은 진록색으로 무성하나 폭염에 왠지 풀이 죽어 보인다. 가을 느낌이 살짝 묻어난다.
▲선녀탕 같은 옥색의 용산구곡
1곡에서 9구곡으로 올라갈수록 물은 차고 맑다. 계곡에 발을 담그고 바위에 앉아 보았다. 냉장고 같은 바람이 불어와 마음까자 서늘해진다. 역시 산이 주는 즐거음은 크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더울 때나 추울 때나 언제 찾아와도 넉넉한 마음으로 늘 아낌없이 보듬어준다. 하순까지 불볕더위가 계속될 것 같다. 상신리계곡에서 용산구곡의 의미를 되새기며 계곡물에 발을 적셔보면 무더위를 잠시 식힐 수 있으리라 본다.
▲산길에서 본 용산구곡
▲용산구곡을 지키는 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