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은 4월에 유기방가옥 수선화를 시작으로 곧 개심사 왕벚꽃까지 꽃 여행하기 좋은 곳이다. 특히, 해미읍성은 봄빛을 닮은 듯, 참 편안한 여행지이다. 찾았을 때는 읍성에 아직 꽃이 없었지만, 지금쯤은 유채꽃은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한산했던 해미읍성, 입구에 지킴이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마네킹처럼 서 있었다. 해미읍성은 조선시대 선조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역사의 현장이라 이렇게 복장까지 갖추고 있으니 보기 좋았다.
조선시대부터 사용하였다는 '해미'는 '아름다운 바다'라는 의미이다. 진남문을 들어서면 좌측에 전통주막, 소원나무, 농산물 판매소, 전통찻집이 있다. 교황이 드셨다는 마늘빵을 여기서도 판매를 하는 모양이다. 지금은 코로나19로 모든 가게가 문을 닫은 상태이다.
그리고 정면으로 가면 회화나무, 옥사, 민속가옥, 동문 잠양루, 동헌, 객사, 내아, 청하정, 소나무숲길로 이어진다. 옥사 앞에 포졸들이 있는데 센스있게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어 웃음이 나온다. 별대완구, 화포, 천자통포, 검차, 투석기, 운포 등 조선시대 무기들이 전시되어 있다.
옥사 앞에 큰 회화나무는 일명 '호야나무'로 불린다, 충남 기념물 제172호로 수령 300년 이상 추정되는 나무인데, 1866년 병인박해 때 천주교 신자들을 이 나무에 매달아 고문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나무이다.
옥사는 1935년 간행된 '해미순교자약사'를 토대로 복원한 것으로 천주교 신자들이 국사범으로 이곳에 투옥되었다고 한다.
코로나로 동헌, 객사는 문이 닫혀 있는 상태라 바깥에서 외관만 바라보았다. 민속가옥은 조선시대 부농이나 말단관리, 상인의 집을 재현해 놓은 것으로 요즘 보기 드문 초가집이라 아이들 교육에 좋을 것 같다.
바로 서문 지성루로 향하였다. 우측으로 국궁장과 씨름장이 있다. 정자에 올라 잠시 주변 풍경을 감상하였다. 순식간에 가는 계절 봄~, 잠시 새순향기 맡으며 봄바람을 느껴본다. 높지 않지만, 역시 성곽의 바람은 다르다.
원래는 객사 뒤로 계단을 올라 청하정을 지나 소나무숲길을 걸어 활터, 국궁장으로 내려오면 좋은 코스이다. 잔디광장에 그네에 앉아 봄볕을 즐기는 모습이다. 새순이 돋기 시작한 유채밭은 금방 노랑 꽃물결을 보여줄 것 같다.
다시 천천히 성곽을 거닐다보면, 평소 보지 못한 눈높이에서 도심을 내려다 볼 수 있어 재미있다. 곧 코로나19가 물러나고 해미읍성에도 체험 등 활기가 넘치는 시간이 될 것이다. 500년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는 해미읍성, 과거와 현재가 적당히 교차하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는 성곽길이다.
어느새 한 바퀴 돌아보니 진남문이다. 멀리 은행나무 한 그루가 눈에 들어온다. 가을에 참 멋질 것 같은 나무, 시간이 흐르고 변한 게 많지만, 500년 시간을 품은 해미읍성은 찾을 때마다 한결같은 모습이라 참 좋다.
성곽 걸으면서 색이 독특한 푸줏간과 눈에 쏙 들어온 작은 카페, 그리고 500년의 시간을 품은 성벽을 그려보았다. 역시, 건축물은 시간이 모든 것을 덮고 있어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