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기호 소설가의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를 읽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학교 개강이 미뤄지면서 원하지 않는 여가를 보내고 있는데요, 조지 버나드 쇼의 묘비명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를 패러디한 소설을 보면서 문득 후백제의 왕이었던 견훤을 생각하였습니다. 난세의 영웅으로 태어났으나 그도 우물쭈물하다가 배신과 죽음을 맞이한 것은 아닌지 싶은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자 내친김에 견훤왕릉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충남 논산시 연무읍 금곡리에 위치한 견훤왕릉으로 가는 길은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견훤왕릉공원에 주차하고 돌계단을 걸어서 가는 방법과, 왕릉로 108번길 사거리에서 자동차를 이용해 견훤왕릉 바로 앞까지 가는 방법입니다. 저는 견훤왕릉 공원-돌계단-견훤왕릉-백련사 코스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야트막한 산등성이로 난 돌계단을 5~10분쯤 오르면 정상에 견훤왕릉이 보입니다. 공주나 경주에서 보게 되는 왕릉과 규모를 비교할 수 없지만 멀리서 보아도 왕릉이라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후백제왕견훤릉이라고 쓰인 묘석은 견씨 문중에서 세운 것이라고 합니다. 
 

 

 
저는 1년에 두 번은 꼭 견훤왕릉을 찾습니다. 봄과 겨울인데요, 봄에는 주변에 목련과 개나리, 그리고 들꽃이 만발합니다. 쓸쓸히 누운 견훤을 달래주기라도 하듯 말입니다. 겨울에 함박눈이라도 내리면 견훤왕릉은 마치 세상의 모든 고요를 끌어안고 있는 듯합니다. 
 

 

 
견훤왕릉의 안내문 옆에 스탬프투어 팻말이 보였습니다. 냉큼 휴대전화를 꺼내 QR 코드를 입력했습니다. 논산시는 논산의 관광명소 24곳을 방문하여 딸기 스탬프를 모으면 모바일 쿠폰을 줍니다. 물론 사이버논산시민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 (https://bit.ly/2FSzm9E)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견훤왕릉을 둘러본 후 올라왔던 반대 방향으로 내려왔습니다. 마을회관 앞 골목길로 접어들면 백련사라는 작은 사찰이 있습니다. 지형 맞춰 앉은 가람배치가 흥미로운 사찰입니다. 
 

 
대한불교 기도성취도량인 백련사는 천년고찰이 즐비한 논산에서 이름을 내밀기 어려운 현대 사찰이지만 기도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어 불자들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합니다. 천수천안 관세음보살상 뒤에 대숲이 있는데 바람소리가 참 좋습니다.
 

 
다시 출발했던 견훤왕릉공원 주차장으로 돌아왔습니다. 산수유가 만발한 공원은 육군훈련소와 가까워 면회객들의 쉼터로도 애용되는 곳입니다. 근처에 펜션도 많은데요, 숙박하시는 분들은 꼭 견훤왕릉을 둘러보시기 바랍니다.
 

 

 
견훤왕릉을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잠깐 서재필박사본가지를 찾았습니다. 몇 해 전 복원 소식을 들었는데요.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습니다. 서재필박사본가지는 서재필 박사가 유년시절을 보낸 곳으로 그의 부모와 형제, 친척이 살았던 곳입니다. 이곳은 갑신정변을 주도하고 독립신문을 발행하는 등 독립운동가로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간 서재필 박사의 자취가 남아 있습니다. 
 
견훤왕릉
-위치: 충남 논산시 연무읍 금곡리 산 18-3

서재필 박사 본가지
-위치: 충남 논산시 연무읍 금곡1리 마을회관에서 150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