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 당일여행으로 영혼이 아름다운 나태주 시인의 삶과 풀꽃향기가 고스란히 배어 있는 풀꽃문학관을 찾았습니다. 1930년대에 지어진 일본식 가옥으로 2014년에 개관하여 문인들이나 문학 지망생들이 모여 회의도 하고 담소도 나누는 살아 숨쉬는 공간으로 문학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제민천을 따라 걷다 보니 풀꽃문학관 안내가 있어 따라왔는데요, 풀꽃문학관 입구로 가는 길엔 시 향기를 느낄 수 있도록 시화가 15점이나 전시되어 있어 한 작품씩 읽다 보면 어느새 소녀 감성엔 풀꽃이 싹트고 있습니다.
 

 
풀꽃문학관으로 가려면 부드러운 언덕을 올라야 합니다. 문학관 입구를 비켜 좌측으로 오면 문학관 전경과 풀꽃 시비(詩碑)를 볼 수 있습니다. 서리와 흰 눈을 맞으면서 겨울을 버티고 있는 마른 풀들이 흔적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네요. 문학관 옆에 자전거가 없는 것을 보니 나태주 시인께서 외출 중이신 것 같습니다.
 

 
산 아래 이곳은 응달이라서 눈이 잔디 위에 금방 내린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풀꽃'이란 시비가 있는데요, 풀꽃문학관을 방문하는 많은 분들이 이곳에서 기념촬영을 합니다. 그날도 몇 분이 시비 뒤에 서서 나름 멋스러운 포즈로 사진을 남겨 한동안 구경을 했답니다.
 

 

 
문학관으로 들어서면 소박하게 나태주 시인의 시화로 만들어진 12폭 병풍입니다. 가을날의 발갛게 익은 감나무와 초가집, 붉은 단풍잎이 그려진 외할머니 시가 마음에 와닿습니다. 십 리가 넘는 학교를 걸어 다니느라 늦으면 동구 밖 미루나무가 있는 신작로까지 나와 기다리던 할머니가 그리움으로 번졌기 때문입니다.
 

 

 
풀꽃 시인으로 불리는 나태주 시인은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문단에 데뷔했으며 ‘대숲 아래서’, ‘누님의 가을’, ‘풀잎 속 작은 길’, ‘산촌엽서’ 등을 펴냈습니다. 산문집으로는 ‘추억이 말하게 하라’, ‘외할머니랑 소쩍새랑’, ‘쓸쓸한 서정시인’, ‘시골사람 시골선생님’ 등이 있고요, 나태주 시인은 '흙의 문학상', '충청남도 문화상', '박용래 문학상', '김삿갓 문학상' 등을 수상했습니다.


 


  풀꽃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교보생명이 출범 25주년을 맞아 '내 마음을 울리는 광화문 글판은?'이라는 주제로 온라인 투표 진행 결과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 가장 큰 지지를 받아 많은 사랑을 받은 시로 꼽히기도 했습니다. 산골에서 40여 년을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재직, 교장선생님으로 퇴임을 하셨습니다.
 

 

 
아담한 공간엔 시인 활동 연보, 그동안 펴낸 시집들, 그리고 원탁, 좌식 의자에 두툼한 방석이 보이는 것을 보니 집필실을 겸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45년 동안 40여 권의 창작집을 출간했으며 그중에 풀꽃이라는 시는 많은 사람의 가슴속에 자리 잡고 희망의 풀꽃 향기를 끊임없이 풀어내고 있습니다.
 


나태주 시인께서 문학관에 계시면 이웃집 아저씨처럼 소박하고 정겨운 풀꽃 같은 이야기와 풍금도 연주해주시고 사인도 해주실 텐데 아쉬웠습니다. 공주 스탬프여행지 가운데 하나인 풀꽃문학관은 반죽동 당간지주, 하숙마을, 제일교회, 공주역사영상관과 연계되어 있는 코스로 함께 돌아보시면 알찬 여행이 되겠습니다.

공주 풀꽃문학관
-위치: 충남 공주시 봉황로 85-12
-시간: 하절기 10:00~17:00 동절기 10:00~16:00(월요일 휴무)
-전화: 041-881-2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