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동우회 겨울 출사로 덕유산에서 아름다운 눈꽃과 상고대로 설경을 만끽하고 서해안의 일몰 명소로 알려진 서산 간월도를 찾았습니다. 간월도엔 신기하게도 바다 위에 둥둥 떠 있는 암자인 간월암을 볼 수 있었는데요, 밀물과 썰물 때 30m의 길이 열려 섬과 육지가 연결되는 곳입니다. 물에 잠긴 간월암을 배경으로 황금빛 노을 속에 갈매기가 춤추는 고운 해넘이를 가슴에 담았습니다.
올 겨울엔 눈 보기도 쉽지 않은데 드넓은 바다 위에 섬같이 느껴지는 간월암엔 하얀 눈까지 살포시 내려앉아 더욱 운치가 있습니다. 물 위에 암자와 주인을 기다리는 작은 배와 어우러진 풍경은 한 장의 그림엽서와도 같습니다. 보통 여행할 때는 안면암을 들어가기 위해 물때를 알아보고 간조시에만 갔는데 일몰 출사는 오히려 만조시에 더 좋은 것 같습니다.
간월도는 '달빛을 본다'라는 뜻으로 조선시대 무학대사가 이곳에서 달빛을 보고 득도했다 하여 붙여졌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또한 간월암은 조선 초 무학대사가 창건하였으며 조선 태조 이성계가 이곳에서 기도 정진으로 가피를 입고 조선을 세웠다는 유서 깊은 서해의 수행지이기도 합니다.
서쪽 하늘은 노을빛으로 서서히 물들어가고 있지만 아직 해넘이 시간은 여유가 있어 간월항으로 이동을 했는데요, 간월항엔 어선들이 정박해 있고 왼쪽으로는 길게 이어진 방파제가 있으며 방파제 끝에는 등대가 조성되어 있어 연인들이 많이 찾는 곳입니다.
이번 간월도 해넘이 출사는 간월암을 배경으로 촬영하자는 의견으로 간월암이 마주 보이는 곳으로 이동을 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하늘과 바다는 온통 황금빛으로 물들어가고 있어 가슴 설레게 하네요. 거기에 갈매기들이 환영이라도 하는 듯 빙빙 날고 있습니다.
사진가들은 일출이나 일몰 촬영을 하게 되면 은근히 기대를 하게 되는 것이 있지요. 혹여 오메가를 볼 수 있는 행운의 순간을 말입니다. 오메가 현상은 한 마디로 '빛의 굴절에 의한 현상'이라고 볼 수 있지요. 그러나 안면암 해넘이는 어차피 산으로 해가 떨어지게 되어 있어 초조하지도 어떤 기다림도 없이 편안하게 촬영을 합니다.
일출과 일몰의 황홀한 순간 포착은 날씨가 도와주지를 않으면 결코 만날 수가 없지요. 사람의 마음이 그렇듯 날씨는 변화무쌍하여 어떻게 될지 알 수가 없거든요. 결국 검은 구름이 깔리고 해가 떨어지는 순간은 상상이 안 갈 정도로 아주 잠시랍니다. 그 찬란하던 황금빛도 점점 사위어 가고 갈매기들도 하루를 마감하려는 듯 모여듭니다.
산에서 아니면 바다에서 붉은 치마폭을 뚫고 불쑥 올라오는 새벽 일출이 희망적이라면 고운 노을빛 속으로 사라지는 일몰은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우리는 과연 매일매일 반복되는 자연의 섭리인 일출과 일몰을 1년에 몇 번을 볼까요. 어둠이 내려지고 갈매기도 쉴 곳을 찾아가고 설레던 마음도 녹아내립니다.
gumle8234@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