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들녘으로 물들어가는 가을날, 당진의 가톨릭 문화유산인 원머리성지를 찾아가 보았다.
 

 
그동안 다녀온 성지 중에서도 외진 곳이라 자칫 지나칠 수도 있었는데, 당진 원머리 순교자묘역은 세계 유네스코 유형·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만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이곳은 조선시대 순교자 묘의 원형이 그대로 보존된 가톨릭 문화유산의 소중한 장소일 뿐만 아니라 순교자 시신이 온전히 모셔져 있는 특색있는 성지라 한다.
 

 
우리나라 천주교가 시작된 것은 1784년 중국에서 세례를 받고 돌아온 이승훈 신부가 동료들에게 세례를 주면서부터였다. 그 후 이존창이 1791년 말 여사울을 떠날 때까지 내포(삽교천·무한천) 일대에 신앙을 전파했고, 당진 원머리 지역은 이미 초창기부터 복음이 전해져 신앙공동체가 크게 형성되어 있었다고 한다. 
 

 
천주교 성지가 많은 충청남도 지역 중에서도 당진에는 김대건 신부 생가터가 있는 솔뫼성지부터 신리성지, 신평성당, 합덕성당과 더불어 원머리성지까지 가장 많은 성지가 분포되어 있음을 안내문을 통해  잘 알 수 있다.
 

 
당진 원머리성지에는 수원에 끌려가 순교한 박선진 마르코와 박태진 마티아 두 분의 치명자가 현재 모셔져 있다.
 


이곳은 박선진(박말구) 지묘이다.
 


사진은 박태진 지묘로 사촌 형 마티아가 모진 고문과 매를 못 이겨 배교하려 할 때 마르코가 '천주를 배반하고 영벌을 어떻게 받으려 하느냐?'라고 하자, 마티아는 이를 곧 뉘우치고 15일 만에 같이 순교하였다고 한다.
 


두 분 순교자의 치명 후 외교인 서덕행이 두 분의 시신을 찾아 이곳 원머리로 운구하여 가족에게 넘겼는데, 그 공을 기리고자 사후에 순교자 묘역에 함께 모셔진 것이라 한다.
 

 
당진 원머리성지는 박해시기에는 박해자의 눈길을 피해 순교자의 시신을 깊은 산속 외딴 곳에 임시로 묻거나 몰래 안장하였다. 또한 물이 들어오면 육지가 섬이 되는 지형적 특성으로 인해 교우촌 한가운데 치명자를 모심으로써 교우촌 신앙의 중심지 역할과 기도로 신앙의 마음을 키우는 특별한 장소가 되어왔다고 한다.
  

 
당진 원머리성지는 순교자의 묘역과 현양비만 덩그러니 있는 곳이라 일부러 마음먹지 않으면 찾아가기 힘든 곳일 수도 있다. 축제나 예쁘고 아름다운 여행지에 밀려 외면당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가톨릭 문화유산을 찾아가는 여행 또한 못지않은 여행의 일부라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 같다.

당진 원머리성지
-충남 당진시 신평면 한정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