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에는 한국도량형박물관이 있다. 한국도량형박물관은 전통 도량형을 비롯해 근현대 도량형의 발달과정과 사용법을 전시하고 있다. 익히 배운 어른들도 도량형에 대해서 다시 배울 수 있고 다양한 체험학습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아이와 가면 좋은 곳인 듯싶다. 안내서에도 중요한 부분은 설명이 잘 되어 있지만 기왕이면 학예사의 설명을 들으며 박물관 투어를 하는 것을 추천한다.
'도량형(度量衡)'이란?'도(度)'는 길이(길이를 재는 자), '양(量)'은 부피(되), '형(衡)'은 무게(저울)를 뜻한다. 즉, 길이·부피·무게와 온도·시간·질량·속도·전류·가속도 등을 재는 모든 것을 말한다.
최초의 도량형은 사람의 손가락이나 손바닥의 길이로 길이와 부피를 재었다고 한다. 하지만 사람마다 손가락과 손바닥의 길이가 제각각 달라 도량형 제도가 필요했다.
근대 이후 나라마다 무역이 활발해지면서 각 나라의 도량형이 서로 달라 불편을 겪으면서 1875년 도량형을 통일하는 미터법을 제정하였다.
▲황종척
도(度), 길이에 관하여
우리나라 길이의 역사는 구석기와 신석기의 중간 시기인 손도끼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당시에는 사람의 신체를 이용하여 길이와 부피를 재던 방식에서 기준이 될 만한 자가 등장한 것은 조선 세종 때의 일이다.
▲영조척
악기의 제조와 음률을 맞출 때 사용하는 황종척, 옷감 등을 재단할 때 사용하는 포백척, 건물이나 성벽·길의 거리를 잴 때 쓰는 영조척, 천문과 기상의 관측기기나 토지의 길이를 측정하는 주척, 궁중 제례나 예법에 쓰이는 기구 제작에 사용하던 예기척, 이렇게 다섯 종류의 자가 모두 만들어진 것이 세종 때라고 한다.
▲유척과 마패
교통과 통신시설이 제대로 발달하지 않던 과거에는 지방의 관리와 백성을 살피기 위하여 조선 11대 왕인 중종 때부터 암행어사를 지방에 파견하였다. 이 마패는 교통 통행증이자 신분증이었고, 유척은 탐관오리가 곡식의 양과 형벌을 주는 용구를 제대로 사용하였는지를 파악하는 기준자였다고 한다. 우리 조상들의 지혜는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순간에서도 빛나는 듯싶다.
량(量), 부피에 관하여
길이가 '도'에 해당한다면 부피는 '량'이다. 조세를 내거나 민간에서 거래를 할 때에는 부피를 재는 '되'나 '말'을 사용하였다. 부피의 기원은 '황종율관'으로 이 관에 기장 1,200알을 채우고 이것을 1약, 2약은 1홉, 10홉은 1되, 10되를 1말, 10말을 1섬(=곡·석)으로 하였다고 한다. 지금은 잘 쓰지 않는 용어와 부피를 재는 도구이지만 조상의 지혜를 한 번 더 깨닫게 된다.
형(衡), 무게에 관하여무게를 재는 '형'은 저울을 사용했다. 조선시대 저울은 세종 9년에 황종률관에 물을 채워 그 중량의 88분을 기준으로 10리가 1분, 10분은 1전, 10전은 1량, 16량은 1근(=641.946g)이었다. 오늘날 무게의 표준인 1근이 600g이 된 것은 1964년부터라 한다. 무게 측정의 원리에 따라 대저울, 앉은뱅이저울, 전자저울 등 과학이 발전하면서 저울 또한 발전한 것을 살펴볼 수 있었다.
한국도량형박물관 갤러리에는 10월 31일까지 도량형민화에 관한 청하 노용식 초대전이 열리고 있다. 돼지무게계측도, 집짓기풍속도 등 박물관에서 보았던 내용을 익살스러운 민화로 한 번 더 살펴볼 수 있어 유익했다.
한국도량형박물관
-위치: 충남 당진시 산곡길 219-4
-문의: 041-356-9739
-관람일: 09:00-17:00(화~토)
-휴무일: 일요일, 월요일, 설날·추석 당일 휴관
-관람료: 어른 3000원, 청소년 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