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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지 않은 청춘은 없다...자서전 쓰기를 권하는 학교

2019.08.29(목) 13:34:34 | 금산신문 (이메일주소:gsnews4700@naver.com
               	gsnews4700@naver.com)

자서전 발표중.

▲ 자서전 발표중.


한 친구의 이번학기 계획을 듣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어디선가 많이 보았던 상황이다. 틀림없이 오늘 처음 듣는 이야기인데, 왜 이럴까? 생각해보니, 이야기속에 담긴 고민과 감정 때문이었다.

간디학교에는 학생들의 프로젝트들이 여기저기 반짝인다. 그 기획들의 처음과 마지막은 늘 자신의 이야기로 설명되곤 한다. 그림을 그려도, 무대에 올라가도, 창업을 해도 자신의 고민에서 출발해, 자신의 생각으로 끝나는 경우가 참 많다. 우리 학교가 그래서일까, 요맘때 아이들의 특성 때문일까

아픔없고 사연없는 청춘이 어디있으랴, 다들 묵직한 삶의 짐가방 하나쯤은 짊어지고 있다. 거기다 감성이 한창 충만할 시기다. 세상이 순간 반짝반짝 빛났다가 갑자기 우중충해지곤 한다. 말로는 청산유수 지만 외롭고 힘들다. 이럴땐 응원을 주고 받는 사람들과 나눈 이야기가 큰 힘이 된다. 함께 생각해보고, 고민해본 결과가 새로운 시도로 연결된다.

곳곳에 성찰의 힘이 묻어있는 학교. 금산간디학교 고등과정에는 발표장에서도, 프로젝트 중에서도, 일상에서도 자기 성찰의 대화가 자주 오간다. 서로를 위하고 도와주려는 분위기속에서 많은 질문들이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게 도와준다. 그러다보면 흔히 오가는 제안이 있다. “너 자서전 한번 써보지 않을래?”

‘프로젝트 학교’를 표방하는 곳이다. 농담반 진담반으로 ‘아침에 일어나서 잠이 들때까지 프로젝트 아닌게 없다’ 라고도 말하지만, 딱 그만큼 이곳은 ‘자기 성찰 학교’이기도 하다. 우리는 두렵고 어려울수록 갑옷을 두껍게 두르고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그런 상태를 계속 가지고서 즐겁게 생활하기가 어렵다. 대중목욕탕에서 친구들과 함께 목욕하는 상황과 비슷하다. 자신을 숨기기보다 솔직하게 드러내고, 가려운 부분을 서로 도와 긁어주려 노력하는게 상책인 곳이다. (남보다 뛰어남이 박수받기보다) 서로 돌보고 위하려는 행동이 인정받는 분위기에서, ‘안전함을 확인받는 공간’을 함께 만들어 간다.

자서전 수업중 가족의 이야기를 돌아보는 장면.

▲ 자서전 수업중 가족의 이야기를 돌아보는 장면.


‘배움과 두려움은 함께 춤출 수 없다’. 있는 그대로를  존중해주는 분위기. 내 주변이 나의 더딘 속도에도 어느 정도 맞추어 줄 거라는 믿음. 이것이 우리를 키우는 ‘보이지 않는 힘’이라고 믿는다. ‘누군가의 변화를 위해 기꺼이 공간을 내주려는 마음’. 그것이 훌륭한 교육공간이 가져야 할 가장 큰 덕목이 아닐까. 좋은 제도나 비싼 장비나, 우수한 시설 전에 말이다.

일상의 마음속에는 과거의 기억과 미래의 바램 그리고 현재의 욕구가 한 몸뚱어리로 얽혀있는 경우가 많다. 매일을 살아내며 조금씩 자기 이야기가 일기장에 마음속에 정리되고 쌓여간다. 가족의 이야기, 성장과정의 사건들이 다시 바라봐진다. ‘나를 만들어 온 것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그러다 문득 자서전 쓰기에 도전해보곤 하는 것이다.

사실 기억에는 자신의 해석이 묻어난다. 기억이란 객관적 진실이라기 보다는 주관적인 산물에 가깝다. 자신의 관점이 바뀌면 같은 기억도 다르게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러기까지는 많은 시도가 필요하다. 여러번 표현하고, 대화하기를 반복한다. 괴로움에 방황도 한다.

그러다가 문득 자각의 순간이 온다. 자신의 모습이 잘 보이기 시작한다. 발목을 붙잡고 있던 사슬(패턴, 신념, 정체성 등)이 보여서, 스스로 머리를 친다. 외면하고 있던 내면 아이를 스스로 돌보려고 한다. 나를 괴롭혔던 괴물들(상처를 주었던 존재들)에게 화해를 청하려고 한다. 그러다가 또 힘들어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내가 버린 나를 다시 껴안아 보려고 노력한다. 스스로를 괴롭히던 자기 굴레에서 자유로워지기도 하고 새로운 지평이 열리기도 한다. 어쩌면 앞으로 평생 해야 할 일이다. 그래서 ‘자서전 쓰기’에 완성이란 없다.

오늘도 나에게 묻는다. 지금의 나를 만들어온 것들에 말을 건다. 내안의 또다른 나들에게 손을 내민다. 자서전 쓰기를 권하는 학교. 우리는 금산간디학교에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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