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배면적 늘고 판로는 제자리…장기적 대책마련 절실
▲ 충남 청양군 운곡면 한 농가에서 여름 구기자를 수확하고 있다.
충남 청양군이 본격적인 구기자 수확 철을 맞았지만 가격폭락 조짐에 농가의 한숨이 깊어가고 있다.
이는 평년보다 구기자 재배면적이 늘어 생산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소비는 경기침체와 제한적인 판로로 둔화됐기 때문.
최근 3년간 구기자 가격(600g)은 2만 5000원대부터 3만 원대로 좋았고, 한 해 동안 키워 수확이 가능하다는 장점에 농가의 재배면적 확대를 부추겼다. 또 올해는 태풍과 병해충 등 큰 피해가 없는 것도 생산량이 증가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주민 A씨는 “여름 구기자 수확이 한창인데 주위에서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는 소리를 들으면 농가 입장에서는 허탈할 수밖에 없다. 얼마 전 읍내 약초상가를 들러 매입시세를 알아봤는데 건구기자 1근에 1만5000원부터 1만7000원이란 소리를 들었다. 이 가격은 지난해 시세의 반밖에 안된다”고 푸념했다.
주민 B씨는 “수년간 구기자 시세가 좋아 언젠가는 가격이 떨어질 줄 알았지만 이렇게 폭락할 줄은 몰랐다”며 “오른 인건비를 고려하면 1근에 2만 원을 받아야 하는데 가격이 낮으면 수확시기에 인력확보도 어려울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처럼 구기자 재배농가의 고민이 깊어가고 있지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구기자는 일반 농작물과 달리 구입처와 소비계층이 한정돼 있고, 일반식품보다는 한약재로 주로 사용되기에 소비촉진에 제약이 되고 있다. 군내 구기자의 상당량을 처리하고 있는 청양구기자농협(조합장 복영수)도 하루에 구기자 매입시세를 묻는 전화가 수차례 걸려오고 있다.
그러나 구기자농협은 물량이 많은 가을 수확시기에 가격을 책정하고, 조합원 위주로 매입하기에 올해처럼 수확량 증가가 예상되면 한정된 판로문제로 일반 농가의 물량은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
복영수 조합장은 “지난 3년간은 TV광고 등을 통해 구기자의 우수성과 효능을 알려 소비자들의 구매가 높았다. 하지만 올해는 경기침체와 소비둔화로 구기자 판매가 예전만 못하다”며 “수매가격은 물량이 많은 가을에 책정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정확한 가격을 세우기 어렵다”고 말했다.
복 조합장은 또 “농가가 시장과 판로를 염두에 두지 않고 시세를 찾아 농사를 짓게 되면 과잉생산으로 가격이 폭락하기 쉽다”며 “구기자 농가는 지난해보다 100여 농가가 늘었고, 재배면적도 크게 증가했다. 구기자산업이 발전하려면 장기적인 안목과 대책이 필요하고, 소비자들의 건강과 안심을 위한 GAP인증을 받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