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예로부터 흰옷을 즐겨 입어 백의민족이라 하였습니다. 염색기술이 발달하지 못한 탓이기도 하고, 지배층 외에는 착용이 안되는 복식 규정이 많아 일반 백성은 흰 옷을 입게 되었다는 설도 있습니다. 고려와 조선시대에는 오행사상에 근거해 흰 옷을 금지하고 청색 옷을 권장하기도 했으나 염료가 비싸기도 하고 기술도 부족한 탓으로 잘 지켜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주로 식물·동물·광물에서 천연염료의 재료를 얻었으며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식물성 염료를 가장 많이 썼는데, 그 중 가장 먼저 사용한 것이 쪽이라고 합니다. 풀잎을 모아 삭히면 가을 하늘과 같이 청명하고 맑은 쪽빛이 납니다. 쪽으로 염색한 옷감은 햇빛에 강하고 변색이 잘 안 되며, 해충으로부터 몸을 보호한다고 합니다.
천안 수신면에 위치한 공방 고운은 전통적인 방법으로 자연에서 채취한 재료들을 이용해 천연 염색을 하는 곳입니다. 지난 5월 3일 쪽빛만큼 날씨가 좋은 날 신사초등학교에서 천연 염색을 체험하러 왔습니다.
공방 고운은 자연에서 재료를 얻기 위해 직접 텃밭을 가꾸고 그곳에서 자란 것으로 발효시켜 염색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마을 입구에서부터 들어오며 모내기를 하기 위해 물을 채워 놓은 논도 구경하고 텃밭도 구경하며 자연을 직접 눈으로 보고 느끼며 체험장으로 들어섭니다.
공방 고운 김경애 씨는 오늘 염색할 쪽을 직접 화분에 심어 아이들에게 보여줍니다. 쪽을 염색하기 위해서는 발효를 시켜야 하기 때문에 미리 준비를 해두었다고 합니다. 쪽으로 얻어지는 염료의 양이 무척 적기 때문에 점차 전통적인 쪽 염색이 사라져간다고 하는데 공방 고운에서 체험을 할 수 있다니 신사초등학교 아이들에게는 다른 곳에서 해 볼 수 없는 색다른 체험이 될 듯합니다.
어버이날을 앞두고 엄마에게 선물하기 위해 스카프에 쪽 염색을 하기로 합니다. 미리 물에 빨아서 이물질을 없앤 스카프를 아이들에게 나누어줍니다. 그리고 고무줄을 이용해 천에 모양을 내줍니다.
고무줄로 단단히 묶어주어야 염료가 들어가지 않아 선명한 무늬를 얻을 수 있습니다. 전문 용어로는 홀치기라고 합니다. 어떤 모양이 나올지 상상을 하며 고무줄을 묶어줍니다.
다 묶고 나서는 미리 준비해 둔 쪽 염료에 담가주는데요, 묻으면 잘 안 지워지기 때문에 스카프 끝을 집게로 집어 담가줍니다. 아이들에게 1분이라는 시간은 무척 긴 듯합니다. 기다리면서도 몸이 배배 꼬입니다.
막 꺼낸 쪽 염색의 빛깔은 진한 연둣빛에 가깝습니다. 그러다 이내 푸른 쪽빛으로 색이 순식간에 변합니다. 우리가 주로 입는 진한 청바지 색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쪽을 햇빛에 널어두면 화학작용을 하여 더 예쁜 색이 된다고 합니다. 재료도 자연에서 얻고 색도 자연이 만들어줍니다.
쪽 염색을 마친 아이들은 잠시 휴식을 취하며 공방고운 주변에 핀 꽃과 동물을 구경합니다. 교실 안에서의 공부는 지겨워 무표정했을 아이들의 얼굴이 해님처럼 밝아졌습니다.
구경을 마친 아이들과 상추 모종심기를 해보기로 합니다. 직접 흙을 만지라고 하니 흙도 못 만지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그런 친구들을 옆에서 도와 주며 같이 심어주기도 합니다. 자연으로 나와서인지 아이들 마음도 하늘처럼 넓어진 듯합니다.
이제 염색할 때 묶은 고무줄을 풀고 물로 헹구어 줄 시간입니다. 물로 여러 번 헹구어주어 염료를 빼줍니다. 신사초등학교 아이들 얼굴이며 성격이 모두 다르듯 염색 무늬도 같은 게 하나도 없습니다.
다들 본인이 만든 무늬에 만족한 듯 서로 자랑도 하고, 받고 기뻐할 엄마의 얼굴을 떠올려 봅니다.
복잡한 도시에서 벗어나 한가롭게 자연을 즐기며 천연 재료로 아름다운 색을 내는 염색 체험을 통해 자연의 소중함을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또, 자연의 재료에서 이런 고운 빛깔을 얻었던 조상들의 지혜도 느낄 수 있었고, 흰색에서 연두색으로 연두색에서 쪽빛으로의 색의 변화를 직접 눈으로 보며 색의 아름다움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