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무르익어가는 4월, 온산에 뭉게구름처럼 피어난 산벚꽃이 어느 정도 지고 연둣빛 신록이 시작되면 어김없이 몽글몽글 개심사의 왕벚꽃과 청벚꽃이 부풀어 올라 아담한 절집은 술렁거리기 시작하지요.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 문득 청벚꽃이 보고 싶어 25일 새벽녘 서산 개심사를 다녀왔습니다.



일주문을 지나 개심사로 오르는 입구에는 개심사, 세심동이라는 글귀가 새겨진 자연석 두 개가 서 있습니다. 마음을 씻으며 계단을 올라 봅니다. 연둣빛 숲은 약간 어둡지만 새소리가 아침을 열어 주는 듯합니다.





숨이 차도록 계단을 오르고 나면 평평한 길이 나오고 몇 발자국 걸으면 연못이 있지요. 이곳까지만 와도 왕벚꽃이 눈 앞에 어른거리기 시작합니다. 개심사 대웅보전으로 오르는 길은 돌계단과 연못 쪽으로 돌아가는 길이 있지만 대부분 이 돌계단을 이용하여 왕벚꽃과 마주합니다.   



개심사는 백제 의자왕 때 창건하고 고려 충정왕 때 중건되었다고 전해집니다. 대웅보전을 중심으로 심검당과 무량수전, 안양루가 있고 그 옆에는 명부전과 해우소, 종각, 산신각, 연못이 자연스럽게 배치된 아담한 절집이랍니다.







대웅보전, 심검당 앞 화단에는 자목련, 진달래, 박태기 등이 곱게 피어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있습니다. 비가 내리고 있어 꽃빛이 더 진하게 느껴지는데요, 자연의 순환으로 아름다운 계절입니다.



새벽에 나섰지만 벌써 왕벚꽃과 청벚꽃을 보기 위해 온 사람들이 10여 명은 넘는 것 같습니다. 봄이 이곳에만 머문 듯 왕벚꽃은 화사하고 탐스럽게 피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저 감탄사를 저절로 자아내게 합니다.
 






왕벚꽃은 벚꽃보다 2주 정도 늦게 핀다고 합니다. 왕벚꽃은 꽃송이가 완전히 다르지요. 4~5겹의 꽃으로 어린아이 주먹 만하게 풍성하게 피어 어우러지니 장관을 이루고 있는 모습입니다. 올봄은 무슨 꽃이든 잘 핀 셈인데요, 이곳 개심사 내에는 20여 그루의 왕벚꽃으로 꽃대궐을 이루고 있습니다.
 




청벚꽃이 핀 곳에 사람들이 너무 많아 사진 찍을 엄두도 못 내고 있었는데, 다행히 공영방송국에서 스님과 인터뷰를 하는 바람에 조금 한산해져서 기다리고 기다려 사진에 담았습니다.







이 청벚꽃은 현재 우리나라 개심사에만 유일하게 볼 수 있다고 하지요. 10여 년 전 처음 개심사로 출사를 왔다가 이 청벚꽃을 보고 얼마나 신기해 했는지 모릅니다. 지금도 신기한 것은 마찬가지지만요. 결혼식장 신부가 안고 있는 부케, 달덩이처럼 탐스럽고 꽃잎은 연한 녹색을 띠어 아주 예쁘지요. 



 


벚꽃은 일본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꽃으로 일본의 국화라고 불리기도 하는데요, 어릴 적 벚나무는 일본이 원산지라고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벚꽃은 사실 제주도의 왕벚꽃나무에서 기원했다고 합니다. 세계적인 우리의 자연유산 왕벚꽃, 바로 알고 지켜가야겠습니다.
 




개심사 주변에는 문수사의 왕벚꽃도 있어 유명하고, 해미읍성과 공세리성당까지 서산 당일 여행으로 충분합니다. 철쭉이 곱게 피어 아름다운 공세리성당은 진사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지요. 개심사의 왕벚꽃, 청벚꽃은 이번 주까지 보기 좋을 것 같습니다. 신기한 청벚꽃은 서산 개심사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