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대한민국 편지쓰기 공모전 수상전
지금은 이메일도 업무나 필요하지 않으면 쓰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카톡으로 쉽게 쉽게 전달하고 짧게 정보나 하고 싶은 말을 하는데요. 상처 없는 영혼은 없겠지만 상처 받을수록 더 단단해지는 것이 삶이 아닐까란 생각을 해봅니다. 그 상처를 보듬어 줄 수 있는 것은 편지 한 장이 충분할 수 있습니다. 경험은 인식을 변화시키는데 사람은 변화해야 하고 글은 변모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편지 한 장을 쓰면서 사람들에게 약이 되는 야생초 같은 글을 담을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천안에는 우체국에서 일하는 분들이나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는 우정 공무원교육원이 있는데 이곳에 가면 편지와 글 그리고 그 역사에 대해서 접해볼 수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에게 열려 있는 이 곳에서는 아주 오래 전의 이야기 같은 우표와 편지를 만나볼 수 있어서 아날로그 향을 느껴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12월 17일에서 내년 2월 28일까지 2018 대한민국 편지 쓰기 공모전 수상작이 전시가 되고 있는데 우정 아트갤러리 특별 전시전으로 진행이 되고 있습니다. 동시에 이해인 수녀의 민들레의 영토의 손편지와 시 이야기도 같이 접해볼 수 있는 전시전입니다.
이 곳에 있는 시를 보면서 글이라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괴로움을 통해서만 완전함을 이룰 수 있었다는 고흐나 우아해 보이는 백조가 쉬지 않고 물 밑에서 발을 움직이는 것처럼 글도 수많은 고통과 고뇌를 거치지 않고는 좋은 글을 만들어낼 수가 없다고 합니다.
이곳에 전시된 편지글 중에 하나를 읽어봅니다.
"네가 살아갈 세상이 조금 더 깨끗하고 덜 유해하기를 엄마는 간절히 바란단다. 환경을 사랑하는 것이 곧 너를 사랑하고, 나아가 우리 모두를 사랑하는 것이라는 거시적 관점에서 엄마는 노력을 멈추지 않을 거라고 또 한 번 다짐을 해본다. 나에게 엄마라는 이름을 줄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인 너에게 경외심을 표하며 이 글을 마칠게. 사랑한다 나의 아가야..."
평범해 보이는 편지 속에 누군가에게 사랑을 주고 구원을 주는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그 성격의 힘이 바로 운명이 아닐까요. 글이 담긴 문학은 결국 자기 구원을 위한 글쓰기입니다.
소소해 보이고 항상 만나는 자연도 따스하다고 생각하면 고맙고 소중해집니다. 괴테가 영감을 받기 위해 너도밤나무 숲을 찾았다가 햇빛에 반짝이는 나뭇잎들을 보고 경탄해하면서 했던 말입니다. 사물이나 사람에 대한 관심(關心)이 관심(觀心)으로 바뀔 때 남들이 보지 못한 것을 보게 됩니다.
"이론은 잿빛이다. 그러나 생명의 나무는 영원한 초록빛이다." - 괴테
나이 드신 분들의 글들도 이곳에 있습니다. 그리고 편지와 관련된 사진도 있는데 소박한 전시전이지만 시간을 가지고 둘러보면 그 속에도 새로운 것들이 있죠.
"어느 날 아침에 깨어보니 나 자신이 유명해져 있었다." - 바이런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물 같이 사는 것이라고 하는데 반복해서 흐르면서 자신의 이미지를 비워 봅니다. 편지를 보내는 것은 아주 조금 자연과 비슷해지는 것이 아닐까요. 자연은 침묵하면서도 그냥 그 속에 수많은 생명을 품고 있습니다.
공부를 위한 책 읽기나 시 읽기가 아니라 어려서부터 그것은 자신의 버릇처럼 하면 심성을 가다듬고 어른이 되어서도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지닐 수가 있습니다. 전시전에서 누군가에게 보냈을 편지들을 보니 그 사람의 생각이나 마음이 아주 조금은 느낄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