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 고마나루 솔밭을 찾았다. 고마나루는 금강변과 나루터 일대, 연미산까지 이어진 공주 명승 제21호이며 금강6경으로 안개 낀 날 아침이나 눈이 내리는 날에는 특히 사진애호가들이 즐겨찾는 곳이기도 하다. 찾아간 날은 특별할 것 없는 아침도 아니고 대낮이었지만 하늘을 가리는 시원한 소나무 솔밭 아래에서 돗자리를 깔고 휴식을 취하는 공주 시민들의 평범한 일상을 만날 볼 수 있는 날이었다. 솔밭이 아주 크지 않으므로 가볍게 한 바퀴 산책하기도 좋은 곳이다.
 


고마나루는 곰나루라고도 하며 한자어로는 웅진이다. 신라 신문왕 때는 웅천주, 경덕왕 때는 웅주, 고려 태조때 부르던 공주가 오늘에 이르고 있다. 



백제 수도의 관문이자 물길과 물길이 만나는 지점이며 1010년 고려 현조, 1624년 조선 인조가 이 나루를 통해 공주에 들어왔다는 기록이 있다. 660년 나당연합군의 당나라 장군 소정방이 백제를 공격하려고 금강을 거슬러 와 주둔했고, 백제 멸망 뒤엔 웅진도독부가 설치되었던 백제역사의 중심무대였다. 또한 천신, 지신, 산천신에게 제사를 지내던 국가의 공식적인 제사터와 암곰과 새끼곰의 원혼을 달래고자 제사를 지냈던 웅신 숭배의 제사 공간이 남아있다. 



그리고 이곳에는 웅신숭배와 제사공간과 관련이 있는 인간과 곰에 얽힌 슬픈 설화가 전한다. 솔밭을 거닐다보면 전설을 보기 쉽게 만화로 풀어내기도 하였고 작가들이 만든 곰조각상 작품들로 또 하나의 볼거리를 제공한다. 



그 설화를 살펴보면 옛날에 연미산에는 커다란 암곰 한 마리가 자신의 짝을 찾으며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동굴 앞을 지나던 나그네에게 반해 자신의 굴로 데려와 살게 되었다고 한다. 암곰은 나그네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외출할 때에는 항상 커다란 돌로 입구를 막아 두었고 매일 물고기를 잡아와 함께 나눠 먹었단다. 



시간이 흘러 암곰과 나그네 사이에 반은 인간 반은 곰의 모습으로 두 아이가 태어났다. 아이까지 있는 나그네가 도망갈 일은 없을거라고 방심한 어느 날 암곰은 굴 입구를 막지 않은 채 나갔고 그 날 나그네는 굴 밖을 달아나 배를 저어 강을 건너갔다. 굴로 돌아온 암곰은 그제서야 나그네가 도망간 것을 알고는 강가로 갔지만 나그네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고 한다. 


▲곰사당

암곰은 슬픔에 빠진 채 강 속에 아이들을 빠트리고 자신도 강에 몸을 던졌다. 암곰의 원한 때문인지 그 이후로 강에 풍랑이 일고 배가 뒤집히는 일이 자주 일어났다고 한다. 그때부터 마을 사람들은 암곰과 새끼 곰의 원혼을 위로하기 위해 곰사당을 짓고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곰사당 내부 


▲웅진단터

이곳은 웅진단터로 백제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국가의 주관으로 금강의 수신에게 제사를 올리던 장소이다. 웅진단에 대한 기록은 삼국사기, 고려사, 조선왕조실록 등의 문헌과 고지도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웅진사, 웅진단, 웅진제소 등으로 표기되어 있다. 2011년 발굴조사 결과 제사에 이용되었던 분청제기와 백자제기, 기와, 전돌 등이 출토되었다. 


▲웅진단과 수신제

웅진단 제사는 처음에는 곰에 대한 제사였으나 점차 수신제 제사로 성격이 변화되었다고 한다. [세종실록]에는 곰신이 아닌 용왕신에 대한 제사로 기록하고 있지만 민간에서는 여전히 곰신에 대한 제사라고 생각했으며 일제강점기에는 해마다 정월대보름에 웅진단에서 당굿을 드렸고 제사상에는 곰이 좋아하는 도토리묵과 마를 올렸다고 한다.

공주 고마나루솔밭
충청남도 공주시 웅진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