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 배방읍 배방산 둘레길 걷기
며칠간 이어진 장마가 끝이 나고 화창한 여름의 하늘을 볼 수 있는 하루가 시작되었습니다. 신록의 계절 여름이 어김없이 찾아와 산과 들 그리고 하늘은 푸르다 못해 눈부신 공간을 만들어주고 있어요.
오래간만에 배방산 둘레길 산보에 나선 제 손에는 카메라와 그리고 모자, 손수건이 들려져 있습니다.
얼마나 뜨거울지는 집 밖을 나서며 바로 드는 후회감이 대신 알려줍니다. 그래도 산과 들에 펼쳐진 다양한 생물들이 살아 숨 쉬는 현장을 보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니 큰맘 먹고 뙤약볕을 뚫고 나가봅니다.
언제 올랐는지 기억도 가물거리는 배방산 정상이 저 멀리 보이네요. 나무가 우거져서 정상에 서있는 팔각정 머리끝이 보이지 않네요. 정상 봉우리가 헷갈릴 정도로 나무 숱도 많아지고 제 건망증도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벌써부터 영글기 시작하는 밤나무의 밤송이가 신기하기도 하면서 그 끝에 매달려 있는 파란 하늘이 참 예쁘다는 생각이 듭니다. 요 며칠 장맛비로 하여금 작은 하천은 풀들이 유수에 따라 쓰러져있어요. 덕분에 깨끗한 물들로 자리바꿈 하니 보는 이도 시원합니다.
만물의 소생을 알리는 봄이 지나고 제2의 탄생기를 맞는 여름이 시작됩니다.
아파트 단지 가까이에 있는 배방산 둘레길에는 온갖 작물들이 모여있습니다. 잘 자라고 있는 벼하며 포도송이, 옥수수, 무성한 땅콩 잎... 거기다 아스팔트 사이로 삐져나와 자라는 잡초들까지도 말이죠.
뜨거운 계절을 어떻게 지내나 싶을 정도로 동물들도 더위 때문에 시름시름 할 것 같은데요 늘 지나쳐가는 축사에 새로운 지붕이 씌어있어서 다행이다 싶습니다.
꽃이 피는 시기가 6월에서 10월 중 백일 동안 붉게 핀다는 백일홍, 이제 7월이니 9월경에는 모두 지겠다는 생각에 벌써 아쉬움이 듭니다. 배방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라 해도 누구 하나 토 달일 없는 이 나무는 두서너 명의 성인 남성이 팔 벌려 껴안으면 손이 잡힐 것 같아요. 늘 논 밭 한가운데서 굳건하게 서있는 이 나무에게 보호수 훈장이라도 줘야 할 것 같습니다.
나무도 열 일하는 여름의 시작 7월. 무더위에 건강 상하지 않도록 띄엄띄엄 쉬면서 살 수 있는 여유, 멀리 있지 않네요. 우리 동네 한 바퀴 일주일에 서너 번이면 이 나무처럼 장수하며 건강하게 살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