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고 청상(氷庫靑孀)이란 말이 있다.
겨울에 얼음을 채벌하는 벌빙 부역을 하다가 도망가는 백성들의 부인들이 결국은 과부가 된다는 의미를 지닌다.  옛날에는 얼음을 어떻게 얻고 보관했을까?
몇 년 전 우리나라 영화에서 조선시대 얼음 독점권과 관련된 사극 영화가 상영되기도 했다. 그 당시 돈보다 귀한 권력의 상징을 얼음에 비유할 만큼 얼음은 귀하고도 귀한 존재이기도 하였기에 그만큼 고난의 몫은 백성이 되기도 했다.

조선의 실학자 정약용은 백성들의 부역을 안타깝게 여기고 더 좋은 방법을 구상하게 이르렀는데 큰 움을 파서 회를 바른 다음 강추위에 물을 길어 얼게 하여 외풍 없이 보관하는 방법을 썼다고 한다.
실제로 그 얼음은 그해 여름까지 단단하여 도구로 깨뜨려 사용할 수 있었다 하니 그 활용의 성과는 과히 대단했을 것이라 생각이 든다.  



목빙고에 대한 자료를 검색하다보니 사실 조선시대 빙고는 석빙고가 아닌 거의 목빙고였다고 한다. 하지만 목재로 만든 목빙고가 현재까지 보존되기에는 나무의 특성상 어려움이 있어서 확인하지 못하고 있었던 찰나에 홍성의 목빙고가 발견된 것이다. 2005년 홍성군 오관리 아파트 신축부지에서 발견된 것을 현재의 위치로 이전하여 복원시켜 지금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가로 5.5m, 세로 23.86m, 깊이 1.5m 규모의 나무로 된 얼음창고가 목빙고로 추정되는 이유는 천장에 사용된 돌이 전혀 사용되지 않은 점과 벽 중.하단부에 6개의 기둥구멍이 3m 간격으로 뚫려있어 천장 관련 시설이 있었다는 점 등으로 미뤄 천장을 돌이 아닌 목재로 축조됐음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또한 홍주 목빙고는 홍주읍성과 근거리에 위치하고 있어 당시 얼음의 수급 체계와 조선시대 빙고의 위치 및 구조문제 그리고 목재를 활용하여 조성한 것으로 그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크게 평가하고 있다.

 
비교적 완벽하게 보존되고 있는 석빙고를 보면 그 과학적인 원리도 설명이 된다. 날씨가 따뜻해지거나 문을 열고 닫을 때 생기는 따뜻한 공기는 상부의 특정 공간에 갇혀 그곳의 환기로를 통해 밖으로 빠져나가게끔 설계되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얼음이 녹아 생긴 물은 배수구를 통해 빠져나가도록 만든다. 실제로 홍성의 목빙고의 형태를 보면 위에서 아래로 물이 내려가도록 경사가 져있다. 얼음과 얼음 사이 벽과 천장 사이에 볏짚과 갈대 등을 채워 넣어 열을 차단시키고 겨울철 영하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출입문 옆에는 벽을 두어서 냉풍이 내부까지 더 빠르게 들어와 얼음을 꽁꽁 얼게 만드는 과학적 원리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목빙고에 관련한 얼음을 만들거나 보관하는 이야기 그리고 과학적인 원리 등 자료를 찾다보니 재미있는 과학이야기가 실생활에도 많이 근접해 있는 조선시대를 옅본 것 같아 흥미롭다.
바로 옆에는 탐관오리의 참탈에 시달리는 민중을 구하려는 동학군의 활약을 나타낸 홍주동학기념비도 서있다.  홍주 동학군은 이곳 고지에서 일본군과 관군이 있는 홍주성을 공격했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하지만 1년 후 홍주의병이 봉기하는데 영향을 끼칠 만큼 의미있는 곳이라 할 수 있다.

 
역사의 도시 홍성에서 만나는 흥미로운 역사이야기가 어떠했는지 모르겠다. 주변에 널려있는 흔하다면 흔한 갈색 문화재 안내판에 대한 관심으로 우리나라 유적과 유물에 대해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도 솔솔한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