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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

느티나무에 새겨진 천년의 ‘희로애락’

식목일 기획 - 나무가 역사다

2018.04.05(목) 00:59:16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deun127@korea.kr
               	deun127@korea.kr)

느티나무에새겨진천년의희로애락 1



충남 최고령 보호수 예산에
공동체 기억 고스란히 담겨
 
700살 나무들 지역 곳곳에
신령한 존재로 마을 지켜와

 
충남 지역에는 마을 곳곳에 보호수가 있다. 적게는 삼백여 년이 된 젊은 나무부터 많게는 천년이 지난 고목까지, 몇 세대에 걸쳐 마을을 지켜왔다.
 
오랫동안 보호수와 희로애락을 해오며 마을 사람들은 점차 나무를 닮아간다. 하루하루 숨 가쁘게 눈앞의 것을 쫓아가야 하는 현대의 리듬과는 달리, 역사를 기억하고 세월을 인내할 줄 아는 긴 안목으로 삶을 대하며 이웃과 관계한다. 어쩌면 이들 마을이 오랫동안 유대를 이은 것은 천년을 살아가는 나무의 관점으로 관계를 맺어 왔기 때문일지 모른다.

만일 그렇다면, 나무를 삶의 영역으로 적극적으로 끌어안고 살아가는 일은 시대와 관계를 변화시키는 힘이 될 수 있다. 우리가 조금 더 나무의 리듬을 닮아간다면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안목도  푸르러 질 것이 분명하다. <편집자주>
 

“마을 사람들의 건강도 지켜주고 소원도 들어주는 큰 어르신이지. 배나무 그늘 아래서 빨래도 하고 멱도 감고 고기도 잡아먹고, 마을에 소중한 나무여”
 
‘의좋은 형제’ 이야기의 고장인 예산군 대흥면에는 전설의 나무가 있다. 마을길 언저리에서 오랫동안 마을을 지켜 온 이 나무는 수령 1018년으로 충남 최고령 느티나무다.
 
마을 어른인 피순분 할머니(69)는 어린 시절 한복을 곱게 입은 어르신들이 보호수 앞에서 제사를 지내던 모습이 눈앞에 선하다며 나무에 새겨진 기억들을 꺼냈다.
 
“어릴 때 음력 5월에는 그네도 타고 수영도하고 별짓을 다했지. 그런데 한 때는 제를 드리지 않은 적이 있는데, 마을에 초상이 나기 시작했어. 그래서 초하루 날에는 꼭 제를 올려”
 
나무껍질만큼 주름이 생긴 나이지만, 유구한 세월동안 마을을 지켜온 나무 앞에서 피순분 할머니는 아이로 돌아갔다. 나무 앞에서면 여전히 할아버지 세대들과 함께 한 기억들이 선명해진다.
 
그렇게 한참 동안 옛 이야기를 하던 피순분 할머니는 나무에 대해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나무의 신령한 힘 때문에 오늘날에도 마을이 번영할 수 있었다고 피순분 할머니는 말했다.
 
“아마도 우리나라서 제일 나이가 많은 나무일 거야. 성스러운 나무야. 이 나무가 있어서 마을에 이렇게 집들이 많이 생겼어. 서울에서도 오고 여러 곳에서 찾아와 새집을 올렸지”
 
의좋은 형제 마을을 지켜온 느티나무는 지난 1982년 보호수로 지정됐다.
 
높이는 19m에 둘레는 7.5m로 여전히 건강함을 유지하고 있다. 마을 사람들은 보호수를 신성하게 여기며 여전히 정성스럽게 제를 올리고 있다.
 
또 봄철에 나뭇잎이 피는 것을 보고 농사의 풍흉을 점치기도 했다. 느티나무 잎이 전체적으로 고르게 나오면 그해 비가 많이 내리거나 물 사정이 좋아 모내기에 걱정이 없고, 여기저기 층이 져서 잎이 돋아나면 한발이 들 것이라고 예견했다.
 
“보호수는 마을의 큰 어르신입니다. 지금도 집안에 안 좋은 일이 있거나 아픈 식구가 있다면 촛불을 켜고 막걸리를 따라놓고 가시는 분들이 있지요. 마을을 지켜온 보호수에 소원을 빌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편해지기 때문이에요.”
마을 주민인 강현구 씨(49)는 보호수에 의지해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젊은 사람들도 이러한 모습을 이어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음력 2월 1일이면 마을사람 모두 모여 음식을 장만하고 제를 크게 지내지요.”
 
지금도 이곳 마을 사람들은 2월 초하루면 저마다 음식을 장만하고 보호수 아래서 모인다. 나무에 기원도하고 갖고 온 음식도 나누며 마을의 역사와 기억도 공유한다.
이러한 행위를 통해 이들은 마을 공동체를 천년 넘게 지켜올 수 있었다.
 
한편, 오랜 세월만큼 보호수에는 전설도 담겨 있다. 대흥면의 보호수는 예로부터 ‘배 맨 나무’로 불린다.
 
서기 660년 나당 연합군이 백제의 마지막 거점인 임존성을 공격할 때 이 나무에 배를 맸다는 전설 때문이다.
●도정신문팀 041-635-4931
 

느티나무에새겨진천년의희로애락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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