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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

고대 일본, ‘백제 술’에 취하다

일본 속 백제이야기 (3) 박재용 충청남도역사문화연구원 연구실장

2018.04.05(목) 00:26:50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deun127@korea.kr
               	deun127@korea.kr)

후쿠오카현(福岡縣) 야메시(八女市) 지역에서 생산되던 수수허리 술

▲ 후쿠오카현(福岡縣) 야메시(八女市) 지역에서 생산되던 수수허리 술


수수허리를 신으로 모시는 사가신사(佐牙神社) 배전

▲ 수수허리를 신으로 모시는 사가신사(佐牙神社) 배전


 

고대일본백제술에취하다 1


일본의 고대 문헌인 “고사기”에는 백제인 수수허리(須須許理, 다른 이름은 인번)가 빚은 술을 마신 왜왕이 한껏 취해 흥에 겨워 부른 노래가 전해지고 있다. 백제 술이 전해지기 전까지 일본에서는 과일을 자연 상태에서 발효시킨 것이나 곡물 등을 씹어서 타액으로 당화시킨 다음 이를 토기나 나무상자에 보관하여 발효시킨 구교주(口噛酒)를 애용했다고 한다.
 
당시 백제는 근초고왕 때(346~375년)로 어떤 재료와 기술을 가지고 술을 빚었는지 명확히 알 수는 없다. 다만 중국사서인 ‘주서’에서 “오곡과 각종 과일, 채소, 술 등이 거의 중국과 같다.”는 기록을 통해서 백제가 술을 빚을 때 쌀을 비롯한 곡류나 과일을 사용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이 시기 이미 중국이나 고구려에서는 누룩(麴)을 사용하여 빚은 술이 있었으므로 백제도 비슷한 술과 양조기술을 가지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수수허리가 일본에서 빚은 술은 아마도 탁주(濁酒) 또는 청주(淸酒)였을 것이다. 탁주는 한국에서 흔히 막걸리라고 불린다. 탁주를 술 부대에 넣고 여과하여 침전물까지 제거한 술이 백주(白酒)이며, 여기에 다시 찐쌀을 넣어 한차례 더 발효시켜 단맛을 가미한 술을 일본에서는 어주(御酒)라고 한다.
 
어주는 현재까지 신사의 제사나 왕실제례에서 반드시 사용되는데 신이나 왕이 마신다고해서 ‘어(御)’를 붙였다. 이러한 술들이 오늘날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오사케(お酒)’의 원조가 되었다.
 
현재 교토에는 일본 제일의 주신(酒神)을 모시고 있는 유명한 마츠오(松尾)대사가 있다. 이곳에서는 매년 전국의 명주를 봉헌하는 축제가 열리고, 인근의 사가(佐牙)신사에는 수수허리를 신으로 모시고 있기도 하다. 모두 백제 술과 관련된 일본의 유서 깊은 문화유산이다.
 
좋은 술을 빚기 위해서는 풍부한 쌀과 물이 절대적이다. 따라서 벼농사를 위한 저수지와 관개수로가 필수적인데, 백제인들은 이러한 기반시설 개발에 참여하여 그들의 흔적을 남겼다. 백제에서는 일찍부터 저수지가 축조되고 있었으며, 이러한 백제의 토목기술이 일본에 전해져 있었던 것이다. 이렇듯 일본에 전해진 백제의 토목기술과 양조기술은 일본 술 문화의 발전을 가능하게 했다.
 
술은 백제와 일본뿐만 아니라 농경중심의 고대 동아시아 문화권 나라들에서 중요하고 신성시되어 왔다. 고대의 제사는 신에게 풍요를 비는 행위로서, 이때 신과 인간을 연결해 주는 매개체가 술이었다. 처음 빚은 술은 신에게 바치고, 신에게 바쳤던 술을 구성원들이 나누어 마셨다. 즉 음주가무와 함께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던 행위가 제천·제례의식이며, 이것이 술 문화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 일본에서 유지되고 있는 마츠리(お祭:축제) 전통은 이러한 술 문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술은 신성한 것이므로, 축제나 제사는 술 빚는 것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렇듯 백제 술의 명맥은 오늘날 일본문화 속에 깊숙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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