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곳 업소 매달 3만원씩 성금 기부 약속해 충남 최초 '착한가게거리'로 지정
한국음식의 대표격이라 하면 응당 김치, 비빔밥, 불고기, 삼계탕 등을 꼽을 것이다.
이 음식들 외에 한국의 대표 음식으로 무엇을 꼽을 수 있을까? 순대 정도면 국가대표 음식 상비군에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당면을 식용비닐로 싼 포장마차 순대가 아닌 돼지 창자를 쓴 전통 순대가 그 전제조건이다. 그리고 순대라 하면 우리 충남 천안시 병천의 아우내 순대를 1번지로 이름에 올릴수 있을법 하다.
순대 좀 먹어 본 사람들에게는 ‘성지’ 같은 이곳 병천순대가 금년 1월에 이름을 하나 더 얻었었다. 그것도 아주 뜻 깊고 모든이들이 박수를 쳐 주는 이름으로서 기존의 ‘병천순대거리’ 플러스 ‘착한가게 거리’라는 호칭으로.
그리고 이 착한가게 거리라는 이름은 충남 최초인 제1호라는 점이다.
그 전후과정은 이렇다. 충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지난 1월 13일 병천면 소재 동남구문화원에서 병천순대협회, 나눔봉사단 등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병천순대거리 ‘착한가게 거리’ 선포식을 열었다.
착한가게란 충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추진하는 3만원 이상의 월정액 기부캠페인으로 자영업자, 병원, 프랜차이즈, 어린이집, 학원 등 모든 사업장이 참여할 수 있다.
지역기반인 풀뿌리 나눔 활동을 활발히 전개하는 사랑의열매 나눔봉사단원들이 병천순대거리에서 운영 중인 음식점을 직접 방문해 노력을 기울인 결과 총 22곳 중 18곳이 착한가게에 가입했다고 하니 실로 놀랍고도 고마운 일이 아닐수 없다.
병천 순대의 맛에 못지 않은 이곳 순대집 사장님들의 따스한 마음이 그대로 전해지는 느낌이다.
병천순대거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사장님들은 지역사회에 대한 감사와 지역에 공헌하고자 하는 의식을 발휘해 특정지역에서 다수의 착한가게가 배출됨으로써 충남1호 ‘착한가게 거리’로 지정받게 된 것이다.
이번 착한가게에 참여한 음식점은 충남집, 아우내토박이곽가네순대, 명가현모병천순대, 아우내순대, 먹거리순대주식회사, 부부순대, 아우내엄나무순대, 아우내장터순대, 본가순대, 전놀부네, 아우내한방순대, 고모네순대, 병천시장순대, 친친중화요리, 요거프레소천안병천점, 명식이네순대, 신은수참병천순대집, 아우내옛날순대 이렇게 모두 18곳이다.
이번에 도민리포터가 착한가게거리로 탈바꿈한 병천 순대거리를 축하해 주고 그 의미를 만방에 알리고자 순대 맛집중 한곳을 취재했는데...
사전에 어디를 가야할지 고민이 많았다. 그러던중 인터넷을 뒤져보니 지난 2016년 가을에 제20회 강경젓갈축제 행사장 내에서 열린 제9회 향토 전통음식 요리 경연대회에서 도지사표창을 받은 신은수 참병천순대집이 있었다.
참고로 미리 전제해 두고자 하는 것은 취재는 신은수 참병천순대집에서 했지만 이곳 병천 순대거리의 모든 순대는 그 맛이 거의 대동소이하게 비슷하게 뛰어나다는 점이다.
도민리포터도 순대를 좋아해 이곳에서 개인적으로 여러 순대집을 돌아보았는데 순대 맛이 어느집 어느집 할 것 없이 모두 눈이 휘둥그레 돌아갈 정도로 맛있다는 점을 적어두고 싶다.
그래서 그중 한집인 신은수 순대를 찾아 착한가게 거리의 의미와 함께 추운 겨울에 따끈한 순대국밥 한그릇 떠올리게 만드는 병천 순대의 제대로 된 참맛을 알려보고자 한다.
이곳은 병천면 순대거리로 들어가는 초입이다.
기자가 도착한 시간은 이른 새벽이었는데 순대국집들은 새벽은 물론이고 24시간 영업하는 집이 대부분이다. 이른 아침에 따끈한 순대국 한그릇은 점심때까지 든든하기 때문에 외지 운전자 등 많은 이들이 찾는다.
이번엔 상을 바꿔서 국밥이 아닌 순수 순대 한접시.
국밥 속에 들어가 있을때와는 비주얼이 또 다르다. 국밥은 사실상 식사의 느낌이었지만 이건 뭐 완전히 “꼭 먹어야 돼, 이 비주얼 실화야?” 수준이다.
실컷 먹고 나서 기사를 쓰는건데 지금도 사진을 보니 침이 넘어간다.
신은수 사장님이 재작년 10월 향토음식요리경연대회에서 은상을 받고 안희정도지사님으로부터 받은 상장을 들어보이고 있다.
신은수 순대 뿐만 아니라 병천 순대의 가장 큰 특징은 신선한 돼지 소창을 이용한다는 점이다. 대창(큰 창자)을 쓰는 다른 지역 순대에 비해 부드럽게 씹히고 누린내가 적은 편이다. 소창 속에 들어가는 재료는 고기붙이와 두부를 비롯해 찹쌀, 당면, 선지, 양배추, 양파 등 각종 야채가 들어간다.
병천에 순대 식당들이 터를 잡고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한국전쟁 직후라고 한다.
이 지역에 햄 공장이 들어서면서 돼지고기 부산물을 활용한 식당들이 덩달아 생겨났는데 순대 식당도 그중 하나였다.
먹을거리가 귀한 시절에 값싸고 영양 많은 순대는 서민층에게 환영받는 음식이었다. 병천에 장이 서는 날이면 순대국밥을 먹으려는 이들로 순대국밥 식당 앞은 장사진을 이뤘다고 한다.
이렇게 특화된 식당 거리의 사장님들이 너나할 것 없이 이웃을 돕는데 돈을 내고 동참하겠다고 나섰으니 참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충청남도 제1호 착한가게 거리'로 이름을 하나 더 얻은 병천 순대거리. 많은이들의 사랑이 넘칠수록 어려운 이웃도 더 많이 돕는 일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