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눈이 제대로 내린 날, 서둘러 카메라를 챙겨 논산 명재고택으로 향하였다. 역시,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오전임에도 생각보다 많은 사람과 흩어진 발자국들~ 그래도 명재고택은 변함없이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주었다.
명재고택은 이미 전국적으로 알려진 사진 명소, 논산 가볼 만한곳이다. 300년 이상 된 조선 중기 상류층의 전형적인 양반가옥으로 모든 선비들이 흠모하였던 명재 윤증선생의 고택이다. 명재고택이 유명한건 아름다운 장독대와 더불어 과학의 비밀과 배려의 지혜가 돋보이는 한옥구조에 있다.
사랑채 창문의 4분합 들문은 지금의 와이드 TV 규격인 16:9 비율이며 방 사이 장지문은 미닫이 겸 여닫이 형태의 안고지기문, 해시계의 기준을 잡은 일영표준 주춧돌, 담보다 낮은 안채 굴뚝, 안채와 광채 사이에 바람의 방향과 햇볕의 길이를 염두에 둔 과학적인 설계는 흥미진진하다. 고택앞에 문화해설사가 상주하고 있어 고택설명을 들으면 참 재미있다.
오늘의 목적은 눈 덮인 장독대 풍경과 고택의 모습이다. 도착하자마자 바로 장독대를 잘 볼 수 있는 언덕으로 올라갔다. 여름에 왔을 때는 없었던 초가집이 새로 생겼다. 초가집과 초가집 사이로 올라가면 고택의 모습을 내려다볼 수 있는 언덕이다.
소복이 내려 앉은 눈과 장독대, 말이 필요없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고택의 은근 미학이 담긴 풍경은 열심히 달려온 보람이 있다. 명재고택 올 때는 역시 광각을 들고 와야 한다. 2470으론 수많은 장독대의 아름다운 선을 다 담아낼 수 없다. 1424를 챙겨오길 잘 했다. 줄지어서 있는 장독대에 내린 눈은 빠짐없이 공평하게 앉아 있다.
고택의 고목과 세월의 흔적을 안고 있는 장독대~ 종갓집인 만큼 전해져 오는 비법간장이 유명하다. 파평윤씨 노종파 종갓집 간장은 묵은 간장에 부어 만드는 되매장으로 '간장 한 숟가락이면 아픈 배가 나았다.'란 이야기가 전해져온다.
여름이면 시원한 바람이 불어 한참 머물기 좋은 자리인데 지금은 매서운 겨울바람이 얼굴을 때려 오래 머물 수가 없다. 워낙 많은 사람이 찾는 명재고택, 예전에는 안채까지 관람이 가능하였는데 지금은 바깥만 둘러볼 수 있다. 고택의 안사랑채와 큰사랑채, 초가집 별채는 숙박이 가능하다.
뒤로 돌아갔더니 안채와 광채의 뒷모습이 보인다. 뒷마당에서 보면 과학적인 바람길, 햇볕길의 과학적인 설계를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다.
간장이 유명한 만큼 고택의 물 또한 특별하다. 사랑채 앞에 작은 샘은 지금까지 장을 담글 때 사용한다고 한다. 지대가 낮고 향나무을 심어 여인네들의 공간뿐만 아니라 나무뿌리가 물을 정화해주는 기능까지 한다니 그 옛날 참 지혜로웠던 파평윤씨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명재고택 바로 옆은 노성향교가 있다. 향교와 고택 사이 사각의 연못 그리고 가운데 배롱나무까지 눈이 내려 삭막한 겨울에 풍성한 풍경을 자아낸다. 눈 내리면 카메라 들고 가고 싶은 곳, 연륜이 있는 고택에 내린 눈은 아름다운 풍경으로 여행자의 마음을 채워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