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수능일 다음 날인 11월 24일(금)은 새벽부터 매섭게 눈이 내렸다. 아침 일찍 공주시와 대전의 경계지역인 '사봉마을'을 지나는데 계룡산의 설경에 눈이 부신다. 사진을 찍다 보면 전신주와 전깃줄이 늘 '눈엣가시'였는데, 눈 온 날은 이조차도 멋스럽기만 하다. 눈꽃이 얌전히 내려앉은 나뭇가지는 눈꽃이 떨어지지 않도록 온몸에 힘을 잔뜩 주고 있다. 분위기에 젖어 아무도 밟지 않은 하얀 눈 위에 꾹꾹 눌러가며 발자국을 찍어 본다. 카페에서 대전 방향으로 가기 위해 오르막길을 달린다. 도로 위에 난 앞서 지나간 차들의 바퀴 자국조차 그림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