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거리 넘치는 천안 독립기념관이다. 마음만 먹으면 하루 종일 시간을 투자해도 모자를 정도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챙겨봐야 할 것들이 너무 많은 곳이다. 단풍길로도 유명한 독립기념관은 지금 이 시간에도 가을로 물들고 있는 중이다.
독립기념관 전시관은 총 7관이며 그 외 야외에도 여러 가지 조형물과 시설물들이 많이 있고 경관도 수려하여 다양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오늘은 [겨레의 시련] 제2관을 중점적으로 보려고 한다. 2관 초입에 있는 척화비는 천안의 유일한 척화비로 일제 강점기 때 땅속에 파묻혀 버린 후 나중에 다시 찾아낸 비석이다. 흥선대원군의 쇄국정책으로 개항을 반대했던 조선은 결국 쇄국의 의지를 땅속에 묻어버리게 되었던 것이다. 다시 빛을 보게 된 천안의 유일한 척화비를 눈앞에서 보게 되니 더 특별한 느낌이 들었다.
제2관 [겨레의 시련]은 개항을 맞이하는 위기의 조선으로 내용이 전개된다.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꼭 맞게 되는 민중의 항쟁 그중 동학 농민 운동 때 쓰였던 죽창의 날카로운 모서리가 예사로 보이지 않는다. 오늘 독립기념관 전체 관람을 욕심내지 않고 나눠보니 더 세세하게 눈에 들어오는 것 같다.
개혁의 바람이 부는 가운데 좌초하지 않으려는 조선의 의지는 결국 일제에 의해 지배를 당하는 피지배국이 되어 버리는데 그 위기 중 하나는 명성왕후 시해 사건이다. 전시관 안에 명성왕후의 그림자와 함께 처절한 외침이 울려 퍼짐을 들을 수 있다.
그 후론 일본의 실제적인 점령지가 되어 버린 조선의 거리나 생활상 등이 모두 일제화되어 버리고 강요되는 혹독한 시절을 보내게 된다. 그야말로 겨레의 시련의 시기가 계속 이어지게 된다.
"아침마다 궁성을 요배합시다" 작지만 악랄하다 싶은 작은 쪽지의 모습에 기가 차오른다. 검표 전단의 모습에 그 당시 일제의 강요와 억지의 삶을 알 수 있다.
남녀노소 흥미를 유발하는 인형 제작으로 더 실감 나게 당시의 모습을 보여준다. 어른 아이 아이들 할 것 없이 흥미롭게 보는 공간이다.
여러 사건들의 고증된 사진들을 보기 좋게 나열하거나 디지털을 이용한 자료 설명 역시 요즘 전시장에서 빠지지 않는 안내 방법으로 왜곡된 우리의 역사를 바로 알리는데 필요한 설명을 이해하기 쉽게 해놓았다.
제2관만 관람하는데도 한참이나 걸리는데 어느덧 제3관 [나라 지키기] 연결 통로로 이어진다.
"나라는 망해도 의병은 죽지 않는다"라는 결의에 찬 문구가 왠지 가슴에 와닿는다.
조상의 희생과 고난의 시간이 없었더라면 과연 지금 우리들이 이렇게 편한 시대가 왔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3관을 빠져나오니 출구 한편에 서있는 바위가 보인다. 임나일본부설을 조작하기 위해 세워둔 "임나대가야성지비석" 이 비석은 경북 고령에서 옮겨온 것으로 한민족을 열등 민족으로 조작하고 일제의 한국 역사 왜곡 비행사실을 실증해주는 자료라고 설명되어 있다. 건물 한쪽에 치우쳐있었지만 이 돌을 발견하는 우리 국민들 마음은 그 분노가 더 커짐을 짐작하고도 남겠다.
이날 천안 독립기념관에 아이들을 데리고 올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 드는 진지한 관람기였다. 어렵게 모으고 관리되는 독립기념관의 자료들이 헛되이 되지 않도록 보는 이들 또한 소중한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