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롱꽃이 아직도 매달려있는 '견훤왕릉' 논산시 연무읍 금곡리 마을 옆 나즈막한 구릉 위에 후백제의 창시자이자 후백제를 기억하게 해주는 견훤왕릉이 있다. 한적한 곳이라 가을 단풍들면 운치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다.
견훤왕릉 앞은 주차장이 있으며 견훤왕릉공원이 있어 쉬어가기 좋다.
근처 연무대가 있어 주변엔 펜션 등이 많은데 번잡한 여행지보다 가족과 오붓하게 보내는 곳이다.
안내가 잘 되어 있다.
가을엔 양쪽으로 들꽃이 핀다.
어느새 가지 끝엔 노랗게 물든 단풍이 하나 둘 떨어져 길은 가을을 느끼기 충분하다.
천천히 생각하기 좋은 길, 사색하기 좋은 길이다.
유연한 길 위에 마음도 여유가 생긴다.
길 위에 나무들은 살랑살랑 부는 바람 속에서 깊어간다.
금방 올라온다.
좌측으로 맥문동 꽃 몇송이가 남아 있어 담았다.
견훤왕릉은 생각보다 소박하다.
능 양쪽으로 배롱나무가 서 있는데 가지 끝에 아직도 꽃이 매달려 있어 반갑다.
견훤왕릉은 둘레 83m로 후백제의 유적이 없기에 왕릉으로 초라하지만 특별한 의미가 있는 능이다.
견훤(867-935)왕은 신라 말에 후백제을 세워 초대왕으로 백제의 부활을 꿈꾼 영웅이다.
앞날을 내다보는 통찰력이 비상하였으며 탁월한 리더쉽으로 천하를 호령하였으니 고려 태조 왕건에게 패망하였다.
조용하니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며 스치는 나뭇가지는 초라한 왕릉만큼 스산하게 느껴진다.
왕릉은 한때 세력을 키웠던 전주방향이며 임종시 완산을 그리워하여 그곳이 바라보이도록 능을 만들었다고 한다.
능앞에 유난히 키가 크면서 잎이 다 떨어진 나무가 서 있다.
봄처럼 잎이 듬성듬성 나있는데 나뭇가지는 메말라 가을분위기, 자세히 볼수록 더 이상하게 보이는 나무,
새로 잎이 나는 것일까? 다 떨어진것일까? 나무 이름이 뭘까? 궁금증을 일으키는 나무이다.
올라왔던 곳으로 내려가지 않고 반대편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잠시 앞이 탁 트여 마음까지 가을 바람이 분다.
올라온 길 반대편으로 단풍들면 더 좋은 길인 마을 쪽으로 내려왔다.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되는 오붓한 길은 천천히 걷게 한다.
걷다보면 늦둥이 겹무궁화꽃이 보인다.
역시 빨리 뻗는 가지가 일찍 꺾인다고 하더니 늦게 핀 꽃은 꽃이 귀한 계절에 더 사랑받는다.
내리막만 내려오면 바로 마을이다. 우측으로 꺽어 조금 걸으면 조금 전 올라왔던 왕릉입구가 있다. 마을도 조용하다. 연무대 입교식대 가족단위로 많이 오는데 멀지 않은 곳에 이런 조용한 공원과 한바퀴 돌 수 있는 왕릉이 있으니 근처여행지로 괜찮을 듯하다. 가을에 더 운치있는 길, 사색하기 좋은 견훤왕릉 가는 길이다.
여행정보 :견훤왕릉 충남 논산시 연무읍 왕릉로 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