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유일 ‘돌 착색(着色)’ 특허로 ‘해옥(海玉)’ 만드는 태안 안정웅 대표
“충남 태안군 파도리에 오면 파도에 밀려오는 해옥을 만나고, 소원면을 거쳐 가니 소원 성취를 한다.”
학창시절에 수학여행을 다니다 보면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대표적인 기념품 몇가지가 있었다. 제주도 돌 하르방, 석굴암 불상, 다보탑, 그리고 돌에 참기름 바른것 처럼 반짝반짝 윤기가 나던 예쁜 조약돌 가공품.
이 몇가지는 해당지역 관광지가 아닌 전국 어디에서든 사고 파는 것들이었다.
이중 반짝이며 윤기 나던 반들반들한 돌에 ‘사랑이란...’ ‘추억’ ‘어버이 은혜’ 등의 경구나 시, 혹은 노랫가사 등을 새겨 넣고 예쁜 그림, 산수화, 인물 등의 사진을 넣어 만든 그 조약돌 제품은 지금도 누구나 책상서랍 어느 한켠에 한두개쯤 들어있지 않을까.
▲ 태안군 소원면 파도리에 자리잡고 있는 해옥 전시장
▲ 전시장 내부
▲ 해옥 제품들이 쇼윈도에 전시되어 있다.
▲ 안정웅 대표가 제품들을 손보고 있다.
전국의 유명 관광지에서 만날 수 있었던 이 조약돌 제품의 이름은 ‘해옥(海玉)’이다. 바다에서 나오는 구슬처럼 예쁜 돌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과연 어느 공장에서 찍어낸 것일까?
아니다. 공장에서 마구 찍어낸게 아니라 돌 표면에 색을 입히고 거기에 예쁜 그림, 사진, 글씨를 새겨 넣어 만든 100% 수제품이다.
예나 지금이나 전국의 모든 관광지에서 팔고 있는 해옥 기념품은 모두 충남 태안군 소원면 파도리에서 한명의 장인(匠人)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특히 무엇보다도 이 장인만의 조약돌 착색(着色) 기법은 국내에서 유일한 기술이며, 지금도 아무도 흉내내지 못한 독특한 기법이고, 그 만의 특허가 있기에 해옥 제품을 만드는 사람은 전국에서 이분이 유일하다.
오늘, 지난 수십년간 해옥을 만들어 온 충남 태안의 안정웅 대표를 만났다.
▲ 파도리 조약돌 해안
▲ 안대표가 조약돌을 함부로 채취할 수 없다는 안내문구를 가리키고 있다.
▲ 파도리 해안에서는 조약돌을 집어들기만 하면 이렇게 수천년 파도에 씻겨 예쁘게 다듬어진 조약돌이 손에 잡힌다.
▲ 전국공예품 경진대회 은상 입상 당시 출품작
▲ 해외 수출 상담 사진들과 방송 보도 사진.
▲ 이완구 전 충남도지사가 해옥 제품을 미국 대사에게 선물하는 장면
▲ 각종 해옥 작품들. 형형색색 컬러를 입혀 영롱하기 그지없다.
▲ 완전 투명보석이다.
그날부터 조약돌을 가공하기 시작했고 착색기법을 연구하고 또 연구했다. 처음에는 돌에 구멍을 뚫어도 보고, 일반 화학페인트용 니스를 칠해보거나 혹은 메니큐어를 바르는 등 색깔도 입혀 보면서 몇 년을 보낸 끝에 드디어 1975년도에 처음으로 완벽한 착색 기술을 활용한 반지와 팔찌 등 액세서리 몇 가지를 만들어 상품으로 내놓았다.
처음 안 대표 부부가 소원면 파도리에 터를 잡아 돌을 주울 때만 해도 주변 이웃들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4~5kg에 80원이던 돌 가격을 1kg에 300원씩 쳐 주며 돌을 사들였기 때문이다.
동네 사람들이 다들 미쳤다고 했단다. 흔하디 흔한 조약돌을 그 당시엔 파격적인 가격에 사들였으니까. 하지만 이것도 다 이유가 있었다. 조약돌을 줍기 위해 동네 아이들과 아낙들의 수고가 컸기 때문에 그 노고를 인정해 준 것이다.
그렇게 노력한 끝에 착색기술로 발명 특허를 취득하고 전국공예품경진대회에도 출품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태안군이 서산군에 예속돼 있을 때 서산군 대표로 출전해 여기서 동상을 수상했다.
이후 은상과 작품상 까지 거머쥔 뒤 착색 조약돌의 반들반들한 아름다움이 알음알음 더 알려지고 소문에 소문이 꼬리를 물어 1975년부터 MBC, KBS 등 방송에만 57회나 보도됐다. 자연히 해옥의 값어치도 덩달아 상승하게 됐다.
심지어 일본방송국에서 바다건너 취재를 해 가고 해옥은 전국 관광지로 팔려나가 아주 큰 수익을 낼수 있었다.
이어서 그 여세를 몰아 1981년 5월 여의도에서 열린 “국풍” 때 대인기를 차지하면서 해옥은 전국적인 기호 상품으로 각광받기 시작했으며 일본, 대만, 말레이시아, 중국 등지로 수출길까지 열리게 됐다.
해옥은 이제 팔찌, 반지, 목걸이, 귀걸이, 자동차 키 고리 등 액세서리만도 20여종에 이른다. 여기에 또 꽃나무, 등잔, 거실 탁자, 거북 같은 십장생류 등 장식류도 수십개 품목이나 되고 보석과 같이 영롱한 색상을 내는 제품도 있다.
50여평 규모의 공예사에는 해옥 전시장을 마련해 각종 제품을 전시 판매하고, 누구든지 찾아와 관람할수 있도록 해 놓았다. 그후 해옥은 예전보다 관심도가 약간 줄기는 했지만 예나 지금이나 해옥을 만들어 내는 독보적인 기법과 착색 기술은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기 때문에 충남 태안의 해옥은 전국의 알아주는 명품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현재 파도리 해수욕장의 조약돌은 지방자치단체 소유이며 천연자원으로 보호받고 있기 때문에 아무나 채취하거나 가져갈수 없다.
만약 이것을 활용하려면 이제는 안 대표도 ‘광업허가’를 받아 합법적으로 채취해야 할 정도로 귀한 대접을 받고 있고, 천연자원 자체로 보호받는다.
▲ 오늘도 파도리를 지키며 해옥을 다듬는 안 대표.
“돌에도 생명이 있어요. 시간이 흘러 잘게 부서지면 모래가 되지만 인고의 시간을 견디면 아름답고 값진 생명의 해옥이 되지요. 돌에 그 생명을 불어넣는 일, 즉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인 그 일을 제가 하고 있습니다. 소원면에 오면 소원성취 하고, 만리포에서 만복을 받고, 해옥으로 행운을 얻으면 그야말로 소원-만리포-해옥(파도리)가 온전히 하나의 관광지가 되는 코스 아닌가요. 저희 파도리에 오시면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충남 태안군의 귀한 보물, 해옥을 만날 수 있습니다. 꼭 들러 주세요”
수천년 바닷물에 씻겨 파도가 반짝반짝 예쁘게 다듬어 놓은 조약돌을 빛내 진귀한 보석으로 만드는 안 대표. 그의 해옥이 오래오래 충청남도 특산물로 사랑받길 바란다.
해옥 전시장 (충남 태안군 소원면 파도리 645
대표 : 안정웅(Tel 041-672-98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