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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부여의 문학향기 신동엽 기념관

2017.08.03(목) 13:55:29 | 지민이의 식객 (이메일주소:chdspeed@daum.net
               	chdspeed@daum.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여름은 덥다. 에너지가 넘쳐나는 계절이어서 그런지 온 사물이 열기를 내뿜는다. 해마다 거르지 않고 여름에 에너지를 뿜고 나서 내 마음 다 털리고 내년에 또 털리기 위해 체력을 비축한다. 시인 신동엽은 제가 가지고 있는 힘을 남김없이 다 터뜨리고 가는 뒤끝 없는 자유를 누린 사람이다. 일제강점기와 독재라는 흑백의 풍경을 시라는 것을 통해 천연색으로 바꾼 통쾌함을 누렸다. 그런 통쾌함의 정체는 무엇일까. 시에 담긴 서정성인가? 아니면 자유로운 정신일까. 

부여의문학향기신동엽기념관 1

1967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 당일 장편 서사시 금강이 발표된다. 부여에서 시작되는 금강은 백제의 온화하고 부드러운 향기를 담았다. 포근한 분위기의 동남리 농촌마을에는 금강의 물줄기가 넉넉하게 흐르고 백제의 향이 신동엽의 정신에 머물러 있어 정서가 시에 남아 있다.

부여의문학향기신동엽기념관 2

금강 제1장 우리들의 어렸을 적 황토 벗은 고갯마을 할머니 등에 업혀 누님과 난, 곧잘 파랑새 노랠 배웠다.
울타리마다 담쟁이넌출 익어가고 밭머리에 수수모감 보일 때면 어디서라 없이 새 보는 소리가 들린다.
우이여! 훠어이!
쇠방울소리 뿌리면서 순사의 자전거가 아득한 길을 사라지고 그럴 때면 우리들은 흙토방 아래 가슴 두근거리며 노래 배워 주던 그 양품장수 할머닐 기다렸다.
새야 새야 파랑새야 녹두밭에 앉지 마라. 녹두꽃 떨어지면 청포장수 울고 간다.  (중략)

부여의문학향기신동엽기념관 3

신동엽 - 껍데기는 가라

사월(四月)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東學年)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中立)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漢拏)에서 백두(白頭)까지 향그러운 흙 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부여의문학향기신동엽기념관 4

지금은 고인이 된 노무현 대통령은 시인 신동엽에게 훈장증을 수여했다. 사람들은 움츠린 사람들을 보잘것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움츠린 사람들 속에는 제 몸보다 큰 삶의 짐을 감당하기 위해 몸속의 에너지를 비축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 안의 꽃을 활짝 피우는 순간의 환희를 맛보기 위해 움츠리고 또 움츠리고 있는 것이다. 신동엽은 고향 부여로 와서 시인의 꿈을 꺽지 않았다. 그 꿈은 1959년 신춘 문예로 등단하면서 이루게 된다. 

부여의문학향기신동엽기념관 5

신동엽을 표현한 판화 작품이다. 신동엽의 시는 몇 번 읽어본 적이 있지만 이 곳 기념관은 두 번째이다. 신동엽의 그림 속에서 그가 아닌 누군가를 발견하고 그가 살아온 삶이 처음이 아닌 듯한 느김을 받게 된다. 젊은 나이에 간암으로 세상을 떠난 그는 자유로운 바람이 되어 사람을 의 곁을 흘러가듯이 지나간다. 

분단 조국의 현실적 문제에 관심을 표명한 서정시와 서사시를 주로 썼던 신동엽의 주요 작품으로 “아사녀”(1963),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1979), “금강”(1989) 등이 있다. 그중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는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의 인간적인 면과 함께 현실을 바로잡고 극복하기 위해 움직여야 한다는 당위성을 담고 있다. 

부여의문학향기신동엽기념관 6

신동엽 기념관에는 신동엽의 어린 시절에서 격동기를 보냈던 시기의 사진들이 있다. 그중에서 초등학교 (국민학교) 시절에 찍은 사진에 눈길이 간다. 누구나 어린 시절이 있었지만 그 어린 시절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렸을 때 나를 바라봐주던 사람들은 어떤 눈으로 나를 보았을까. 부모는 오롯이 아이들의 어린 시절을 기억해줄 수 있을 것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신동엽의 어린 시절은 일제 강점기의 마지막 때로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제대로 먹지 못하고 어려운 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얼굴에는 그늘이 드리워 있다. 

부여의문학향기신동엽기념관 7

신동엽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송이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네가 본 건, 먹구름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네가 본 건, 지붕 덮은 
쇠 항아리,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닦아라, 사람들아 
네 마음속 구름 
찢어라, 사람들아, 
네 머리 덮은 쇠 항아리.

아침 저녁 
네 마음속 구름을 닦고 
티없이 맑은 영원의 하늘 
볼 수 있는 사람은 
외경(畏敬)을  알리라.

아침 저녁 
네 머리 위 쇠 항아릴 찢고 
티 없이 맑은 구원(久遠)의 하늘 
마실 수 있는 사람은
연민(憐憫)을  알리라 

차마 삼가서 
발걸음도 조심 
마음 조아리며.

서럽게 
아, 엄숙한 세상을 
서럽게 
눈물 흘려 
살아가리라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자락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부여의문학향기신동엽기념관 8

부여의 백제의 수도였지만 다른 고대국가의 수도들과 달리 사람들의 외면을 받아 왔다. 백제의 마지막 문화를 꽃피웠던 곳이며 가장 많은 유산이 남겨져 있을 것 같지만 아직 개발이 덜된 부여의 척박한 문화환경 속에 신동엽 기념관은 그나마 단비 같은 존재다. 

잘 놀고 웃는 것만큼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없다. 어떠한 아기라도 웃으면 주변이 모두 환해진다. 그 웃음을 보는 사람들은 인생에 찌들었던 찌들지 않았든 간에 그 속에 숨겨진 순진무구한 표정이 겉으로 나온다. 여름은 아직도 덥다. 최대치의 성장을 거듭하는 생명체는 성장의 숨고르기를 하며 신동엽 기념관을 채우고 있다. 

저항을 말하고 민족의식을 주로 시로 썼던 시인 신동엽의 시에서 사람을 사랑을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인간의 숙명 같은 것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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