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통합검색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화면컨트롤메뉴
인쇄하기

사는이야기

자식 군대 보내는 엄마 아빠의 마음

2017.07.27(목) 20:02:55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deun127@korea.kr
               	deun127@korea.kr)

나라의 부름을 받고 훈련소에 입소하는 날 아침. 이발소를 함께 찾은 아빠가 아들의 인증샷을 보내왔습니다.

수년을 한 미용실 만 다니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집하는 21살 청년이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천편일률적으로 6미리 길이에 맞춰 이발을 했습니다. 적잖이 상처를 받았겠다 싶어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와우! 강단 있어 보인다! 드디어 진짜 사나이가 된 것 같아! 정말 멋지다!”

아무렇지 않은 척, 씩씩한 척 답을 해주고는 이내 참았던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이 흐릅니다. 짧은 머리를 보니 실감이 납니다. ‘진짜 가는구나!’ 훈련소에 따라 가려고 이른 아침부터 곱게 화장을 했는데 마스카라를 안 하기를 잘했습니다. 했더라면 여지없이 판다 곰이 될 뻔 했습니다.

그렇게 어색하게 푸르스름한 까까머리로 귀가한 아들에게 바쁜 일 잠시 접어놓고, 평상시 좋아하는 흰 찹쌀밥을 짓고, 비싸서 평상시에는 어림도 없는 한우떡갈비도 특별히 지져내 정성껏 상차림을 합니다. 왠지 어미로서 그래야 도리일 것 같습니다. 후회하지 않을 것도 같습니다.

“정신 바짝 차리고, 앞에서 설명할 때 딴 생각하지 말고 귀 기울여서 잘 듣고, 너무 긴장하지 말고, 훈련에 잘 임하고, 잘 마치고 건강하게 돌아오길 바란다…….” 밥을 먹는 중에도 엄마의 잔소리는 끝도 없이 이어집니다. 그러고 보니 군대 가는 아들은 적어도 엄마의 잔소리를 듣지 않아도 되는 긍정적인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훈련소를 향해 가는 차 안에서도 당부의 말을 빙자한 잔소리를 해대며 도착한 훈련소에는 한 시간이나 남았는데도 함께 온 가족들과 친구들로 벌써 북적이고 있습니다. 5주간의 훈련과정을 상세하게 안내해주는 글과 사진들을 훑어보며 긴장을 풀어봅니다.

쭉 둘러보니 입소식을 갖기도 전에 벌써부터 눈이 벌건 엄마도, 아빠도 있습니다. 허리가 구부정한 할머니도, 머리가 허연 할아버지도 먼 길 마다 않고 손자 녀석 배웅하려고 지팡이 들고 동행했습니다.

“우리 삼촌한테 파이팅 하자!” 삼촌이 어딜 가는 지 알 리 없는 어린 조카 녀석은 동생을 가진 엄마 어깨에 걸쳐 이내 잠이 들고 맙니다.

한편에서 우렁차게 소리 모아 앞으로 고생 할 친구에게 파이팅을 해주며 격려해주는 고마운 친구들도 있습니다.    

‘고무신 절대로 거꾸로 신지 않겠다.’ 다짐하며 잡은 손을 놓지 못하는 여친을 안타까워 바라보는 한 훈련병의 젖은 눈망울은 영화의 한 장면과도 같습니다.

그렇게 이 모양 저 모양으로 이별을 고하고 있을 때 입소식을 알리고, 훈련병을 한데 모아놓고 보니 모두 내 아들입니다. 교관이 입소식 전에 연습을 시킵니다. 경례 하고 손을 모두 내렸는데 한 친구가 어안이 벙벙하여 손을 내리지 않고 있을 때는 앉아 있는 부모들은 웃으면서도 다 내 자식인 냥 안타까워합니다.

덩치는 커다랗고, 성인이라 불려도, 부모의 눈에는 그저 어린아이에 불과한 이 청년들이 나라를 지키겠다며 참 반듯이도 줄을 지어 섰습니다.

어느새 훈련병 모두의 몸에 힘이 들어가 있습니다. 맨 뒤에 선 훈련병은 얼마나 힘이 들어갔는지 엉덩이가 바지를 먹었습니다. 그래서 또 한 번 웃습니다. 목소리도 금세 꽤나 우렁차졌습니다. 모두 잘 해낼 거라는 믿음이 생겨납니다. 그렇게 조금씩 진짜사나이들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5주 후에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자”며 아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데 가슴이 또 먹먹해집니다. 아들 앞에서 웃어 보이고 뒤돌아서서는 이내 흐르는 눈물들 닦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너 나 할 것 없이.

‘바쁜데 오지 말라’는 남편 말에 “기자로서 훈련소에 아들 남겨 놓고 돌아와야 하는 어미 마음이 어떤지 몸소 체험해 봐야 할 것 아니냐”며 따라 나섰는데 이런 거 이었습니다.

“머리를 자르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데 감회가 새롭더라. 벌써 내 아들이 장성해서 나라 지키겠다. 군대도 가는구나 싶어 자랑스러우면서도 아비로서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이 어쩔 수 없더라. 마지막 얼굴을 보는데 눈물이 왈칵 날 뻔 한 걸 꾹 참았네.”

“아이구야, 이제 우리 집 음식물 쓰레기는 누가 버리냐.”

화제를 돌리며 애써 웃어보지만 흐르는 눈물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자식 군대 보내는 어미 애비의 마음이 이런 거 이었습니다.    
/전미해·서산


 

도정신문님의 다른 기사 보기

[도정신문님의 SNS]
댓글 작성 폼

댓글작성

충남넷 카카오톡 네이버

* 충청남도 홈페이지 또는 SNS사이트에 로그인 후 작성이 가능합니다.

불건전 댓글에 대해서 사전통보없이 관리자에 의해 삭제될 수 있습니다.